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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휴먼라이브러리_제주 점자도서관 관장 양예홍] "자원봉사자, 저희에겐 삶의 빛과 같은 존재들이죠."




- 3월의 휴먼라이브러리_제주 점자도서관 관장 양예홍 - 





"우와, 명함에 점자 어떻게 찍은 거예요?"

"아, 그거 점자도서관에 가지고 가면 해줘요."




3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점자도서관' 탐방은 고제량 이사님의 명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받자마자 명함에서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느낌. 뭔가 색다르기도 하면서, 사소하지만 누군가에 대한 배려까지 느껴지는 그 명함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사무처 식구들의 명함을 싣고 휴먼라이브러리를 위해 점자도서관에 방문하였습니다.



- 방문지 : 제주 점자도서관 (http://www.jbl.or.kr/)

- 방문일: 2015년 04월 01일

- 만난이: 제주 점자도서관 양예홍 관장님

* 인터뷰 중간중간 도서관에 대한 상세 정보들은 김찬수 국장님과 고명관 과장님이 추가 답변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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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오른쪽이 휴먼라이브러리의 주인공 '양예홍' 관장님이시고, 왼쪽으로 고명관 교육

                   정보팀 과장님과 김찬수 사무국장님이 인터뷰를 함께 도와 주셨습니다.




- 관장님, 관장님은 언제 시각을 잃게 되신 것인지...

- 10살 무렵이에요. 일출봉 아래에서 조개를 구워먹으며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는데, 통 속에 폭약이 들어있었나봐요. 그래서 시각을 잃게 되었습니다. 파편 조각이 몸에 박히기도 했고요. 다른 친구들 중에도 팔과 다리를 크게 다친 친구들이 있었어요.


- 아, 그렇군요... 그럼 점자도서관 얘기로 돌아가서.. 도서관은 개관한지 얼마나 되었나요?

- 만 11년이 되었습니다. 2004년 8월에 개관했어요.


- 도서관이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오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 오시는 분들은 어떻게 오나요?

  (제주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 복지관' 내에 있습니다. 위치는 '월평동' 입니다.)

-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는 있어요. 2번 공영버스가 오전에 2번, 오후에 2번 여기 바로 앞에서 내려줍니다. 그러나 버스가 부족하긴 하죠. 그래서 저희들이 차로 집에 귀가 시키기도 하고 데려오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차량유지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편이지요. 여기 일하시는 시각 장애인 분들 중에도 버스를 타고 직접 출퇴근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 점자도서관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 지금.. 사실 이 도서관이 서귀포에 1호가 있어요. 하지만 일반 도서관이죠. 우리는 2호에요. 주로 점자로 책을 발간하고, 전자도서나 녹음도서를 제공합니다. 시청이나 도청에서 나오는 공보물을 녹음하거나 점자로 만들어서 시각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도 하지요. 도내에는 2014년 말 현재 4257명의 시각 장애인이 있는데, 이분들 중 매월 200여 분에게 점자나 녹음으로 만든 공보물을 보내 드립니다. 제주도나 시의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시각 장애인들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요. 제주도 관광을 홍보하는 내용을 육지 복지기관에 보내는 역할도 합니다. 각 복지관에 제주도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 그렇다면 직접 제작하는 녹음도서나 점자책은 1년에 얼마나 되나요?

- 점자로는 50종 정도의 책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점자책은 일반 책들과는 달라요. 일반책 1권이 점자로는 5권 분량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수로만 세면 250권이 제작되는 것이지요. 녹음도서도 마찬가지에요. 1종의 책이 녹음되려면 4-5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50종이면 약 300개 정도가 만들어 집니다. 약시를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 확대도서도 제작하고 있는데, 약 20종 정도가 확대도서로 만들어 집니다. 확대도서는 보조기구를 사용해서 볼 수 있게끔 해 드리고 있어요.


- 그럼 점자나 녹음도서를 만들 때 책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세상에는 엄청난 양의 책이 출판되는데..

-  장애인 분들이 점자나 녹음도서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책을 가장 우선적으로 제작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대출 경향을 파악해서 도서를 선정합니다. 추리나 역사 소설류, 건강, 자기개발도서 등 요구나 대출 경향도 다양한 편입니다.


-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는 게, 점자도서로 만들어질 확률이 높은 거겠네요?

- 네, 신청해야 가장 좋습니다. 지금도 책 3권 정도의 의뢰가 들어와 있어요. 도서 의뢰가 들어오면 책의 내용을 일일이 컴퓨터로 타이핑 해야 합니다. 타이핑이 완료되면 1차 교정을 보고, 점자 규정에 맞게 편집을 합니다. 그리고 점자 교정을 한 뒤 출력을 하고 확인을 하면, 1종의 책이 완성되게 됩니다. 책은 빠르년 15-20일, 타이핑이 늦게 되면 1달 이상도 걸립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늦어지면 책이 더 늦게 만들어지게 되지요. 저도 구당 김남수 선생을 좋아해서 책을 신청해 두었는데, 순서가 계속 밀리고 있어요.


- 책을 일일이 타이핑 치는 것도 정말 많은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 그래서 출판사에 파일을 요청하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배포하고, 복제할 수 있는 '마라케스 조약'이 2013년 채택되었지만, 이것도 우리나라에서 발효되려면 의회의 비준이 필요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지요. 지금도 시각장애일을 위해서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출판사에 파일을 요청해도 10개 정도를 요청하면, 5개 밖에 오지 않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제주도는 더 안 올 수밖에요.


- 이 문제도 결국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한 문제네요.

그렇습니다. 파일 문제 뿐만이 아니에요. 시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시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이 수업을 들어요. 정부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요청만 하면 대부분의 도서를 점자로 만들어 줍니다. 장애인의 이동권도 열악해요. 미국은 이동권과 학습권을 보호해 주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너무 한계가 많습니다.  헬렌켈러도 교육기관이 없었다면 결국 짐승이 되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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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예홍 관장님



- 지자체 차원에서는 점자도서관과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 예전에 문화관광부에서 업무를 주로 할 떄는 꽤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협력의 대상이 지자체로 바뀌고 나서부터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 도서관에는 점자를 찍을 수 있는 기계가 한 대 있는데, 오래 되기도 했고 한 대로는 점자를 찍느데 한계가 있어서 도청에 점자기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러나 11년 쨰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요. 도청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이 도서를 몇명이냐 보냐며 예산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데, 이는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럴때마다 제가 "당신들은 전기불도 없고 캄캄한데, 머리로만 살아봐라... 얼마나 답답하겠는가"라고 주장하죠. 점자프린트는 정말 중요합니다. 지식으로 정보를 간직하려면 카세트 테이프로 듣는것보다 점자로 읽어가면서 복습하는게 매우 중요하지요. 연구를 할 때는 점자가 필요합니다.



"오래된 점자프린트는 글자가 멜라져 버리거나, 많은 양을 찍으면 중복되서 인쇄되는 한계가 있어요.

11년째 도청에 점자프린트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점자는 장애인들의 교육 기본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그렇다면 점자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 아까 말씀드린대로 점자프린트가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인력도 문제죠. 사람이 필요해요. 점자를 제작하려해도 전문적인 선생님들이 계셔야 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책 내용을 타이핑 하거나 낭독을 하는 자원봉사 선생님들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 필요한 실정입니다.


- 자원봉사자들이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 네. 이분들이 우리 도서관의 기본 베이스입니다. 현재 타이핑 해 주시는 분들은 1년에 약 200여 분 정도 되세요. 주로 중, 고등학생과 대학생입니다. 녹음/낭독 봉사를 하시는 분은 33명 정도 되세요. 3개의 녹음부스에서 오전, 오후로 1-2분씩 오셔서 봉사를 해 주세요.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80-90%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 그럼 자원봉사자분들 중 인상깊었던 분들이 계신가요?

- 박생규 선생님이라고 6년 동안 저희 도서관에서 녹음봉사를 해 주셨어요. 재작년에는 장한 장애인 대상도 수상하셨습니다. 다리가 조금 불편하시지만, 꾸준히 봉사해 주셔서 아주 감사한 분입니다. 낭독 봉사 얘기 하니까 손희자씨도 기억이 나네요. 이 분은 눈이 나빠지고 계셔서 낭독 봉사를 하고 계시지만, 나중에는 본인이 혜택을 받을 것 같다고 말씀하세요. 점자 봉사자 중에는 오자윤 학생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지만 고등학교때부터 5년 동안 꾸준히 봉사를 해 주었어요. 자기가 사서 읽은 책 중에 괜찮은 책을 기부하고, 타이핑을 쳐 주기도 했죠. 이분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삶의 빛과 같은 존재 입니다.


- 자원봉사 신청은 어떻게 하게 되나요?

- 사무실로 전화해 주시면 됩니다.


-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

- 나들이를 다니다 보면, 물론 계몽도 됐지만 시각 장애인들을 전염병자같이 피하는 분들이 있어요. 관점의 한계도 문제에요. 비장애인들에게 시각 장애인이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똑바로 곧장 가세요"라고. 그러나 직선으로 갈 수 있으면 장애인이 아닙니다. 물론, 직접 데려다 주신다고 시각장애인의 뒤에서 밀면서 가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런 안내법은 우리에게 핸들을 잡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비장애인이 반발짝 더 앞에서 우리를 안내해 주는 것이 가장 좋지요.


-  모든 것을 불가능으로 낙인찍는 시각도 힘든 부분입니다. 시각장애인도 환경만 되면 교수도 되고, 과학자도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각 장애인은 보충과 낭독만 해주면 불가능은 없어요. 미국같은 경우에는 시각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있어요. 조금만 도와주면 모든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정부 차원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장애인들의 교육 기본권이나 보행권에 대한 이해와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 정현정 대리님과 함께한 작은 라이브러리 ]



"점자와 관련하여 1급 자격은 모든 언어를 점자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제주도에 1급을 보유한 분은 한 분 밖에 없어요. 바로 여기 계십니다." 그 분이 바로 '정현정' 대리님 이셨습니다. 울산에서 직접 모셔 왔다는 정현정 대리님. 관장님과 함께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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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정 대리님                                 ▲ 점자프린트



- 점자는 언어별로 다 다른가요? 아니면 같은가요?

- 관장님: 점자도 언어와 마찬가지입니다. 국어, 영어가 다르듯이 점자도 언어에 따라 다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모양의 점자라도 세계에서 다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중국의 한자는 점자로 만들어 지지 않아요. 대신 영여의 발음으로 점자를 찍어서 공부를 하지요. 즉, 영어 발음이 중국어가 됩니다. 한자가 워낙 많아서...


-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컴퓨터를 사용하나요?

- 정현정 대리: 저도 시각 장애인이지만 업무는 컴퓨터로 합니다. 점자 파일의 경우 '한소네'라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텍스트 문서에 데이터 입력이 가능하지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아이패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대중화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비용이 5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요. 아무나 가지고 사용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에요.


- 정현정 대리: '센스리더'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컴퓨터에 센스리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화면의 내용이나 상황을 소리로 읽어주지요. 이런 기구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 그럼 이미지도 점자화가 가능한가요?

- 출력 결과 자체를 타이핑해서 포맷에 맞게 재창출하면 가능합니다. 단말기에서 듣거나 만지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요. 시각장애인들를 위한 소리영화, 소리만화도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