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절차 무시한 채 이뤄지는 묘산봉지구내
드라마 세트장 공사에 대한 도 당국의 해명과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다
역사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이 들어설 예정인 묘산봉관광지구내의 사업부지가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마치기도 전에 공사가 시작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물론,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제주도에서 촬영되는 것은 제주관광의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환경단체에서도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개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적법 절차까지 무시한 채 추진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전공사 시행의 금지」원칙에 의하여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개별법에 의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에 제주도와 북제주군에서는 국토이용계획법에 지구단위계획 변경허가를 받을 경우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공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사업자는 지구단위계획 변경허가 또한 아직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개발사업의 편의만을 위한 편법, 더 나아가 불법적인 행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통합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개별법에 의해 공사를 시행해버린다면 제주도내의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는 모든 개발사업 부지에서 이러한 일이 공공연히 일어나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에도 신화역사공원 예정부지인 서광곶자왈이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개별법에 의해 굴취허가를 내줘서 곶자왈의 수천그루의 나무가 훼손되는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환경영향평가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을 행정당국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환경영향평가서 최종보고서에는 세트장이 들어설 예정부지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군락지가 3곳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 세트장 공사로 인해 절멸해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제주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도민들 앞에 이에 대한 해명과 훼손지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일 우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될 경우 우리는 이에 대한 법적대응을 제기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둘째, 이 문제와 관련한 책임자의 문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행정당국의 관련 책임자는 공사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환경훼손 행위를 방조하고 있었다. 또한 사실확인 과정에서도 사실을 숨기고 정당화시키려 한 행위는 법규준수와 생태계 보전보다는 개발사업자의 일방적 편의만을 고려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제주도의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러 종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만큼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의 비호아래 이와 같은 환경훼손 행위가 일어난 것은 지역의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차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제주도의회가 나서서 진상을 올바르게 조사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초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의 많은 환경관련 권한을 이양해 왔고, 제주지역의 청정 환경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제주도가 의도적인 환경훼손을 일삼은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일에 대한 우리 환경단체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고, 제주도와 북제주군의 신속한 처리가 이뤄지기를 다시 한 번 요구하는 바이다.
2006. 1. 6.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참여환경연대/제주환경연구센터/곶자왈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