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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주도에 바란다


특별자치도 6개월이 지나는 시점에 새해가 열리고 있다. 도민사회에는 특별자치도해서 달라진게 뭐 있냐는 실망과 불만이 팽배해있다. 이는
적어도 두 가지이다.


첫째는 비단 당장의 성과는 아니더라도, 뭔가 특별자치체제로의 변화를 주도할 주체로서 도정의 면모가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도
당국은 스스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행정계층과 행정조직의 변화 등 제도변화 일뿐, 내용면에서는 특별자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선심·관치행정의 관행, 불합리한 제도(조례)개혁의 미진, 정책의 일방주의 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정책과정의 차별과 배제,
정치화의 경향(여론정치의 의존)은 특별자치체제하에서 정책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 마디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해
'이전과는 뭔가 다른' 자기쇄신, 환골탈태의 도정의 상을 창출해보이지 못한 신뢰의 이반에서 오는 실망과 불만인 것이다.


두 번째는 특별자치체제를 지역경제 해법의 열쇠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오는 도민사회의 불만이다. 이 또한 도정에 그 1차적 책임이 있다.
제주도정은 2005년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제주의 '마지막 기회'임을 공공연히 강조하였다. 이는 국제자유도시 정책의 연장에서
시장개방의 '선점효과'를 기할 수 있는 틀로서 특별자치도만을 사고한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국제자유도시 정책이 시작된지는 5년이 다 돼 가는데,
이것의 임팩트 구조로서 특별자치가 출현해도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실망인 셈이다.


지난 6개월의 유일한 성과라면, 기초자치권의 광역집권구도로의 환원으로 도민들 스스로가 기초자치 상실의 댓가를 실증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읍면동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기초강화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는 것은 '분권의 완성태'로서 특별자치의 상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초기적 성과인 셈이다.


'실물적 관점' 회복해야 : 내발성과 공공성을 발전의 축으로


제주도는 지난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이후, 약 15년 동안 거의 매해 특별법의 제정과 개정일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제주도의
특별한 지위를 위한 특별법 체제가 15년 동안 지속돼 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금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


첫째, 특별한 지위를 위한 법률를 추구했음에도, 그 특별함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실례로, 지난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된 직후, 정부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제정하면서, 선점효과를 상실한 특별법은 불과 1년도 채 안돼 다시 법개정을 추진해야 했다. 규제완화와
자본시장의 개방효과를 선점하려던 의도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특별법의 넌센스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한미 FTA을 비롯한 국가차원의 개방정책이 극대화되는 수준에서 지방정부로서 제주도의 일방적
개방정책이 어떤 효과를 몰고 올지도 의문이지만, 이것이 향후 개방주의로 일관하는 중앙정부의 논리에 대응한 '지방의 논리'로 타당할지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예컨대 스스로 개방정책을 추구하면서 FTA감귤제외를 요구하게 되는 논리모순). 이제 개방화 시대에 오히려 지역의 자원을
보호하고 이를 매개로 내생적 발전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제주특별자치에 맞는 비전전략이 아닐까?


둘째, '특별법'은 이제 제주발전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법자체는 단지 제도적 틀을 구성하는 문제인데, 이 자체가
제주발전의 문제로 치환되면서 도민들에게는 허상만 심어주고, 실질발전을 위한 논의는 알맹이를 잃어버린 채 표류·정체만 반복하고 있다.


셋째, 특별법에 함몰된 발전논의는 역설적으로 정부로부터 뭔가를 따오는 협상구도만을 늘 과제로 남겨두면서, 오히려 특별자치체제에서도
중앙의존형 발전논리만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다보니 독자적인 발전역량에 대한 논의와 노력은 상대적으로 희석화되고, 관광이나 1차산업 같은 개별적
정책역량의 발전은 답보상태에 있다.


이제 '실물적 관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주의 발전패러다임은 외자유치를 용이하게 하는 법을 만드려는 발상에만 자로잡힌 채 한 발도 못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
성과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국가경제 자체가 전체적으로 저성장시대로 진입한 지금, 여전히 외자유치를 통해 경제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덩달아
도민소득을 높이겠다는 식의 도정의 경제정책은 이미 우리나라 근현대를 통해 한계가 입증된 '성장주의'식 방식에 다름아니다.


그 동안 실제로 제주경제와 발전을 지탱해 온 것은 철저히 감귤과 관광과 같은 실물적 경제흐름이었다. 외자유치를 근간으로 하는 법개정등
총론적이고 추상적인 정책구조에서 벗어나 개별적 실물정책에 역량을 재구성하는 쪽으로 새롭게 축을 정비해야 한다.


특히 실물적 관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경제에 충격이 되고 있는 '역외유출구조'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2006년 4월 한국은행보고서는 제주지역의 역외유출자금규모가 실제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각종의 물류비용의 파생 등 섬지역경제의 특수성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형할인점과 같은 육지에 본사를 둔 대기업 유통업체,
건설업체등이 날로 비중이 커지는 실태를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의 처방으로 개발경기 활성화 등을 들고 있지만, 이 또한 각종개발이
이익유출구조를 여전히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대안으로서 부족하다. 오히려 특별법 상에서 사문화돼 버린 '특별개발우대사업'등을
현실화하고, 도내 영세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등 육성방안 합리화, 대형유통업체 등을 비롯한 렌터카 등 관광부문별 시장등의 지역화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나서야할 때이다.


제주발전 패러다임에서 실물적 관점을 회복하자는 것은, 외자유치에 의존한 외부개입형 발전구도에 대당해 '내발성'과 '공공성'을 발전전략의
축으로 세워나가자는 것이다. 특히 공공성 문제와 관련하여, 산업구조에서 그 비율이 23%나 될 정도로 공공부문의 비중이 유난히 큰 제주도에서,
이의 합리적 운용은 가장 손쉽고, 적은재원으로 중단기에 직접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 발전책이 될 것이다.


도민을 중심에 세워야 : 특별자치 2단계의 핵심은 역내분권의 완성


현재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2단계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이 작업과 더불어 비중있게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역내분권의 완성'이다.
우리 지방자치에서 중앙정부의 분권은 자치를 위한 선결조건이자 숙원으로 얘기돼 왔고, 특별자치도는 이를 이루는 시범적 촉매로 기대를 모으로 있다.
따라서 특별자치도가 중앙-지방간의 구도에서는 어느 정도 자치의 조건을 마련했다고 보아야 한다.(실제로 역대정부 이래 가장 획기적인 분권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 차원에서는 역으로 분권이 '광역집권'으로 환원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특별자치체제를 둘러싸고 삐그덕 거리는 혼란은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단순히 특별자치체제가 정착하는 과정의 과도적 양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으로 훗날 더욱 첨예한 결과로
나타나겠지만 잘못된 진단이다. 때문에 특별자치도 출범 후 2단계 과제로 역내분권을 위한 전략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당장 기초자치제의 부활 등을 전면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에 따른 완충책으로 각종 주민참여제도의 극대화를 통한
참여기제의 획기적 강화와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센터'정상화와 같은 주민들의 기초자치역량을 북돋우는 정책적 접근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2단계 제도개선 과제에는 주민참여제도 개선 등이 아예 빠져있어, 이를 최대한 보완해야 한다)


자치는 기본적으로 '자기결정권'이 높아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치단위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소규모-근접전략’으로서 읍면동의 자치단체화 전략도 어렵다고만 하지말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전체적으로 도민을 중심에 놓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이 플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제주특별자치는 '관관분권' 또는 '특별관치'라는 평가에 분명히 처하게 될 것이다. 도민을 중심으로
행정과 의회의 '삼각체제'를 합리적으로 가동시키는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상정하고, 이것을 기조로 각각의 권한과 책임(권리와 의무)관계를 제도로서
구성하는 체계가 일종의 헌법과 같은 총론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것은 특별자치의 ‘헌장’으로 물화될 수도 있고, 각각의 기본조례 형태로 맥락을
구성해나갈 수 있으며, 그 하위범주에서 이를 구성하는 제도-비제도들의 규범들이 정해질 수 있다. 


일례로, 현행 특별법의 목적조항부터 새롭게 바꿔야 한다. 적어도 제주도개발특별법 이래 특별법의 정신으로 이어져 오던 '도민주체-향토문화 및
자연환경 보전-도민복지향상'이라는 대원칙이 현행 특별법에서는 어느 새 '행정규제의 완화'나 '국제기준 적용'등의 시장논리로 대체되었다. 이를
다시 복원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역사성-민주성-현실성'의 '3표(三表)'를 세우자


겸애교리(兼愛交利)의 사상을 당대현실에서 펼쳤던 고대 중국(전국시대)의 실천적 사상인 묵가(墨家)는 당시의 사회정치적 판단의 좌표를
‘본(本)-원(原)-용(用)’에 두고 이를 삼표(三表)라 하여 판단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모든 일을 판단함에 있어 ‘본’은 ‘위로 옛 성왕의
일에 뿌리를 두는 것’ 이고 ‘원’은 ‘아래로 백성들의 이목(현실)을 살피는 것’이고, ‘용’은 ‘법과 행정이 백성의 이익에 어떻게 부합하는
지를 보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날에는 ‘역사성(本)-민주성(原) - 현실성(用)’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한다고 풀이되어지고 있다.


이 철학적 방법론은 현 단계 도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는 이제 ‘기회의 역사’를 맞이하고 있다. 변방으로서 외세수탈에 직간접 대상이 되어 오고, 때로는 큰 위험에 처했던 ‘위기의 역사’가,
이제 평화의 섬, 적극적 외세대응주의로서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과 같은 기회의 역사로 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 지금 문제가 되는 군사기지,
사회갈등과 같은 것들은 ‘도전변수’로 대상화하고 이를 발전적으로 매듭지으려는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 이것이 현실도정이 좌표로 삼아야 할 역사성의
측면이다.


민주성은 말할 것도 없이, 특별자치를경제적 체제수단으로만 사고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도민역량으로 뭔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굳은
신뢰와 신념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 신뢰의 통합을 위해서는 변화의 주체로서 도정이 먼저 스스로를 열고 신뢰를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바로 자치의 원리를 제주현실에 맞게 극대화하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가 극대화될 때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리도 더불어 효과적으로
작동된다는 지혜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현실성은 앞서 언급한대로, 제주발전의 목표를 추상화된 세계화의 논리를 쫓는 것에서 벗어나, ‘지금 작동되는’발전엔진들을 정비,충전해 그
잠재동력을 극대화가함은 물론, 도민들이 실로 발전의 주체로 나서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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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제주의 큰 갈림길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몇몇 사안을 두고 지적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적어도 10년, 15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온 큰 흐름을 배경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도민사회의 층위를 달리한 여론에도 이는 모두가 팽배하게 공감하는 것이다.


여기에 분명한 좌표와 철학적 방법론을 세우고, 도민과 함께 가려는 마인드의 정립에 진중과 숙고의 태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이 내용은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에
개제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