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지난 2월 15일, 23년간 탐라장애인복지관을 위탁 운영해 왔던 제주장애인총연합회가 공모 심사과정에서 탈락하고,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새로운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다. 탈락한 제주장애인총연합회는 공모 심사과정에서 ‘특정 정치 권력자’의 개입을 통해 불합리하게 위탁 운영기관이 선정되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장애인총연합회는 공모 심사과정의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모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였으나, 제주도정은 위원회 회의록 공개 조례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22년 1월 12일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위원회 회의 및 회의록 공개 조례」는 제주도 산하 모든 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개하도록 하여, 도민의 알권리 확보와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되었다. 본회는 그 동안 회의결과만 요약하는 수준의 회의록 공개가 아니라, 속기록 수준의 회의록이 공개되어 위원회 심의 중에 제기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처분이 합리적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모든 회의록을 속기록 수준으로 작성하고, 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본회의 노력이 반영된 조례가 제정된 것에 대해 환영함과 동시에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다.
탐라장애인복지관을 23년간 위탁 운영해 온 제주장애인총연합회가 공모 심사결과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면, 심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당연한 행보이며, 이들은 회의록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제주도정은 회의록 공개 조례 제6조 2항의 예외 조항을 열거하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정은 이번 공모 심사는 특정한 안건을 처리한 후 해산되는 비상설 위원회의 경우는 회의록 공개 대상에서 예외이므로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위탁 공모심사가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탁 사업자를 선정하는 모든 위원회의 회의록은 비공개해도 된다는 결론이다. 이권이 관계되어있는 위탁 사업자 선정과정을 비공개한다면, 공모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도민 알권리는 무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례의 제정 취지와 정반대인 예외 조항으로 인해 조례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회의록 공개 조례의 예외 조항은 다른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위원회 특성상 안건심의 내용이 비밀을 요하거나 위원명단 공개 시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공개로 인해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출석위원 중 과반수의 요구가 있는 경우’ 등 매우 추상적인 기준으로 회의록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비공개 가능 범위를 무한정으로 열어두고 있어, 조례 자체가 공개를 위한 조례라기보다는 비공개를 위한 조례라고 부를 정도로 본래의 취지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회의록 공개한다고 해서 발언한 위원을 특정할 수 없다. 회의록을 공개할 때는 발언하는 위원 이름까지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독소조항들은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결정하기 위한 구실로 작용하기 쉽다.
회의록 공개 조례의 근본 취지를 살리고, 제주도정의 투명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제주도의회는 위원회 심의와 결정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도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조례의 취지와 상반되는 독소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조례 개정에 즉각 나서라.
하나, 제주도정은 탐라장애인복지관 위탁운영 공모심사 회의록을 즉각 공개하라. 조례 개정 이전에라도 23년간 운영하였던 단체가 공모 심사에서 탈락한 이유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합당하다.
조례의 예외조항은 조례의 취지에 근거한다면 ‘비공개할 수 있다’이지, ‘공개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비공개한다면 왜 비공개할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으로 도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밝히는 것이 도민의 알권리에 대한 제주도정의 자세임을 각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