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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에 새로 지어진 산성(山城)을 보셨나요?


환경과 평화, 그리고 슬로시티
중산간에 새로 지어진 산성(山城)을 보셨나요?



며칠 전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불교환경운동을 하는 그 친구는 수경스님을 도와 4대강 반대 성명을 썼다고 하면서 다음의 글을 보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우리 국토, 생태와 자연, 생명을 위해서도 막아야 하지만, 이것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토건카르텔은 수 조원을 축적하고 카르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여, 일본의 자민당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집권을 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지자체도 토건카르텔을 형성하여 지방 토호세력의 이권을 정당화하는 제도로 거의 전락한 상황에서, 이마저 진행될 경우 건설사와 관료, 토호세력의 유착과 부패로 이 땅의 민주주의도 끝장 나고 경제도 위기에 놓이고 부패는 더욱 구조화하고 일상화하리라고 봅니다. 복구비가 거의 10배 이상 들기에 어쩌면 토건카르텔은 복구까지 염두에 두고 속도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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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그렇다면 4대강 사업 비판의 초점은 환경과 생태와 함께 토건국가 해체에, 운동의 목표는 4대강사업 중지가 아니라 조속 중지로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모두가 힘을 다해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생명이 죽기 전에, 더 토건카르텔이 뿌리 내리기 전에, 더 이 땅의 복지와 교육이 4대강 사업으로 고갈되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제주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만 할 것인가. 제주는 강이 없어 이 환란을 피해가니 다행스럽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강이 없으니 하천에 대규모 토건사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제주도민은 편안하다. 제주도는 한라산만 걱정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계곡 하천 주변도 한라산 자락이고, 거기 또한 세계자연유산 지역이다. 5,000년 동안 없었던 대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놀랄 일이다. 그것이 바로 저류지 공사다.

KBS가 지난 해 말 이 ‘저류지’에 대해 일갈했다. “수백 억 원이 공중에 날아갔다”고 한숨을 쉬었다. 나리 태풍 피해를 겪은 후, 하천으로 흘러드는 엄청난 수량을 줄이기 위해 저류지가 필요하다고 서둘러 공사를 했건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결론이었다. 왜 그런가? 이 저류지는 해발 100m 미만에 두어야 하는데 해발 200-300m에 설치되고 있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는 보고였다. 지자체 담당자는 100m 미만의 지역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중산간 위쪽에 저류지를 설치했다고 하는데, 그 비탈에는 물을 가둘 능력이 없는데도 공사를 한 셈이다. 태풍에 큰 효용성이 없는데 왜 했는가? 그게 전시행정이다. 그리고 때마침 국가에서 토목공사를 하라고 엄청난 자금을 내려보냈으니 하늘이 내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던가.

가 보았는가? 그 저류지를. 듣기만 했던가. 병문천과 한천 중상류로 한번 가 보시길. 5000년 역사에 보지 못한 엄청난 산성(山城)이 거기 새로 지어지고 있다. 왜구를 막으려던 환해장성은 애들 장난이다. 제주목을 둘러친 읍성은 장난감 블록 정도다. 명박산성은 위대하다. 제주에 있으니 이를 태환산성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자금성이나 만리장성을 떠올릴 정도로 웅장하니, 우리 시대의 이 건축술에 대해 우리는 찬사를 보내야 할 일이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사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홍수를 막는 데에 소용 없는 저류지를 해 놓았다가 더 큰 물폭탄을 맞을 제주시 하류를 걱정한 때문이다. 그 물로 인해 또 다른 침수지가 생길 것을 걱정한 때문이다. 그 무자비한 공사로 제주의 아름다운 산하를 망치고, 얼마 후 복구비로 10배가 넘는 공사비를 쓰게 될 후일이 걱정된 때문이다. 토건카르텔이 더욱 완고한 힘을 비축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압살할 것이고 제주의 지방자치를 위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토건세력과 토호세력이 유착하여 이 땅의 건전한 경제를 송두리채 망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악몽 때문이다.

그 토목건축비가 교육과 복지에 쓰였다면 어땠을까. 잘못 만들어진 길을 복원하고, 중산간의 난개발지역을 복원하고, 하천을 본래의 모습대로 흐르게 하고, 복개를 걷어내고, 쓰레기를 함부로 산천에 투기하지 않는 노력을 위해 그 돈을 썼다면 어땠을까. 제주가 이토록 바뀌는 아픔을 외면하면 편히 살텐데, 그 산성을 보러가지 않았다면 조금은 편히 살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 여러분도 제발, 그 산성을 보지 말길 바란다.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눈감고 그냥 살기 바란다.

허남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