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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평]제11회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한 논평

  •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제11회 세계 물의 날이다.

    지난해 유엔은 2003년을 '세계물의 해'로 지정하면서 '2002 물 부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물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경우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3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평균 강수량 973mm보다 높은 연평균 강수량 1,283mm이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리비아, 이집트, 벨기에, 폴란드 등과 함께 물 부족 국가로 보고된 바 있으며, 우리 나라의 일부 지역에서는 상습적인 물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엄청난 물 부족 문제는 제주사람들에게 있어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제주사람들에게는 물 문제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물이 귀한 제주사람들에겐 지하수는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이다. 따라서 지하수를 절약하고 지하수를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제주사람들에겐 사활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지난 '70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제주의 지하수 개발은 2002년 말 현재 개발량 148만6천 t (지하수공 4832공)으로 지하수 적정개발량(168만9천t)의 88%가 이미 개발되면서 제주시, 서귀포시, 남원읍, 대정읍 등의 지역이 적정개발량을 초과했다고 한다. 이는 개발 이용에 따른 지하수위 하강, 해수침투, 대수층 교란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그동안 제주도의 물관리 정책이 이용 중심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제주의 중산간 지역은 지하수 형성과 함량에 절대적 영향을 주고 있는 이른바 대수층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중산간 지역에 대한 지하수 함량, 오염 문제는 실제 연구 조사 과정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 배제된 상태다. 이는 최근 중산간 지역에 각종 개발과 골프장 증설로 인한 지하수 영향을 낙관하는 제주도의 개발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중산간 지역의 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골프장 계획만 보더라도 해발150에서 600고지 사이 1천여평에 이르는 골프장 개발(25개소)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2002년 말 현재 8개의 골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 사용량이 월 평균 15만2천 t, 앞으로 개발 될 24개 골프장 물 사용량을 예상하면 월 평균60만8천 t(연간 729만6천 t)과 특급호텔, 목용탕, 과수원, 대규모 리조트 단지 등에서 사용되거나 사용될 지하수 사용량을 고려하면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골프장 농약사용에 의한 지하수 오염, 골프장 개발에 따른 차수막 설치로 인한 지하수 함량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이렇듯 제주의 중산간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골프장 증설 계획은 지하수 고갈 및 오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뿐이 아니다. 제주의 곶자왈 지역은 지하수 형성과 함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우시 지하로 곧 바로 스며들기 때문에 지하 침투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또한 곶자왈 지역은 물기를 항상 머금고 있기 때문에 식생분포와 밀도에도 영향을 주는 등 식물생태계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곶자왈은 지하수 형성과 함양에 절대적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GIS 등급 지하수보전 2등급에 해당돼 개발사업에 의한 곶자왈 지역의 훼손은 물론 지하수 고갈과 오염이라는 2차적인 환경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도내 환경단체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분들이 제주도가 추진한 지리정보시스템에 의한 보전지구 지정이 완화되면서 GIS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상실했다는 지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하수 보전을 위해서라도 곶자왈 지역에 대한 개발은 이제 더 이상 허가해서는 안된다.

    제주의 지하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하수 오염과 고갈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이 때 도 당국이 '지하수 사용 억제'라는 물관리 정책과 정면 위배되는 개발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제주도의 지하수는 도민의 생명수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자산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무작정 뽑아내 고갈시켜 버린다면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 도 당국은 지하수 사용량 억제를 위한 기존 시설의 지하수 사용량 억제, 지표수 및 용천수의 개발·이용확대라는 일관된 물 관리 정책에서 보다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고갈시키는 골프장 건설은 더 이상 억제해야만 한다. 그리고 골프장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제의 완화보다 물 사용량과 비료·농약의 사용량에 대한 특단의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

    - 제주지역의 지하수 개발이 적정개발량(168만 9천톤)의 88%를 넘어서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제주가 매우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는 지표이다. 따라서 지하수 사용량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제2차 종합개발계획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근거한 각종 개발계획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끝으로, 제주도는 섬이면서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수자원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자원종합관리방안은 지하수를 보호하고 보전하데 일차적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 특히 제주도의 수자원은 고갈이나 오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지하수 총량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2003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