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지난 9월초 제주도민 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이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제주칼호텔을 매각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확인된 매각사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각대금이 600~700억원에 불과하고, 이미 아시아나 인수과정에서 1조 2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제주관광의 상징인 제주칼호텔을 매각하겠다는 것은 도민사회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더구나 한진그룹은 오랜 기간 제주도의 공적 자산인 지하수와 항공 이동권 등을 장악해 재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에도 법적 절차 논란과 도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제주 지하수 취수 연장을 허가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는 부동산 투자회사에 제주칼호텔을 매각하고, 300명이 넘는 제주도민의 일자리를 박탈한다는 것은 그동안 한진그룹이 누려온 혜택을 사실상의 대량해고로 되갚는 것이다. 이같은 한진그룹의 배은망덕한 행태에 대해 수많은 제주도민들은 물론이고 제주도의회와 지역 국회의원, 정당 등 도민사회 전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 도내 27개 단체와 정당이 모여 ‘제주칼호텔 매각중단을 위한 도민연대’를 결성, 매각반대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지난 해 12월 23일 한진그룹 이사회에서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의결했다고 한다. 제주도의회 결의안도, 지역 국회의원의 입장도, 도내외의 반대요구도 묵살하고 한진그룹은 여전히 일방통행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직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생사가 걸린 매각에 대해 당사자인 제주칼호텔 노동자들과는 단 한마디의 협의조차 없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말로는 ESG 경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제왕적 재벌의 행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제주칼호텔은 제주도민과 긴 세월 고락을 함께 해왔다. 제주관광의 시작을 알렸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제주도민의 정든 일터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1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매각반대 서명에 동참했던 것이다. 제주도민은 멀쩡하게 운영되던 제주칼호텔이 부동산 투기의 상징인 주상복합 건물로 추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설령 경영권과 이름은 바뀌더라도 제주칼호텔의 상징성을 이어나가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경영위기를 핑계로 도민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말로만 상생이 아닌 함께 살자는 다짐으로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끝내 한진그룹이 도민들의 바람을 배신하고 제주칼호텔 매각을 강행한다면 도민사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한진그룹 응징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재벌대기업 한진그룹은 더 이상 도민들의 분노를 조장하지 말고 고용보장 없는 제주칼호텔 매각을 중단하라. 또한 매각 협상대상자인 스타로드 자산운용사도 제주를 부동산투기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