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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5년 동안 이 땅에 계셔야 합니다


5년 동안 이 땅에 계셔야 합니다


무소유. 요즘 법정 스님이 떠나고 난 뒤 우리들의 화두다. 스님이 떠나고 난 뒤의 세상은 어떻게 변했는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고 적멸이다. 법정 스님 이외에 숫한 성현이 오래 전부터 허무를 말했다. 그러나 진정 가지려면 주어야 한다고 했다.(將欲取之 必固與之) 비워야 채워진다고 했다. 덜 가지려고 해야 더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인생 평균 80년은 길게 느껴질지 모르나 30,000일에 불과하고 결국 우리는 이 세상 잠시 머무르다 가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바쁜가. 무슨 욕망이 그렇게 크단 말인가.

그렇게 우리는 잠시 욕망 구조를 나무랄 것이다. 잠시 들떠 있다가 우리의 욕망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가져야 행복해진다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무언가를 부지런히 만들어 놓아야 후손들이 먹고 살 터전이 마련된다고 하는 그 말씀은 거짓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먼저 챙기고 보겠다는 이 자기중심주의가 우리 후손이 살 세상을 얼마나 흔들어놓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온나라가 삽질 중이다. 4대강을 철저하게 죽여가면서 건축과 토목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현 정권이 뒤집어 놓고 난 뒤 후손들이 이를 복원하는 데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3년 뒤 땅을 쳐도 되돌릴 수 없다. 그렇게 해 먹은 정권의 중심세력은 이 땅을 뜰 것이다. 권력의 종말이 죽음과 죽임인 것을 안 이상 이 땅에 머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스위스나 미국의 자본주의 품에 안겨 가련한 조국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포도주잔을 기울일 것이다. 절대 5년 집권 기간만큼 임기 후 5년 동안은 해외 도피를 막아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가 될 것이다.

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저류지 공사, 하천 정비사업, 번영로 확장으로 제주 온 땅을 뒤집어 놓고 죽였다. 토목 도지사의 끝에는 파탄난 제주도를 감추기 위한 대규모 쇼가 진행되었으니, 바로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아닐까. “자 봐라. 아름다운 제주도가 남아 있지 않니?” 하면서 삽질의 이익을 두둑히 챙겨 제주도를 뜨지 않을까. 아무튼 대통령을 이 땅에 잘 보호해야 하듯이, 도지사 10년 집권 기간만큼 임기 후 10년 동안은 해외 도피를 막아야 한다.

지방자치를 모독했던 도지사가 3선을 포기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토목 건축을 부르짓는 후보들이 도처에 있다.
아직도 제주에는 무수한 개발의 함성이 메아리친다. 강정 해군기지, 한라산과 비양도 케이블카, 모노레일, 그리고 4차선 도로공사와 구도심권 개발 등.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개발의 목소리만 들끓는다. 이것들이 제주를 잘살게 만드는 방법이고, 특히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금의 우리와 후손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처럼 선전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나 일자리가 창출되었는가. 여직껏 거짓말만 한 것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 개발과 이익만 좇는 후보들을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그들은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일방적인 ‘전파’만 할 뿐이다. 그들은 소통할 줄 모른다. 현 정권과 제주도가 꼭 닮은 모습니다.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조직을 구성하여 그들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민의 정당한 행동이다. 그래야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다”(노엄 촘스키) 젊은이들이 나서서 정규 일자리를 달라고 외쳐야 준다. 6개월짜리 인턴제를 거부해야 정규직을 늘릴 수 있다. 장난치지 말라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하듯이, 우리의 젊은이들도 정부를 향해 “장난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개콘의 개그맨이 말하듯 “국가가 해 준 게 뭐가 있어”라고 말해야 한다.

이제 더이상 무자비한 개발이 산과 바다를 망치는 데까지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 인공자연을 만들어 놓고 파괴를 교묘히 감추는 우리의 문명을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는 청계천을 복원해 놓고 환호하는 바보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이제는 ‘자연의 맹위를 극복하는 것이 곧 문명의 진보’라는 화두는 끝났다. 지속가능한 개발도 허구일 뿐이다. 지속가능한 보존만이 진실이 된, 문명의 벼랑 끝에 우리는 서 있다. 덜 먹는 것이 더 먹는 방식이고, 덜 갖는 것이 더 갖는 방식이다. 욕망의 무게를 줄여나가야 한다. 저 자라나는 귀여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허 남 춘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제주참여환경연대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