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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제주의 평화를 위해 도내 평화 세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발/족/선/언/문


1.


제주는 평화의 땅이다.
하늘로부터 내려와 나라를 이루었다는 다른 건국신화와 달리,
제주의 시원은 평등과 평화의 대지로부터 상승한 주체들의 건국신화로부터 이루어졌다.
낮음과 포용의 대지에서 연유한 제주의 시원으로부터, 오랜 역사이래 제주민의 평화에 대한 갈망은 수천년 지속되어 왔다.
평화에 대한 갈망만큼 외세와 중앙의 논리에 의한 수탈과 침탈 또한 끊이지 않았던 것이 제주역사였지만, 그 만큼 제주민의 본능과도 같은 평화의 의지는 더욱 견고하게 흘러왔다.
오죽하면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낸다’는 것으로 표상되었던 절해고도(絶海孤島) 변방의 섬이었지만, 스스로 교류하고 스스로 소통할 줄 알았던 자생의 지혜와 자치의 이념은 자웅을 겨루던 제국시대에 당당한 독립국가의 역사를 세워냈고, 부당한 침탈에 직면해서는 분연히 저항할 줄 알았던 용의(勇義)로 결집되었으며, 현세권력으로부터 떠밀려온 유배객들에 대해서는 다시 대지의 포용으로 품고 내재화하였던 것이 제주땅 평화의 연원적 내력인 것이다.
4.3의 뼈속 깊은 상처와 한(限)의 시름에도 불구하고, 이 보다 앞선 제주민의 평화에 대한 갈구는 반목과 대립의 사건을 용서와 화해, 관용과 승화의 새 역사로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언되었다.
마침내 ‘세계 자연유산의 섬’으로 인정되었다.
지배와 수탈의 굴레를 떨쳐나와 4․3의 평화적 해결정신으로 거듭남의 미래를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평화와 상생의 살림을 일궈오는 동안,
한켠에서 또 다시 제주의 역사를 억눌림과 압박의 굴레로 되돌려 밀어놓으려는
군사주의의 시도가 그것이다.
70년전 일제의 군사비행장 설치 이후, 이의 시도는 해방 이후에도 시대와 정권을 달리하며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급기야 지금의 해군전략기지 건설시도라는 결절점으로 봉착케 했다.
지금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가 오랜 세월 점철돼 온 군사주의의 시도를 마침내 청산하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섬으로, 기회의 역사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갈등과 어둠의 ‘위험의 역사로’ 되돌려지느냐 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군사기지 건설시도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민주화 20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처한 민주주의의 왜곡된 현실을 절감하는 계기도 되었다. 여전히 국가는 주민의사위에 군림하며 형식논리에 사로잡힌 채 일방적 행보로만 군사기지 추진에 일관하고 있다.
우리의 군사기지에 대한 투쟁은 바로 국가권위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이자, 동시에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이곳에서부터 바로 세우기 위한 진정한 이 시대 민주주의 쟁취투쟁이다.


 


2.


우리는 지난 시기 해군기지, 공군기지 추진에 맞서 오면서 오랜 제주역사를 통해 흘러온 제주민의 평화에 대한 희구가 여전히 건재함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군사기지가 마치 먹잇감을 찾는 맹수처럼 제주섬 곳곳을 배회하는 동안, 안덕에서, 위미2리에서, 위미1리에서, 그리고 지금 강정마을에서 그 때마다 일어서는 평화의 의지와 제주공동체의 힘을 확인하게 되었다.
사제단 단식과정에서 매일 이뤄진 아침, 저녁미사에 만석을 이루는 신자들의 참여열기를 통해, 목회자 금식기도회에 참여한 시민의 눈물을 통해, 국회의원의 단식장에 이어지는 연대의 행렬을 통해, 평화의 섬 제주의 희망을 확인하게 되었다.


동시에 우리는 평화의 섬 제주를 이끌어나갈 주체는 더 이상 정부도, 제주도 당국도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15년 동안 이어져 왔던 제주평화의 섬 지정논의의 핵심논제인 ‘비무장-중립화’명제가 군사기지 추진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주창했던 지식인과 정책입안자들은 단 한 마디의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이 평화의 섬 정책과 양립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의 근거를 요청하는 공개질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답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마저 평화포럼을 통해 동북아평화체제의 핵심이 군비통제와 다자안보에 있음을 역설하였지만, 바로 이 곳에 군사전력을 증강배치하는 분열적 행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태환 제주도정은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며 평화의 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평화의 섬 비전에 무능함만을 드러내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군기지 유치에 나서는 경박함만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이 정부와 제주도 당국에 평화의 섬 제주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제주 평화의 섬의 미래는 제주도민 스스로가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제주 미래의 희망은 오로지 ‘평화’에 있고, 제주발전을 끌고 나갈 리더십도 바로 ‘평화의 리더십’이어야 함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리더십의 실체는 바로 도지사 한 사람도, 국회의원이나 몇몇 정치세력이 아닌, 바로 제주도민의 평화의지에 있음을 우리는 소중한 성과로 받아안게 되었다.


 


3.


“조화석습 (朝花夕拾), 아침꽃을 저녁에 줍지 않는다“.
우리는 군사기지의 도전으로 지금 도래한 이 위기를 평화의 섬 제주의 실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기회’로 삼고자 한다.
우리는 실제로 군사기지 저항과정에서 제주의 희망을 보았다.
위기에 대한 조급한 좌절보다는 그 희망의 기운으로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더 이상 평화는 무형의 가치나 추상의 언변이 아닌,
바로 제주미래를 밝힐 현실적 실체요 제주발전의 핵심 키워드임을 증명해 나갈 것이다.


그 동안 각개행보로 군사기지 추진에 저항하고, 평화를 말해왔던 모두가
이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종교계, 지역주민, 지식인, 시민사회의 평화역량을 결집한 범도민기구가 오늘 출범하게 되었다.
오늘 이후 우리는 당면한 군사기지 건설시도를 저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면서,
이에 그치지 않고 제주 평화의 섬의 실체를 만들어나가는 평화주도역량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평화는 평화가 지킨다는 평화의 논리로, 생명의 논리로 제주를 지켜나갈 것이다.


 


2007. 7. 3


평화의 섬 제주를 염원하는 모든 도민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