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해군기지 도민 대토론회가 학생문화원에서 열렸다. 가기 전까지는
그다지 큰 행사인줄 모르고 지난주에 갔던 세미나 정도의 규모를 생각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학생문화원 주변의 수많은 차들에 한번 놀라고, 행사장
안의 많은 인파에 두 번 놀랐다. 확실히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가장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는데 솔직히 후반부에는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바람에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토론회를 보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걸 토대로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토론회가 1,2부로 진행된 것과 같이 해군기지는 크게 군사적인 측면과
지역적인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일단 군사적인 측면부터 내 생각을 써 보겠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주변의 나라들을 고려하면서
지도를 살펴보면 제주도가 꽤나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평화의 섬으로도 지정하고 여러 평화포럼이나 정상회담 등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제주도가 군사적 요충지가 될
지리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 이후 남한과 북한이 분리되고, 6.25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북한을 제1의
적으로 생각하고 군사력을 키워왔다. 그래서 전방과 후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쉽게 전방은 서울 북쪽의 휴전선 부근을 생각하고 후방은 전남, 경남
지방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북한만을 보았을 때의 제주도는 저 멀리 아래에 동떨어진 섬일 뿐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햇볕정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세기 이후에 남북한은 화해적인 무드로 접어들면서 점차 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오로지 북한만을 상대하는 것만이 아닌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결국 제주도가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적어도 지리적으론 말이다. 그런데 이때에 해군기지나 공군기지의 장단점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김성전 군사평론가가
말했던 “해군기지는 방어적인 기지고, 공군기지는 공격적인 기지이기 때문에 제주도엔 공군기지가 더 어울린다”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해군기지가 생기면 한미일을 중심으로 중국을 적으로
돌린다는 그런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1세기 사회에서 누구는 동맹국이고 누구는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버려야 할 것이며, 오히려 중국과
일본, 조금 멀리는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 자주국방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은 것 같다.
자, 이제 그럼 지역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자. 사실 2부 토론은
조금 답답했던 것이 양쪽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대한 얘기가 특히 그러했는데, 양쪽 다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제주도의
경제발전. 그런데 해군기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각자 자신들이 조사하여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만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것은 좀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라는 두 키워드의 충돌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함께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솔직히 톡 까놓고,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생긴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그것을 알까? 물론 조사하면 다 나오겠지만, 나만 하더라도
진주만이 하와이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평화의 섬에 군사기지가 들어올 수 없다 말하는 것은 오히려 평화의 섬이라는
표제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어제 토론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환경에 대한
얘기가 빠진 것이다. 막판에 지루했다고 앞에서 언급했는데 그것은 곧, 뒷부분 토론은 사실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래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환경에 대한 토론자들의 얘기는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없었다. 사실 아무리 작은 규모라고 하더라도 꽤나 큰 시설물이
들어오는 것인데, 거기에는 필히 환경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돈의 논리에 의해 경제가 발전하고 어쩌고를 하기 이전에 제주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화순 인근 지역의 환경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먼저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