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식수대 개선사업 하며, 가로수 뿌리 훼손
비좁은 식수대 경계석만 제거한다고 가로수 뿌리문제 해결 안돼
공사 즉각 중단하고, 통행속도 제한되는 도심구간은 차도폭 줄이는 등 식수대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어제(6월8일) 한 시민이 마리나사거리와 신광사거리 사이의 가로수(구실잣밤나무) 뿌리가 파헤쳐지고 있다며, 본회로 제보를 해왔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비좁은 식수대로 인해 가로수 뿌리가 질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이미 도로 양쪽 가로수 중 한쪽 뿌리 주변이 모두 파헤쳐져 있었고, 잘려나간 뿌리가 더미를 이뤄 쌓여 있었다. 한 전문가는 이 정도 뿌리를 제거하면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당초, 가로수를 심을 때부터 장기적으로 생육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적 가로수 식재 방식에서 비롯되어 가로수 성장에 따른 주기적 뿌리 관리를 하지 않았다가, 최근에 가로수 이슈가 떠오름에 따라,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시행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개선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선사업의 실효성 뿐만 아니라, 가로수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오히려 나무를 고사시킬 수 있는 정도의 ‘묻지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후 영향을 계속 모니터링하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묻겠지만, 당장 공사를 멈추고 실효성과 근본적인 개선방법에 대해 검토하고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비좁은 가로수 식수대는 차량 위주의 교통정책이 낳은 결과이고, 식수대 주위의 경계석을 제거한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시민의 보행환경을 향상시키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울창한 가로수를 위해서는 속도 제한이 있는 도심 도로의 폭을 줄여서 인도와 가로수 식수대 면적을 넓혀야 한다. 가로수 식재 시 성장에 따라 충분히 뿌리 생육이 가능하도록 토양을 조성하는 등 기본 메뉴얼을 마련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제주도 당국은 땜질식 가로수 관리를 중단하고, 기후위기 극복의 핵심 인프라인 가로수에 대한 철학적 전환을 통해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환경은 개선하는 등 장기적 계획에 기초한 가로수 정책을 다시 세울 것을 촉구한다.
2023. 06. 09.
(사)제주참여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