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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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정부여!, 투자를 멈춰라!"

  • 필리핀, 한국정부 철도확장으로 5만가구 희생될 전망
    민주투사 아로요 대통령
    부정선거, 인권탄압등으로 ‘탄핵’운동


    ‘고통받는 아시아 민중’의 현장에서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부터 시작해야 겠다.


    연수 마지막 날이자, 필리핀 일정 3일째에 연수단은 ‘남부철도(South Rail)' 지역을 방문키로 하였다.


    하지만 연수단 중 7명만이 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절대빈곤의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생활을 살피는 일에 ‘우루루’ 몰려 가는 일이란, 그 어떤 선의라 할지라도 그곳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처지의 비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그들의 삶이란 그야말로 하늘을 지붕삼아 사는, 목숨이 붙어 살아 있을 뿐이다.


    풍찬노숙하는 그들의 삶은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우연히 철로에 걸쳐진 한쪽 팔이 때맞춰 지나가는 열차에 의해 잘려나가고 마는 빈번한 비극의
    일상을 견뎌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곳까지 찾아가진 못하였다.


    그 보다는 좀 나을까?


    철도사업으로 도시에서 강제 이주된 철거민 정착촌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 곳 정착촌의 인상은 한 마디로, 문명으로부터 강제 퇴출되어진 소외의 현장이다.


    올해 5월 강제이주 되어진 정착촌은 대략 1만2000가구가 집단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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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이주 댓가로 정부에서 제공한 임대주택의 내부. 벽과
    지붕 외에 창문 등은 스스로 만들어 달아야 한다.
     
    강제이주의 댓가로 국가가 그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시멘트 블록위에 양철지붕이 얹혀진 집 한 채가 고작이다.


    외벽 마감은 커녕, 태풍이라도 한 번 지나가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이 집들에 보통 4~6인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집은 집안 바닥이 그냥 맨땅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임대’의 조건이다.


    임대료는 250만원 정도 하는데 30년후 상환해야 한다.


    30년 임대상환이라면 뭐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이 곳 사람들의 하루 벌이가 약 350페소(7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하루
    먹고 사는일도 너무나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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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착촌에는 변변한 학교, 병원 등 어떠한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지 못하다.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학교가 한 군데 만들어졌긴 하지만,
    700명만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에는 선생님도 절대 부족하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그나마 학용품조차 쓸 처지가 못된다. 때문에 거리에는 방치된 아이들이 넘쳐난다.


    병원시설 하나 없어 혹시라도 몸이 아프면 2~30km 떨어진 인근병원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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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착촌 배수관 공사. 배수관이 오히려 배수를 차단해 지난
    우기 때 홍수를 겪어야 했다.
     
    이 정착촌 경계로 붙어 있는 쓰레기매립장의
    폐수가 바로 집옆으로 흐르고, 매립장 침출수가 섞여나오는 물을 퍼올려 마시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의료시설은 시급히 갖춰져야할 생존의 비상구로
    보인다.


    가이드에 의하면 우리 돈 월 30만원이면 이 곳에서 보건소 4개소 정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날 눈물이 그렁한 채 병들어 겨우 잠든 갓난 아기를 품에 안은 어느 모성의 애처로운 호소를 접해야 했다. 비가 오면 홍수를
    겪어야 하고, 일상에선 쓰레기 매립장의 악취와 배고픔, 혹시나 찾아 올 질병의 위협 따위를 늘 견뎌야 하는 이 곳 사람들의 삶에 아직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이곳 정착촌의 대표자는 쓰레기매립장 악취문제해결을 정부에 건의했다가 사설매립장에 고용된 청부업자로부터 끊임없는 살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서도 아이들의 발랄함은 계속된다.


    지구상 어디서건 아이들과의 만남이란 모든 조건을 초월해 자연스럽게 맞닿아 소통으로 이어지는 생동의 연대이다.


    나와 함께 엄지 손가락 놀이를 하다 헤어짐의 서운함을 합장의 의젓함으로 대신했던 태국의 소년, 밝은 미소와 함께 고원의 산책을 함께했던
    6살의 양츠이, 그리고 이 곳 필리핀 가난과 고통의 터전에서조차 그 생동의 연대감을 과시하려는 듯 잠깐이나마 머무는 시간내내 눈짓과 웃음으로
    상대해 준 11살의 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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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은 이 곳에서도 밝기만 하다. 오른쪽 부터 알렉스,
    그레이손, 올리베르와 함께.
     
    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생존의 무게감과
    세상의 고통을 알게되어질 때, 그들 앞에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서있어야 하나.


    # “한국정부의 철도사업 투자, 보류되어야”


    약 5만가구가 강제이주되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핀 남부 철도사업에는 한국정부가 약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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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빈민의 주거권 운동을 벌이는
    '테드'씨.
     
    그러나 도시빈민의 주거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테드(Ted Anana)씨는 “한국정부의 투자계획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얼마 전 ‘막사이사이’상 수상차 필리핀을 찾았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도 똑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강제철거 이주자들의 주거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철도사업사업의 추진이란 곧 이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는 1986년 이른바 ‘피플파워(People's Power)'의 성과로 다음해 주거관련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빈민들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국가는 생계유지를 위한 구직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철거 과정에서도 엄격한 사전협의와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는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벌칙조항이 있지만, 이 법을 안지켰다고 담당 관료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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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민 정착촌 내부의 주거환경.
     
    우리가 방문했던 강제철거민 정착촌은 이의
    실상을 그대로 낱낱이 보여줬던 것이다.


    마르코스 독재치하에서는 주거권 운동 자체가 범죄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관련법 조차 엄연히 있는 지금도 도시빈민들의 주거권은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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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 강제 이주된 철거민 정착촌
    모습.
     
    인권단체 소속인 임마뉴엘(Emmanule
    Amistad)씨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5명 중 1명은 굶주림에 처해 있다.


    210만명이 기아상태에 있으며, 사망자의 54%가 적절한 진료를 받지못해 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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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민 정착촌에서 연수단을 맞기 위해 모여든 주민들.
    그들은 실업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호소했다.
     
    건강보험 예산은 전체예산의 1.3%로
    최저수준이며, 교육비 지출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전력산업 민영화로 국민들은 전기공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세금은 증가하는데, 공공투자와 복지예산은 점점 축소되어지는 추세라 민생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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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운동 기념재단 앞에 있는 민주화운동 희생자 벽.
    여기에는 60년대 이후 희생자 중 151명의 이름만이 새겨져 있다.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민주화운동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국민들의 삶은 악화일로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그나마 이뤘던 정치 민주화도 더욱 교묘해진 탄압통치로 회귀하고 있다.


    # 4년 동안 시민운동가 700명이 살해 당해


    필리핀의 시민사회 운동은 일찍이 60년대 초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시민사회가 9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인 형성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것에 비추어 필리핀은 훨씬 앞선 경험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필리핀의 시민사회가 조직적 기반을 갖고 활성화된 것은 80년대 이후이다.


    1965년 집권 이후 강력한 독재로 일관하던 마르코스 정권이 1983년 아퀴노 암살사건에 대한 국민저항과 1984년 선거를 의식해
    유화정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각종 사회운동세력이 비로소 조직화, 활성화되는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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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타약 민주화운동 기념재단 내부의 상징벽화. 재단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기념관을 조성하고 있지만 재원이 없어 시민운동가들이 직접 작업현장에 나서고 있었다.
     
    여기에 1986년 대통령 선거과정의 선거결과
    조작은 마침내 국민의 폭발된 궐기양상으로 이어졌고, ‘민중의 힘(People's Power)’이라 명명된 2월의 민주화 항쟁으로
    결과하였다.


    이는 마르코스 정권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나타난 경제정책의 실패와 권력의 부패, 아퀴노 암살사건과 선거부정이 만들어낸 국민적 대변혁이었다.


    이러한 필리핀의 오랜 시민사회의 경험과 아시아에서의 선험적 민주화운동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민주주의의 억압과 인권탄압은 더욱 교묘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직권으로 집회 사전허가제 등 국민통제를 제도화하고, 2004년에는 예전에 없던 ‘주민등록제’의 실시로 국민 모두가 잠재적인 불법시위
    가담자로 검열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임명직 대부분을 정권 측근인사들로 채워 지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총기소지가 허용된 필리핀 사회에서 2002년 이후 700명 이상의 시민활동가가 백색테러에 의해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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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착촌의 대표는 주거환경 문제를 제기했다가 끊임없는
    살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집에 입구에 붙여진 기도문.
     
    얼마 전에는 군부에서 3년안에 필리핀 사회의
    민주주의 인권 시민단체를 와해시킨다는 내용을 포함한 ‘3개년 계획’을 그것도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발표해 참석자들을 경악케
    했다.


    여기에는 종교단체 관계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어느 나라보다 앞선 시민사회의 경험과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필리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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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사회운동의 지도자격인 '딩키'씨. 그녀는 아로요
    이전 에스트라다 정권의 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 사회운동의 지도자 격인
    딩키(Dinky Juliano-Soliman)씨는 이를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60년대부터 각 지역과 부문을 기반으로 성장한 시민사회운동이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본래의 비판기능이 상실되었고,
    사회운동 지도자들이 정계로 진출하면서 민주주의와 정권의 ‘퇴행’을 감시하고 견제할 비판기능을 상실한 것이 큰 원인이다.


    두 번째는, 때문에 더욱 교묘한 형태로 나타나는 정권탄압에 맞설 수 있는 조직되고 통합된 시민사회 역량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필리핀의 사회운동 측면에서만 본 것으로 다른 경제사회적 요인 또한 크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지난 10년여년의 시민사회 성장, 그리고 최근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의 위기가 얘기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남의 얘기가 아닌 듯 싶다.


    # 탄핵위기 몰린 아로요 정권


    필리핀은 지난 4월과 5월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겪었다.


    2004년 대통령 선거결과 조작의혹이 작년 말 관련 녹음테잎이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결과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금 국민적 사퇴요구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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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조직운동단체 대문에 붙어 있는 '탄핵'
    포스터.
     
    이에 아로요 정권은 올해 하원 전체를
    해산시켜 버리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헌법 집회관련 조항의 직권개악 등 고도의 국민통제와 탄압에 나서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 자신이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투사출신이지만, 이제는 장기집권의 야욕으로 인권탄압과 불법자행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 저항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필리핀의 시민사회가 이를 아로요 정권의 부패와 탄압에 맞서는 제2의 ‘민중의 힘’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이 안서 보인다.


    ‘딩키’씨는 이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시민사회가 초심을 복원해 합심해야 한다”는 원론수준의 답변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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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들은 주로 펌핑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데 인접한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가 고스란히 섞여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고통받는 민중의 현장을 기반으로
    45년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해 온 필리핀의 시민사회의 저력은 또 다시 새로운 ‘피플 파워’로 터져 나올지 모른다.


    지금 아로요 정권의 탄핵운동이 이에 어떤 계기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