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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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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밤부터 6일 오후까지 부안군 일대에 약
70mm가량의 비가 왔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비가 그치고 나자 갯벌의 생명들은 바로 변화를 나타내더군요. 오늘 아침에 이웃집 못자리를 내다가
갯벌에 생합잡이 나선 아주머님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살금 갯벌을 찾아갔습니다. 비가 오기 전 하얗게 말라가던 갯벌은 빗물에 젖어 촉촉했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있었으며, 골에도 제법 물이 차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럭저럭 물이 있어, ‘갯벌이 숨을 쉬는 구나’ 했지만, 상황은 정
반대였지요.이미 작년에도 장마철 호우가 지난 후에 백합, 동죽, 큰구슬우렁이 등 갯벌에서 사는 폐류들이 죽은 경험이 있었습니다. 방조제로 인해
해수의 유입량이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었지요. 해수유입량은 줄어들고 빗물과 동진·만경수역을 흘러온 민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갯벌의 염분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지난 5월 3일 살금갯벌을 둘러보고 왔을 때와는 달리 뻘땅의 끝자락, 물이 있어 찰랑이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하수구 썩은
내가 바람을 타고 밀려옵니다. 역시 서해비단고동과 동죽은 이미 죽은지 오래되었고, 더하여 백합과 가리맛, 큰구슬우렁이(골뱅이), 갯지렁이,
숭어, 콩게, 범게 등 대부분의 갯벌생물이 뻘땅 위로 올라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급한 목소리로 ‘생합이 다 죽었네.. 얼릉와서
사진 좀 찍어. 사람들이 알아야혀, 이것을 어쩐당가?’ 숨도 못쉬며 얘기하셨던 아주머님을 찾아 갔습니다. 주변으론 작은 백합과 중간크기의
백합들이 제 몸을 다 드러내고 뻘땅위에 누웠습니다. 그 하얀 속살이 삐죽 삐져나온게 이미 죽었거나, 몇시간 지나지 않으면 곧 죽고 말 것들이었습니다.4월 22일 마지막 구간에 대한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완료된 지 꼭 보름만에 백합들의 숨통이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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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서해비단고동을
안타깝게들여다 보는 주민. '이 고동이 참 이뻐'라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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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계화갯벌의 그레질은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허리굽혀 그레질을 하지 않고, 갯벌을 살펴가며 갯흙이 약간 불거져 올라온 곳을 그레의 모서리날로 살짝
들어냅니다. 그러면 여지없이 그곳에서 못해도 아이 주먹만한 백합이 있습니다. 작은 녀석들은 이미 뻘밖으로 나와 죽어가고 있었고, 그나마 큰
녀석들은 그만큼 생존력도 강한가 그렇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새벽부터 그렇게 속으로 애태우며, 혼자 그 너른 뻘땅에서 울어가며 백합을
캐고 계셨습니다. 오전만에도 20kg망태기로 두망을 잡으셨고, 오후에도 늦게까지 생합을 주우실 것이라 합니다. ‘이 아까운 것을 어떡혀. 이것을
누구들한테 보여 주야는가? 이걸 봐야지 멍청한 사람들이 이것을 봐야혀.. 이 이쁜 것들 다 죽었잖어’ 내일이면 그 큰것들도 뻘 밖으로 나와 가는
숨을 힘겹게 몰아쉴 듯합니다. 물이 찰랑거리는 곳에는 온갖 쓰레기들과 흰거품들이 일고 있어 조만간 닥쳐올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었구요. 그
물맡으로는 숭어들도 여러 마리 죽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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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죽, 지역에서 꼬막이라고
불리는 동죽은 서해비단고동과 함께 이미 죽음을 맞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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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멍집의 끄자락에 힘겹게
버티고선 게.. 힘이없어 좀처럼 도망가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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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민들 마음처럼 조개들도
하얀 속 살이 다 드러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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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농발게 홈페이지http://nongbalge.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