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케이블카 환경보전의 대안인가?
케이블카 현지답사 보고서
우리가 흔히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것을 다른 말로 ‘삭도(索道)’ 또는 ‘Rope Way(로프웨이)’라고 같이 쓰고 있는데, ‘삭도(索道)’와 ‘Rope Way(로프웨이)’는 같은 개념입니다. 둘 다 기둥을 세우고 쇠줄(와이어)를 걸어서 쇠줄에 무엇을 매달아서 운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Rope Way(로프웨이)’에 무엇이 매달리느냐에 따라 케이블카가 될 수도 있고, 스키장의 리프트도 될 수 있는 것이죠. 제주도에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 ‘로프웨이’는 사람을 수송하는 차량형태의 물건을 매다는 것이기 때문에 ‘Rope Way(로프웨이)’라고 포괄적으로 부르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케이블카’로 부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케이블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적제약이 있던 케이블카의 시설제한이 완화될 기미를 보면서 제주도가 다시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라산 로프웨이 타당성 검토를 위한 테스크포스팀(이하 T/F)’이 만들어지면서 2000년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케이블카에 대해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도가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라산 탐방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카를 만들어 탐방로 이용에 따른 훼손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케이블카의 운영수익을 통하여 한라산의 보전관리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최근 ‘T/F팀’에서는 다른 지역에 건설된 케이블카를 답사하면서 한라산의 케이블카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내장산 케이블카와 통영 케이블카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위에 내건 두 가지 목적을 케이블카를 통해서 이룰 수 있을까하는 점을 검토하기 위해서 말이죠. 내장산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인 내장산에 만들어진 케이블카입니다. 만들어진지 30년 가까이 되는 비교적 초기의 모델입니다. 한라산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국립공원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답사지로 선택되었습니다. 또한 국립공원측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고 있어서 케이블카의 운행으로 인해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통영케이블카는 작년에 만들어져 운행되고 있는데 통영관광개발공사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고 통영시에서 담당 공무원이 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내장산 케이블카
통영 케이블카
내장산 케이블카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까닭에 국립공원의 탐방로 훼손방지와는 거리가 먼 오로지 개인의 영리추구에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케이블카의 종점부는 상인들이 무질서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음식물들을 파는 상가에는 내는 노래소리 등 소음과 음식물을 팔면서 생기는 폐기물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종점부는 전혀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맨 땅이 그대로 드러난 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터라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법규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얼마 안 되는 과태료를 내고 운영은 그대로 유지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설명: 통영케이블카 종점스테이션 )
(사진설명: 통영케이블카의 종점에 위치한 상업시설)
통영 케이블카는 운영 첫해에 수익을 4억원을 내어서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 환경보전을 목적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통영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통영 케이블카가 새워진 미륵산은 예전에는 사람이 거의 찾지 않았던 산으로 케이블카를 놓으면서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한라산에 세우려고 하는 케이블카와는 목적자체에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케이블카의 케이블을 지지하게 위해서 세워진 기둥은 높이가 53m로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어 경관적으로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케이블카의 종점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각종 시설들이 증가하고 있었고, 정상부분의 훼손을 가속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상부근에는 데크시설이 되어 있어 표면적으로는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고 보이지만, 각종시설을 하면서 생기는 소음과 사람들이 좁은 지역에 많이 집중되면서 생기는 동물들에 대한 피해는 정확한 모니터링이 수반되지 않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사진설명: 케이블카 이용이 많아지면서 정상부근에 추가공사 진행중)
(사진설명: 정상부근에 집중되는 탐방객, 관계자는 평상시에 비해 매우 한산한 상태라고 함)
이 두 곳을 답사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까지 환경보전을 위해서 세워진 케이블카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도 크게 기대할 수 있지 않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통영 케이블카 관계자는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유인효과가 생겨서 예전보다 통영경제에 활력을 증대시켰다고 하지만, 한라산의 경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서 오히려 몸살을 앓는 경우이기 때문에 유입효과를 기대하면서 건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한라산의 경우는 통영이나 내장산과는 달리 영실오백장군과 선작지왓을 거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타당하다고 나와 있어 경관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케이블카의 시점과 종점에 대규모 탐방객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선 시점부근에 대규모 주차장이 건설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점부근에 많은 사람들이 집중된다면 통영의 경우처럼 지하로 관로를 묻어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송해야 하고, 윗세오름 지역에 대규모의 편의시설이 들어서야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여전히 무엇을 위한 케이블카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환경보전과 경제적 이익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합니다. 환경보전을 위한 방안으로 케이블카를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탐방로를 걸어서 탐방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고 한라산의 환경보전이 더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케이블카를 놓으면서 정상부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좌시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측면에서도 케이블카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모든 국립공원에서 취해지고 있는 무료입장료 정책이 오히려 도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한라산 탐방객을 급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한다면 입장료 수입을 통해서 충분히 한라산을 보전하기 위한 관리비용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통영 케이블카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케이블카의 건설과정과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비해 운영수익은 매우 미약합니다. 통영케이블카보다 더 길고 환경적으로 더 민감한 한라산에 수익을 얻기 위해서 케이블카를 건설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진설명: 통영 케이블카,중간탑의 높이는 53m이고, 하부에 식생파괴)
(사진설명: 통영 케이블카의 시점부, 주차장 등 대규모시설 필요)
결국 한라산의 케이블카는 어느 하나의 목적과도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라산의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탐방객 수용능력을 더욱 엄정하게 산정해서 보전을 위한 조치들을 선행하면서, 시설적인 대안들은 차후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T/F팀’의 논의를 거쳐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문제가 내년 중에 도민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될 전망입니다. 한라산을 보전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