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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오름 기행] 쇠기오름, 소소름, 여쩌리 - 태양과 맞짱뜨다!


제주참여환경연대 8월의 오름 기행] 쇠기오름, 소소름, 여쩌리 -태양과 맞짱뜨다!


 쇠기오름1.jpg



  


올 8월은 더워도 너~무 덥네요.

그래도 매월 한 번씩 진행하는 정기 오름 기행을 빼먹을 순 없지요.

8월은 제주의 동쪽으로 가서 남원읍에 있는 쇠기오름, 소소름, 여쩌리오름을 올랐습니다.

웬만해선 이름도 처음 듣는 낯선 오름입니다.

 

제일 먼저 오른 오름은 쇠기오름으로 수망리 마을 뒤쪽으로 감귤밭을 통과하여 올랐는데,

비고 33m(^^)의 아주 가뿐한 오름이어서 금방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올랐나 싶게 오른 정상은 왠걸요! 주위의 오름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명당자리였습니다.

쇠기오름이란 이름은 송아지의 제주어인 송애기에서 파생되어 소애기로 변형되었다가, 소애기 소애기... 쇠기오름이 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자석1.jpg
 

쇠기오름에서 내려오는 길에 오래된 무덤을 보게 되었습니다.

벌초한지 꽤 오래된 듯 잡풀이 무성하게 올라와 있었지만,

무늬가 새겨진 비석과 단정한 두 개의 동자석이 지키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품위있는 무덤이었습니다.


동자석2.jpg

 

동자석은 무덤 앞 좌, 우편에 마주보거나 나란히 세워져 있는 석상을 말하는 것으로,

죽은 자의 시중을 들기 위해 살았을 때 좋아했던 술, 떡 같은 음식물이나

 꽃. 창과 같은 상징물 들고 서 있는 경우가 많운데,

이 곳의 동자석은 수저 또는 거울처럼 보이는 것과, 부채처럼 보이는 네모진 것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박물관처럼 박제된 곳이 아니고 원래 그 자리 그대로 예기치 않게 맞딱뜨리고 보니,

 음각한 눈매가 어찌나 정감있던지요...

 

여쩌리1.jpg
 


두 번째로 오른 오름은 여쩌리입니다.

올라가는 길목에서 수형이 사방으로 멋지게 뻗은 때죽나무를 발견하였는데,

이상하게도 바나나송이처럼 생긴 것들이 매달려 있더군요.

보기에 작은 꽃송이처럼 보이는 이 예쁜 것이 사실은 납작때죽진딧물의 집이랍니다.

충영이라고도 하는 벌레혹의 일종으로 벌레들에 의해서 자극이 생기면 나무가  부풀어올라

 벌레들의 방을 만들어주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벌레들을 쫓아내지 않고 방을 하나 내어주는 나무의 넉넉함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때죽납작진딧물.jpg

 

정상에는 작은 정자가 있어 더위를 피하면서 잠시 쉬었다가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각자 싸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도란도란 담소도 나누었고요.

하지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호랑이와 용을 조각한 석상은 조금 눈에 거슬리기도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오른 오름은 소소름으로 정상부근에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와 새가 무성하여,

마치 물 속을 헤엄 치듯이 하면서 걸어야했습니다.


소소름1.jpg


소소름땅바닥.jpg


‘억새와 새, 갈대’의 차이를 아시나요?

궁금하시면 한번 찾아보셔요. 당일날도 이것들의 차이을 묻는 회원님이 계셔서 열심히 공부를 했답니다.

예부터 제주에서 초가를 잇는 등 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한 것은 셋 중 과연 어느 것이었을까요?

쇠가 갸름하게, 가늘게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쇠+소름, 소소름이란 이름이 붙었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 오름은 대부분 소와 연관이 있어요. 목장이 성행하던 곳이었다는 증거이겠지요.

 

유난히 더운 올 여름, 그 여름의 절정 8월.

35도가 넘는 기온에, 키를 넘는 무성한 풀들, 발목으로 허벅지로 자꾸 들러붙는 진드기들..

아, 왜 8월에도 기행을 잡은 걸까요?ㅜㅜ

........


그런데 그것보다,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에 다 잊는건 왜일까요?

368개의 오름 중 하루 만에 삼봉을 올랐다는 뿌듯함만 남는 건 또 왜 그런 걸까요?

 

각각의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작은 오름 기행은 다음달에도 그 다음달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