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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11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제주참여환경연대 20대 회원을 만나다!






11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제주참여환경연대 20대 회원을 만나다!






푸른 봄날, 靑 春.

                                                                                           그리고 그 뜨거웠던 순간들..





배경.jpg



       ▲ 20대 청춘과 함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예진, 서지연, 강보배 회원







"한창 때네요"

"한 살이라도 어려서 좋겠어요"


라고들 합니다.

20대 청춘들을 만나면...

모두들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그땐 모르죠.

그 나날들이 행복한 시간들인지를...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내 인생...

마땅히 모아놓은 돈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생각들...



그래도 그런 고민들이 기틀이 되어

인생의 씨앗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휴먼라이브러리는 인생의 봄 날, 수많은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20대 회원을 만나고 왔습니다.

1000명이 회원 중 10여 명 남짓.

단체의 핵 중의 핵!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 일         시 : 2015년 11월 21일 11시

- 장         소 : 카페 비아제주(제주시 삼무로9길 11)

- 함께한   이 : 강보배, 박예진, 서지연 회원님

- 기         획 : 김미정 시민사업국장

- 글   /  사진 : 박유라 간사






 

만나서 반갑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 '참여환경연대 20대 회원을 만나다' 시작해 볼까요?


강보배 : 저는 강보배라고 하고요. 제주도의 각종 청년활동에 몸 담고 있습니다. 사실 아는 지인분들과 힘을 모아 제주청년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거기서 강연기획도 하고 행사기획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 제주도 토박이고요. 제주대학교 4학년 휴학중이기도 합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고 사회학 복수전공 중입니다. 지금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예진 : 아, 안녕하세요. 저 보배씨랑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배씨 사촌동생이랑 하께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한 번 만난적 있죠? 반갑습니다. 그때 들었을 땐, 공모전 준비를 정말 잘하셔서 소문이 자자했어요.


강보배 : 대학생들이 팀을 짜서 하는 전국 공모사업이 있는데, 저희 팀이 제주에서 두 번째로 다녀온 팀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싱가포르랑 홍콩을 다녀왔어요. 한창 그 쪽에 MICE산업이 잘 나가던 때였거든요. 제주도의 MICE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조사하는 내용이였어요.


박예진 : 저도 네 명이 지원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어요.


박예진 : 저는 박예진이라고 하구요. 참여환경연대는 작년에 친구따라서 봉사활동 하다가, 올해 취직을 하게 되면서 후원회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금악초 3학년 담임선생님으로 5명의 꾸러기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서지연: 안녕하세요. 저는 서지연이라고 합니다. 참여환경연대에서 한 때 함께하기도 했어요. 단체에서 오픈사무실을 하고 있었는데, 사무작업 할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거기서 지내다보니 인연이 닿았어요. 지금은 몬딱도르라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잠깐잠깐 사우스카니발 기획도 돕고 있구요.




◾ 단체에 회원 가입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박예진 : 아까 말씀드리긴 했는데, 작년에 시험준비 할 때 공부는 하기 싫고 다른 걸 해 보고 싶어서 친구 소담이를 따라서 잠깐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책 정리, 우편물 정리도 하다가 휴먼라이브러리도 따라가보곤 했죠. 그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너무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시험이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져 더 오래 못가긴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회원가입은 취업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서지연 : 저는 공정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그 일을 하려고 제주도에 내려왔습니다. 공정여행이라 하면 환경과 친하고, 또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여행이잖아요. 거기에 더해 나도 좋고, 지역도 서지연.jpg좋은 그런 개념을 갖고 일하다 보니까 이 단체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때 마침 사무실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참여환경연대에서 한 달 동안 같이 밥먹고 하면서 일도 가끔 도와드렸어요. 사무실 들어가자마자 가입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죠?


             

김미정 : 그럼 지연씨는 학창시절에는 하고 싶은 게 뭐였어요?


서지연 : 정말 아이러니 한 게 학창시절에 하고 싶었던 일(문화기획)을 지금 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일이 제주도에 내려온 계기는 아닌거죠.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사람이 원하고 꿈꾸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끌어당긴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좀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다 교훈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언젠간 제가 원했던 것을 하고 있거나, 갖고 있더라고요. 근데, 몰라요. 그 순간에는.. 물론 힘들지만, 지금 행복해요.


강보배 : 그럼 어떻게 공정여행을 시작하면서 바로 제주도를 떠올리신 거에요?


서지연 : 제 친한 친구가 가시리에서 푸드 스타일링 관련 일의 인턴으로 일을 했어요. 그래서 작년 가을 이맘때 쯤, 친구를 만나러 제주도에 왔어요. 제주도가 너무 이쁜 거에요. 그래서 관광 쪽에 계시는 박사님을 만나게 됐고, 스카웃이 되었어요. 그렇게 되어 공정여행사업을 준비하다가... 사연이 많습니다. 많은데, 더 좋은 기회가 있어서 지금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보배 :  저는 어제 회원가입 했습니다. 원래 인연이 닿은 건 오래 전인데요. 대학교 1학년 때, 지역의 시민단체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인터뷰를 다니는 기획을 짠 적이 있어요. 기획에 참여환경연대가 들어가서 만나게 됐었고, 그 당시에 참여환경연대 선생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그때부터 '지역의 시민단체가 이렇게 활동 하고 있구나'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어제 오후 4시 경에. ^^



 단체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또는 아쉬운 것은?


강보배 :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식의 휴먼라이브러리 말고, '사람 책 도서관' 형식으로 진행된 휴먼라이브러리입니다. 몇몇 사람들과 대학생들을 만나게 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여기서 함께한 친구들이 독서모임을 만들기도 했지요. 이게 제 기억에는 제일 많이 남는 일이었어요.


박유라 : 그때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강보배 : 주제별로 사람들을 선정한 다음, 그 주제를 휴먼라이브러리라는 방식으로 홍보해서 대학생을 모집했어요. 그때 알음알음 모집했는데, 학교에 포스터도 붙여 있었어요. 크게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던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 만났던 대학생 친구들이 아직도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이고, 또 가장 고민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서지연 : 저는 하루를 시작할 때 계획을 짠다기보다, 할당량을 정해요. 저만의 할당량. 오늘은 이걸 읽고 자자, 아니면 꼭 책이 아니어도 오늘은 방을 꼭 쓸고 자자, 설거지를 다 해놓고 자자 이런식으로 정해 놓는데요. 일적으로도 이렇게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해요. 그래서 모든 일을 마치고 씻기 전이 가장 행복해요. 샤워하러가기 전 옷 챙길 때가 제일 행복하죠. 아, 오늘 끝났다. 오늘 수고했다. 나를 이렇게 칭찬해요.

그러다 제일 힘든 건, 씻고 나와서 자려고 할 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강보배.jpg고 일을 하지? 아.. 이러다 이 열정이 소진되면 어쩌지? 소진되면 내가 후회하려나? 제가 제주도 사람이 아니잖아요. 만일 제가 집에 있었더라면 그 시간에 친구랑 맥주를 한 잔 마실수도 있고, 커피를 마실 수 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열정으로만 버티기에는 언젠가 한계가 오겠다 하는 느낌 때문에 조금 불안하지만, 피곤해서 그냥 자더라고요, 요즘. 퇴근해서 기뻤다가, 출근하기 전에 우울한 마음이 드는... 계속 반복되죠.


박예진 : 저는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면, 애들이 애교가 많아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애들이랑 교감할 때 너무 행복하긴 한데... 선생님들 보면, 모두들 각자 다 잘하는 분야가 있어요. 음악 잘하는 선생님도 있고 미술 잘하는 선생님도 있고 다들 잘 하시는게 있는데 저는 그런게 없어서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뭘까.. 이런 것들이 고민이 돼요.


김미정 : 학창시절에도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나요?


박예진 : 심리학 분야도 공부하고 싶었고, 역사 쪽도 공부하고 싶었어요. 어떨 때는 야구선수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하다가 결국에는 수능 성적에 맞춰서 교대에 가게 됐던 것 같아요.


김미정 국장 : 그럼 교대에서 다른 활동을 한 것은 없었나요?


박예진 : 풍물반도 잠깐 했다가... 뭔가 해야지 싶기는 한데..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요즘은 '아, 내가 잘하는게 없어서 선생님을 하는 게 아닌가?' 막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강보배 : 저는 지금 제주청년협동조합 일을 하고 있는데요. 행사를 열어 청년들을 만납니다. 오늘만 해도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또라이 정신으로 기획하기'를 컨셉으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행사를 해요. 제주생활벤처커뮤니티라고 해서 창업가와 예비창업가가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연결시켜주는 일도 하고 있어요. 이런 일을 통해 사람도 만나고 지역 청년들에게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때가 가장 행복한데요. 이 일이 또 가장 힘들기도 해요. 이런 활동이 지속 가능할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또 누군가 더 할 사람은 없을까? 사람들 찾는게 걱정일 때도 많고... 기획이 많이 활성화 돼서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는데, 활성화 안되는 거 보면 아쉬움도 들고, 또 여러가지 기획을 준비하는 어떤 기획은 포기해야 할 때, 안타까운 심정이 들기도 해요. 아쉬운 점과 행복한 점이 같이 있는 거죠.


박유라 : 협동조합 일 말고,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은 없나요?


강보배: 딱히 개인적인 삶의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박유라 : 청년협동조합을 해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요?


강보배 : 청년들이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렇게 해주는 거 자체가 재미있어요. 대부분의 청년들이 방향잡기를 힘들어 하잖아요. 방향잡기 힘들 때는,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기회들이 청년한테 맞춰져 있지 않기 떄문에 그냥 놓치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그걸 조금만 틀어주면 청년들에게도 와 닿을 수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조금만 바뀌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름을 일부러 '또라이 정신으로 기획하기' 이런 느낌으로 바꿔놓고 해보는거죠. 아니면 청년 이름을 걸고, 감성적인 것들... '함께 웃자, 함께 놀자..' 이런 컨셉으로 해서 꺼내 보고 하면, 애들이 반응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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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협동조합 일을 하는 강보배 회원

             제주청년협동조합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ejucoop/





서지연 : 그럼 보배씨는 제주 청년과 다른 지역에 있는 청년들의 차이점 같은 걸 느끼나요? (환경, 성향, 생각..)


강보배 : 비슷한 지점은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점이에요. 제가 봤을 떄 서울은 여유가 없고, 제주는 그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인데 그걸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서울은 '과잉'. 과잉된 상황 속에 부딪히면서 힘들어 하죠. 그러나 여기는 '결핍'이에요. 지역에서는 뭔가 결핍돼가지고 무언가를 해보려 하는 걸 일단 부정적인 바라바요. 그래서 정말로 가만히 있는 것이 해야하는 일인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여기 애들은 나서는 거 자체에 대해서 '왜 나서냐?', 그리고 '왜 하냐? 그걸?'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뭔가 하고 있는 청년들한테 '지켜보자.. 너 어떻게 되나 보자'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는 느낌이라면, 서울은 '아 나는 해보고 싶은데 못 한다.. 아.. 나는 취업 준비 해야지..' 약간 그 느낌이 있어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떠나야 될 것 같은 느낌... 다들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사회적으로 '불안한' 청년이라 하는데, 본인은 그걸 실제로 느끼나요? 불안감이 막 다가오나요? 


강보배 : 불안이 아니고, 그냥 나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사회적인 시선 속에서 내 길을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내가 나를 돌아보고, 그걸 통해서 내가 무엇을 할 지를 생각한 시간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돌아보지 않는 것을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다들 그러니까... 그렇게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 자체가 싫어요... 그 당연함이 너무 잘못된 당연함인 것 같습니다.


서지연 : 친한 친구 중에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가 있어요. 저도 대기업을 준비해봐서
아는데, 대기업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근데 이 친구는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던 거에요. 지금 3년차, 4년차 정도 되는데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저도 친구에게 '야, 그래도 너는 돈 벌잖아..', '어떻게 박예진.jpg
준비해서 들어간건데, 열심히 해서 좀 버텨'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그러다 최근 서울에 가서 친구를 만났는데, 저도 모르게 친구에게 관두라고 이야기해 버렸어요. 저는 사실 제주에 내려올 때, 하고 싶은일 하나만 보고 내려왔거든요. 사실 타지 생활하다보니 돈도 안 모이고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떨어져 지내는 건 힘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내 꿈을 위해 있는 것이 어떻게든간에 보상이 되어 돌아오더라고요. 자기가 하고싶은 게 있으면, 그냥 추진해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사회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박예진 : 저는 주변 친구들이 한창 취업준비를 해요. 대학 4년을 다녔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들 말해요. 다들 막상 꿈이 있었는데, 현실을 보고 또 가족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안정적인 것', '쉬운 것'을 일단 찾으려 하는 것 같아요. 일단 불안하니까 '뭐라도 되고보자'라는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막상 친구들에게 용기내라고 말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강보배 : 경제적 여건도 그렇지만, 일단 상황 자체가 그냥 고민조차를 허가해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조차도 "야, 그거 다 쓸모없는 일이다. 안정적인 직장 들어가서 살아라"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꿈을 꿀까요? 아무리 반항적이고 저항이라 이야기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내가 내 꿈만 찾는 것도 힘들잖아요.


서지연 : 맞아요. 다른 게 아닌 내 스스로에 대한 것 때문에 불안해 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불안, 사회가 안기는 불안이 아닌.

                                                                             

강보배 : 스스로 고민을 해야 변화라는 게 탄생을 하는데, 불안할 걸 허가해 주지 않으면 고민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이런 싸움이에요. '너 어떤 고민할래'가 아니라 '너 고민할래, 고민하지 않을래'를 청년들에게 사회가 묻고 있는 것 같아요. 고민할래, 고민하지 않을래.. 이 두 가지에 갇혀서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내가 불안해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선택지가 두 개만 있으니까..


서지연 : 그래도 희망이 보이지 않나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강보배 : 그럼요. 저는 이 친구들이 불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터질 수만 있다고 하면, 터질 것 같거든요. 이미 이 불안이 너무 크니까... 불안을 느끼니까.. '그래, 이 불안을 미친듯 느껴보자'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이 불안을 선택할 계기가 없는 것 같아요. 나의 고민을 출발할 계기... 제주에는 뭔가 있거든요. 이 계기를 터뜨릴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한 느낌? 되게 많은 자원과 관심이 갖춰져 있기 떄문에 이걸 가지고 청년들한테 고민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래서 뭔가 조급해지는 느낌이에요.




약간 이런 싸움이에요. '너 어떤 고민할래'가 아니라

 '너 고민할래, 고민하지 않을래'를

청년들에게 사회가 묻고 있는 것 같아요.






◾ 제주를 벗어나고 싶단 생각을 해 본적은 없나요?


강보배 : 서울에 활동하는 그룹이 되게 많잖아요. 거기는 관계도 서로 잘 맺어져 있어요. 제가 서울에 가입되어 있는 단체만 3-4개가 되서.... 참여연대도 현재 청년 참여연대가 많들어졌잖아요. 서울에서 활동하는 분들하고 많이 친하긴 한데, 더 안타까운 느낌이 있어요. 제주가 더 기회는 많은데.. 터지면 엄청날텐데... 그런 느낌 있잖아요. 서울은 결국엔 과잉으로 문제인거고, 지역에는 제주와 비슷한 결핍의 문제들이 많이 산재해 있어요. 결국에 해결점은 간단하거든요. 관계를 맺어서 과잉은 결핍으로 가고... 이게 비슷해 지는 지점을 사업으로 가져갈 것들이 생겨나면 풀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지역보다도 더 유리한 곳이 제주라고 생각해요.


김미정 : 정말 한 번도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 안했어요?


강보배 : 당연히 대학 갈 때 육지 대학 가려고 했었구요, 활동할 때도 육지 활동가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올라가서 3개월 정도 서울서 지내다보니까 '아 지역으로 가야겠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여기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지역에서부터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더라고요.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어쩌면 지역에서 올라온 청년들이잖아요. 이런 점을 느낄 떄 마다 '지역을 더 살리자'.. 이렇지 않으면, 이 친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고, 결핍과 과잉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김미정 : 예진 선생님에게 제주란? 제주에만 있는 게 답다하게 느껴졌던 적은 없나요?


박예진 : 대학생 때만 해도 제주가 너무 좁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답답하다 생각하기도 했고. 나가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머물다보니 제주도만 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지연씨는 육지에서 오셨잖아요. 제주도의 어떤 점이 지연씨를 매료시키던가요?


서지연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매료된 것은 제주도에 여행왔을 때 뿐이에요. 막상 내가 살려고 오니 다르더라고요. 다들 그렇잖아요. 여행가면 무얼 해도 좋잖아요. 근데 뭔가 짐을 다 싸 들고 엄마아빠에게 '나 내려갈께'하고 제주로 올 때는 사실 비행기에서 막 울었어요. 뭔가 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환경 차이는 많이 나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육지에 있을 때 제주에 오면 '와 여기 진짜 좋다'라 생각했는데, 이제 여기서 조금 힘들단 생각이 들어 육지에 가면 '아, 그래 여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둘다 질릴만큼 하다 보니까 그냥 환경은 내가 만드는 거란 생각이 들어라고요.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그 환경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는게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진 않고요. 어떻게 제주만의 것을 만들까.. 그런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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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연 회원의 일과 삶.. 제주를 위한 문화기획

                대안문화공동체 몬딱도르라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onddakjeju





 요즘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제주에 쭉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생각은?



박예진 :
저는 육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내려오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제주를 아끼고 제주에 힘이 되고 싶다고해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제주도에서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 해서 내려오는 사람도 있잖아요.
이 둘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제주도에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아끼시는 분들은 뭐라고 해서 도우려 하는 36.jpg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관광지같은데 가더라도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육지사람들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주도를 좋아해서 내려오는 게 아닌, 돈을 벌려고(경제활동을 하려고) 내려오시는 분들을 보는 시선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강보배 : 동의하구요. 뭔가 고민하는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돈이 많으니까, 제주가 핫하니까 여기 오는 게 아니라, 뭔가 멈춰서 '고민을 해 볼까?' 라고 출발하는 분들이 되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주가 그런 지점에서 내려오는 기회가 되는 것 같은데... 내 고민을 출발할 수 있어서 오는 것 같은데, 그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여기가 단지 땅값이 오를 것 같아서, 투자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 같은 사람인데,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서지연 : 일단 여기는 '제주사람', '육지사람', '육지갔다 제주에 다시 내려온 사람'이 구별이 너무 확실한 것 같아요. 또
제주도 사람은 제주사람들끼리, 육지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끼리.. 근데 제가 이쪽에도 있었고, 저쪽에도 있었는데 똑
같거든요. 근데 서로 안 섞이는 거 같아요. 이렇게 구별하고, 섞이지 않는 게, 어떨 때는 참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더라고요.












강보배 :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과 당연히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 괴리감이 되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촌을 예로 들면, 할아버지랑 할머니들 뿐인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오는데 되게 다른 문화를 가지고 와요. 그리고 제주의 문화에 대해서는 연결하려는 마음도 별로 없어요. 마을에 그냥 조금의 젊은 사람들이 있어가지고, 화합점에 뭔가 있으면 작동이라도 하면서 화합하려는 노력이라도 있을텐데, 지역의 청년들도 다 제주시로 모이는 상황에서.. 주로 지역에서 다른 고민들을 하는 사람들은 읍내로, 동네로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지는거죠. 거기서 계속 뭔가 갈등의 지점들이 탄생할 수밖에 없어요.


서지연 : 그런 부분이 좀 안타까워요.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지 않고 각자가 고립될까 우려됩니다. 서로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강보배 : 사실 지역적 특색보다도 더 큰 문제가 '세대차이'거든요. 마을로 들어가는 순간 세대차이가 크게 벌어져요. 너무 극명하게 갈리는 거에요. 이런 문제가 제주 전방위에 퍼지다보니까, 그걸 괸당문화로 보는 게 더 크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괸당문화가 있는데, 괸당문화가 더 강조된 상황들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지역에 좀 뿌려지고 하면, 이 괸당문화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좀 풀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괸당 별로 안 찾거든요. 젊은 애들 속에서 괸당이라고 이야기하는 거는 고등학교를 묻는 것 빼고는 별로 없다고 느끼거든요. 잘 모르는 청년들이라도, 그 상황 속에서 연결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지연 : 주제가 갑자기 확 무거워진 느낌이네요.


강보배 : 지역에서 잘 어울리는 분들도 많아요. 청년창업협동조합을 같이하는 분들은 대부분 이주를 해 오신 분들이에요.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대학을 왔다가 계속 지내는 분들도 계시고요. 이 분들은 잘 어울리기도 하고, 같이 문화도 만들어보려도 되게 노력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런 분들 보면 '아, 참 좋다'란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이런 활동이 지역 청년들에게 자극제도 되고 하니까 참 좋아요.




 우리 단체에게 바라는 건 없나요?


강보배 : 현재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 대한 지원은 엄청 많아요. 근데 하기 전, 내가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질 때쯤, 자극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은 없어요.그리고 평범한 사람을 위한 35.jpg
프로그램이나, 정해진 틀 안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 완전히 극복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있지만, '이 두 가지가 고민의 다가 아니야'라고 이야기해 주는 프로그램음 없어요. '우리 혼자 하는 거 아니야, 같이 불안하거든?'이라 생각해서 같이 이야기할 친구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생각을 하면 바뀔 것 같아요.


김미정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보배 : 중간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서울시에는 혁신 일자리라고 해서 아홉명 정도의 사람들을 마을에 덩그러니 던져 놓는 거에요. '아무거나 해봐. 우리가 돈을 지원해 줄께'. 그러니까 애들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돈이 끊겼을 때, 우리는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떄, 지속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고민의 출발점은 되는 셈이죠. 이러한 지점. 청년 허브라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에만 가도 '내가 뭔가를 해 볼 수 있을까'라고 마음이 달라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청년들한테 중심이 되서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는 역할과 경험을 주어야 해요. 저도 원래 엄청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어렸을 때, 소설가가 꿈이었고... 소심한 사람이었는데, 말해야할 기회가 제게 주어지니까 어느샌가부터 저는 말을 해야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거든요. 정말 기회가 제게 계속 왔어요. 역할을 주니까, 역할에 상응하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없더라도 청년들에게 '역할'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지연 : 그런 리더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주고 믿어주는 리더. 그러면 청년들은 분명 그것에 상응하는 것을 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의 소망, 열정 키워나가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개인적인 목표나 좌우명은 뭔가요?

 

강보배 : 저는 제주 청년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요.. 모든 꽃들은 흔들리며 피잖아요. 그래서 그냥 불안한 사람들과 같이 '우리는 불안해도 된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냥 계속 만나고 싶어요.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이야기.. 변화를 계속 추구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좋거든요. 나도 그냥 언제나 불안하더라도 함께하면 불안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열심히 만나보고 돌아다녀야지..'가 지금의 제 목표입니다.


김미정 : 보배씨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데, 누군가를 만나는 게 두려울 때는 없었나요?


강보배 : 개인적으로 저는 제주가 참 좋거든요. 어쩌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은데, 그 사람들에게 제주를 이야기 해 주는 것도 참 좋아요. 제주가 이렇고, 저렇고 하는 이야기들... 제주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제주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박예진 : 저는 여태까지의 삶이 정말 물 흐르듯이 흘러 왔어요. 아무 생각없이 오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거든요. 예전에 고민해야 할 문제를 저는 지금에 와서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항상 '뭐라도 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야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용기는 안나고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 왔어요.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많이 고민하고, 또 실천하고 싶어요.


서지연 : 이제야 좀 인생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이해가 가요. 예전에는 '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라'라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몰랐거든요. 처음에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 했을 때, 행복한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누구든 행복을 원하는 게 되게 막연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막연한 게 좋아요. 막연하기 때문에 모든 게 다 과정이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뭘 해야지..'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이걸 안 하면 실패해 버리는 게 되는데, 큰 그림만 그려놓고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작은 움직임도 과정이 되잖아요. 딱히 구체적인 목표라기보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그림이 명확해질 거라 생각해요. 20대는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배씨 처럼 저도 제주 청년들이 잘 됐어면 좋겠어요. 잘 놀면 좋겠고, 생각도 넒어지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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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청년모임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벌써 힘이 납니다.


 내년이 벌써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