- 한진그룹의 제주칼호텔 매각과 국제자유도시의 민낯 -
한진그룹이 제주 칼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칼호텔은 부동산자산운용사에 팔려 호텔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380여 명의 칼호텔 노동자들은 수 십년 간 일해온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지난 9월 30일 우리 단체를 비롯해 제주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칼호텔 매각 반대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제주도청 앞에서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을 알리는 기사의 댓글에는 대부분 노동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기업이 사정에 따라서 회사를 정리하는데, 왜 감놔라 배놔라하냐는 겁니다. ‘능력을 키워서 다른 호텔에 취직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게 불만이면 공무원을 하지 그랬느냐?’는 비아냥이 댓글을 도배합니다.
기업은 혼자 자기 자본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과 생산물을 소비하는 시민이 없었다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여전히 기업을 자본의 입맛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어있는 사람이라면 초기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딱한 사람입니다. 요즘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선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와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이 대표기업이고, 대한항공은 제주-김포 노선으로 성장했습니다. 제주의 소중한 지하수를 뽑아쓰고 있고, 제주의 땅을 사들여 큰 부가가치를 누리고 있습니다. 칼호텔도 제주 관광의 단물을 빨아 먹다가, 투자를 하지 않고 수익이 줄어들자 매각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기업이 결정하면 반대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까? 380여 명의 해고는 남의 일입니까?
칼호텔만이 아닙니다. 초대형 카지노 허가를 앞두고, 신화월드가 미리 카지노 직원을 고용하여 허가를 주지 않으면 지역주민들 고용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지역주민으로 80% 고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협박 반 달래기 반으로 허가를 얻어 냅니다. 제주도정은 약속 이행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음에도 이를 구실로 허가를 줍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신화월드의 지역주민 고용 약속은 25%에 머물고 있고,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드림타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민 3천 명을 고용하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카지노 허가를 얻고 난 후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말 돌리기 바쁩니다.
마치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방관하고 있는 제주도정에 대한 분노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왜 칼호텔 매각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제주도청 앞에 가서 하겠습니까? 자본에게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에서 제주도정이 근심하는 것은 자본이 규제에 의해 개발을 하지 못하는 것 뿐인가요? 이것이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민낯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