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가입하기

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특별자치도, '조기 개혁'이 관건이다


 



 제주도지사 당선을 축하한다.
 그러나 이번 당선자는 축하인사 치레에 안주하기에는 닥친 숙제들이 크고
많다. 가혹할지 모르지만, 선거기간의 피로감을 달랠 여유도 반납해야 할지 모른다.


 당장 한 달 후 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가 있다. 제주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출범잔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렇게
‘들뜬 여유’가 온당하기나 한 것일까?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의 여러 갈등, 보이지 않는 기득권의 작용, 준비없이 진행되는 제도들의 만연
등에 대한 우려들을 떠올린다면 오히려 시간이 없다.


 한미 FTA협상 대응, 군사기지 문제의 해법마련 등의 현안도 메가톤급의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행정계층 통합에 따른
광역행정구도의 원만한 자리매김, 합리적 행정조직의 실체 구현 등은 앞서의 문제들을 제대로 처방하는 그릇을 빚는 일이 될 것이다.


 
 갈등 통합은 선거 이후 자연스런 수순? 



 매번 선거가 끝나면 여론은 선거시기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당선자의 첫 번째 과제로 제기해왔다. 그리고
이것을 ‘도민통합’으로 표현해왔다. 낙선진영 우세지역을 보듬거나, 낙선자의 공약일부를 수용하는 식의 ‘제스쳐’는 이제 더 이상 필요없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센스 정캄로 시간을 보내지 않길 바란다. 그렇다고 민심수습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민심의 갈라진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선거는 유권자와는 유리된 채 후보자 진영간의 세력대결로 이뤄져 왔다. ‘세력’으로 뭉친 이들이 선거시기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수습해야될 민심의 갈라진 지점으로 오인하지 말길 바란다. 물론, 후보별로 많은 지지층이 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유권자다. 이들이 선거 때문에 갈라질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치냉소로 드러나는 유권자, 도민들 민심의 갈라진 지점은 ‘삶’ 속에
있다. 그 삶속에 드러나는 통합되어야 할 갈등의 지점은 바로 ‘차별’이다. 빈부와 계층간의 차별, 연고간 공동체적 차별, 지역간 차별 등이다.

 
 이 차별적 요소들을 줄이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다. 이것은 지역 범주를 뛰어넘는 일이라 도지사가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제주는 다르다. ‘특별 자캄라는 기회를 여기에 적용해야 한다. 계층적 이질, 빈부의 양극화를 줄이는 사회정책의
전형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도민통합의 길이다. 경제활성화론과 개발주의가 또 다시 후보간 공약공방의 주류를 이뤘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나마의
성과는 ‘복지’공약이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 광역단체장들이 선거에서 내놓은 997개의 공약가운데 20%(201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경제분야(43.5%)에 이어 두 번째 순위다. 제주 또한 도지사 후보들의 10대 공약안에서 복지가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당선자 또한
마찬가지다. 진정한 통합의 길은 정치통합이 아닌 도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이것은 경제의 파이가 커졌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도민들이 체감하고 손에 잡히는 복지의 질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 일에 우선 나서주길 바란다. 



 여기에 제주는 행정계층구조 통합에 따른 지역소외가 또 다른 중요한 통합의 내용이 되고 있다. 임명제 행정시장 전환에 따라
기존 제주시, 서귀포시의 정책이 선거에서 다뤄지지 못한 것도 문제였지만, 제주시, 서귀포시에 각각 복속될 운명에 처한 북군과 남군은 ‘이중
소외’의 지점에 놓이게 되었다. 선거시기 기존 군지역의 통합정책은 아예 다뤄지지 안했다. 앞으로도 제주시 발전계획, 서귀포시 발전계획 같은 것은
나오겠지만, 기존의 북군, 남군 발전계획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뤄지더라도 각각의 제주시, 서귀포시 발전계획 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단지 균형발전의 감각으로만 접근하면, 기존 군지역의 공동체적 소외까지 끌어안기는 힘들 것이다. 행정체제는 2개의
행정시로 재편되지만, 지역통합과 공동체적 통합을 동시에 충족하는 권역별 정책구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제주사회의 오랜 화두가 된 ‘도민통합’은 철저히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통합은 차별의 극복이다. 이렇지 않고서
통합이란, 사실은 동원정치에 불과할 것이다.  


  
 특별자치도 성공적 안착 위한 ‘개혁 로드맵’ 만들어야



  역시, 여러 과제들을 통괄하는 선거 이후 당선자 최대 숙제는 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출범과 안착이다. 이제 특별자치도는
원하든 원치않든 향후 제주의 객관적 진로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특별자치도는 곧바로 국제자유도시로 등치되고 있다. 즉, 특별자치는
국제자유도시라는 외자유치 정책의 하위도구로 전락되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필자는 특별자치는 모든 도정의 정책과 나아가 제주사회의 발전을 위한 전환적 동인(動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개될 특별자치체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회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제도의 변화’로 받아들인다면 제주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의 그늘에 깊이 잠길지도 모른다. ‘특별자치도 완수’라는 당선자의 선거 슬로우건이 의미하는 바가 ‘법인세 인하’등 기업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자유시장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보면 이는 기우가 아니다.


 때문에 특별자치를 단순한 제도변화나 경제정책의 도구가 아닌, 제주를 새롭게 리모델링할 ‘흐름’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에
적응하는 체질을 갖추는 일을 동시에 그리고 조기에 병행해야 한다. 이는 ‘개혁’이란 말 외의 달리 표현수단이 없다.
 

 개혁은 무엇보다도 제도개혁으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제도들을 합리적으로 뜯어고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직전 벌어졌던
특별자치도 조례입법과정의 논란을 떠올린다면 특별자치 조례상에서 특별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특별자치로 위임된 각종 법률과
사무를 우리사회 평균치보다 진보된 수준에서 재구성하는 것, 시군통합에 따른 이르는 기존 조례의 정비과정에서 문제조례들을 이번 기회에 합리적으로
바로잡는 것 등이 그것이다.
 국가법률상에서 바로잡을 수 없는 것들을 위임된 조례로 현실에 맞게 바로잡는 것,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신선한 내용들을 새롭게 담아내는 것 등 제도개혁은 잘돗된 것을 고치는 효과도 있지만,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제도영역은 아니지만 그 동안의 행정의 오류를 파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해 온 잘못된 행정관행의 개혁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예산낭비, 개발유착, 복지부동과 같은 오랜 행정관행을 청산하는 특별자치를 위한 행정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있어야 도민들에게 자치역량이니
하는 것들도 주문할 수 있다. 도민의 생활현장에서 특별자치의 신뢰행정을 세우겠다는 ‘제주식 하방운동(下放運動)’이라도 펴야 한다. 제도와
무관하게 벌어진 행정집행의 관행을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제도개선 이상이 개혁효과를 낼 것이다.


  정책개혁은 앞서 도민통합과도 관련된 특별자치도 개혁의 핵심이다. 제주는 지난 15년 동안 오로지 특별법만들기에 전념해 왔다.
여전히 이 체제는 특별자치도 특별법을 통해 고수되고 심화되고 있다. 용이한 개발투자, 자본유입을 위한 법제환경을 만드는데만 공을 들이는 게
여전히 제일 중요한 도정의 과제가 되고 있다.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그야말로 ‘틀’을 만드는 일일 뿐이다. 이것이 잘됐다고 제주가 잘산다고
볼 수 없다. 이제 도정역량의 무게중심을 각각의 개별정책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아울러, 지난 15년간의 특별법체제가 제주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분석을 먼저해야 한다. 특별법정책이
제주경제와 도민소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도민들의 개발참여는 보장되고 있는지, 개발이익은 제주발전으로 돌아오고 있는지, 자연환경과 문화적 전통은
보존, 계승되고 있는지 등을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적 성찰을 근거로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을 구성해야
한다. 그저 해오던 것을, 못했던 것을 나는 잘할 수 있다 식의 감성적 접근은 도민들도 이제 더 이상 수용하지 않는다.


 
경청과 숙고하는 자세로 거버넌스 도정 시작해야



  특별자치도는 그저 법이 시키는데로 잘 맞추면 되는 일이 아니다. 특별자치도를 성공시키겠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변화는 개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개혁은 조기에 이뤄야 한다. 조금 더디더라도 조기에 개혁작업에 충실하면,
특별자치의 성공안착은 오히려 당겨질 수 있다는 역설을 믿고 실천해주기 바란다.


  지금 당선자는 ‘특별자치 도지사’로서의 ‘들뜬 위상’과 혼자만의 ‘뚝심’에 안주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앞서의 개혁과제들이
특별자치도를 잘 만들기 위한 명백한 선결조건이라면, 이의 과정은 철저히 ‘협치의 마인드’로서만 가능하다. 협치(거버넌스)는 두루 두루 얘기는 잘
들어주고, 결정은 결국 혼자하는 정치과정이 아니다. 공동으로 정책을 세우고 생산하는 것이다. 우선 이의 자세로 당선자에 들려오는 여러 바램을
경청하고 숙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