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7월의 찾아가는 휴먼라이브러리] 사진작가 고경대
아버지의 발자취 따라 父傳子傳, 사진작가 고경대
- 일 시 : 2016년 7일 26일(화) 오전 11시
- 장 소 : 카페 비자나무숲
- 함께한 이 : 이재훈 회원님, 부석희 벵듸마을신문 편집국장님.
- 기 획 : 박유라 정책팀장
- 인터뷰 정리 : 박유라 팀장, 김예환 간사
- 사 진 : 박유라 팀장, 김예환 간사
- 제주도에 언제 내려오셨나요!
2014년 2월에 내려왔습니다. 2년 반정도 됐네요? :)
- 어떻게 제주에 내려오게 되셨어요?
일단! 서울보다 제주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냥 내려올 수 없어 내려올 구실을 찾다가,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 이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왔습니다. 또 육지에서는 일산에서 지냈었는데, 두 딸이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서울로 집을 구하려니 부담스럽기도 해서! 딸 둘이 가서 같이 살아라! 우린 내려가겠다! 하고 내려왔습니다.
- 원래는 출판업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는데요! 내려올 때 아쉬움은 없으셨나요?
책 만드는 일은 제주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내려와서 1인 출판업 비슷하게 하고 있습니다. 동문통책방이라고. 브랜드 이미지 없이 내 마음대로, 내 인간관계 중심으로 편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표지 디자인이나 등등. 근데 지금은 좀 손을 놓고 있습니다.
- 제주에 내려와서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원래 육지에서 가끔 2박 3일 뭐 이렇게 내려와서 작업을 하다가, 제주에 내려와서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요.
▲ 카페 비자나무 숲에서
- 그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는데, 그때 이제 아버지가 다 나으시면 내가 기사를 할테니, 아버지는 예전에 찍으셨던 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으세요. 했지요. 그런데 이제 2009년에 돌아가시면서, 그 이후 2011년부터 제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선생님도 제주 다시 내려오시는게 쉽지 않으셨을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집안의 기둥이 허락하셨기 때문에 내려왔지요. 저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걸 생각하고 있었고, 또 제주에 있던 후배가 내려오라고 하기도 했구요.
- 현재 집은 어디 사시나요?
원래 비자림 근처에 살다가, 지금은 평대리 해안가에 살고 있습니다. 아 근데 해안가보다 비자림 근처가 좋은 것 같아요. 해안가는 소금기 때문에 불편한게 있어.
- 어릴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원래 어머니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한 분은 부드럽고, 다른 한 분은 엄하잖아요? 우리집은 근데 아버지가 부드럽고, 어머니가 엄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지적같은 걸 많이 하시고, 아버지는 좀 자유스로웠지요. 자식들이 하고 싶어하는 걸 많이 해주려고 하시고. 같이 놀아주시고. 제가 어린 시절의 보통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이 반대였지요.
그래서 아버지 사진을 보면, 캔디드라고 하는데 스냅사진, 자연스러운 사진을 찰칵 찍는 걸 좋아하셨어요. 이런게 아버지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 가족들 사진도 많이 찍어주셨나요?
아 많이는 아닌데, 찍어주셨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준비하시기 전에도 사진을 찍으셨나요?
음.. 카메라를 어릴 때부터 가까운 데서 접할 수 있었으니까.. 뭐 어디 갈 때 사진 찍겠다고 가져가서, 찍고. 그리고 이제 애들이 태어나서 기록을 하는 걸로 그냥 그렇게 찍었던 것이지요. 작품으로 사진을 찍겠다 하고 찍은 적은 없어요.
- 그럼 아버지한테 사진찍는 걸 배우신 적은 있나요?
아버지한테는 몇 번 배우려다가, 아버지니까. 내가 제자의 마음이 안들어. 배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 그런데 작가 제자 분들이 많으세요!
네. 뭐 제주에 많이들 있지요. 아버지가 최초로 제주 카메라 클럽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셨고, 그런 활동들을 중심으로 많이 생겼지요
-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는 언제 시작된건가요?
돌아가신 뒤 2년 후에 시작했습니다. 2011년에 제주도에 있는 아버님 후배들이 추모전하고 사진집을 기획하자고 해서 시작이 됐지요. 그때 그 아버지 작업실. 돌아가시고 2년 동안 열어보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추모전을 돌문화공원에서 하기로 하고, 사진집을 준비하면서. 2년 만에 문을 따고 들어가봤지요. 그렇게 필름을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하실 때 같이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룹으로 뭐 이렇게, 만들어서 하는 건 없구요. 그 예전 사진들 보면서, 이제 지금 그 장소의 모습이 달라진데가 많아서, 여긴 어디고 저기고. 이야기 해주고 같이 작업할 때 다니고 하는 친구들은 있지요. 또 페이스북에 여기는 어딘가 하고 글을 올리면 다른 분들이 제보도 해주시고 합니다.
- 제주를 찍은 사진들은 언제쯤 찍은 사진들이에요?
늦어도 80년 정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83년도에 가족이 전부 서울에 올라갔기 때문에, 그전에 찍은 것들이지요. 그 후에도 뭐 찍은게 있으시기는 한데, 주로 전에 사진들이지요.
- 작업실에 사진을 엄청 많이, 잘 모아두셨나봐요!
필름을 많이 모아두셨지요. 음. 뭐 80세 정도 이후부터는 아버지가 작업실에서 인화작업만 하셨어요.
-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작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에요?
그 이제 작업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3년 후에 알고 보니 그 바로 뒷풍경을 찍은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었어요. 같은 곳에서 아버지하고 제가 앞과 뒤를 찍은 것이지요. 알고나서 참 이상하더라구요.
- 이재훈 회원님 : 아버지 사진의 장소를 찾느라 엄청 헤메셨겠어요?
아 그럼요. 근데 재미있는게 마을에 가서 사진 보여드리면서, 어른들한테 “이거 어딘지 알아 점수과?” 하고 물어보면, “이야. 이거 진짜 옛날 사진인데. 어디어디 있어‘ 하면서 대답해 주시는데, 그 마을 어른분들도 옛날 생각하면서, 재밌어 하시더라구요.
- 그럼 그냥 사진보고, 그 동네가서 물으시는거에요?
근데 그냥 말로 물어보면 안되고, 보여주면서 물어보면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더라구요.
- 사진의 장소를 찾으셨을 때, 감동이 있으시겠어요.
처음에는 감동이 컸는데, 점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
- 옛날이랑 변한데도 많지요?
변한데가 훨씬 많지요. 근데 아예 변한데는 찾기도 쉽지 않아요. 배경이나 각도를 보고 찾아가면, 뭐 해녀 탈의실이나 이런데는 완전히 없어지고, 음식점이 되어 있거나. 언덕 위의 각도에서 찍었던 사진인데, 지금 가보면 언덕이 아예 깎여 있거나 하지요. 그러면 이제 사다리 갖고가서 올라가 찍고 그렇게 합니다.
- ‘고영일 사진 따라하기’ 하실 때 사진 앵글을 같게 하는게 어렵잖아요? 가면 몇 장정도 찍어야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를 수 있나요?
그냥 한번 가서 딱 나오는게 아니고, 두세번 갈때도 있고, 찍고 와서, 다시 봐서 맘에 안들면 또 다시 가고 하지요. 어떤거는 계절 별로 찍으려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근데 예전에 아버지가 찍으셨던 카메라하고, 지금 제가 찍는 카메라가 서로 화각이 다르고, 또 찍으려는 위치가 많이 변해서, 어려운 점이 있지요
성읍 같은 경우는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고 하면서 높이가 달라지고, 김녕 바람 소나무 같은 경우는 아버지 사진은 해안이 이렇게 나오는데, 같은 위치에서 제가 찍으니까 해안이 안보이는 거지요. 바닥이 깎여서....
- 바람 소나무 같은 사진은 어떻게 찾으셨어요? 소나무가 엄청 많을거 같은데요?
그 김녕 요트항 쪽, 동쪽에서 바람 방향으로 가지가 이렇게 있는 소나무가 멀리서 보이는게 두세군데가 있어요. 그래서 거기들을 찾아다녀봤지요.
▲ 바람 소나무, 고영일(상), 고경대(하)
- 고영일 사진관을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네네. 계획하고 있습니다. 근데 당장 만들여건은 안되고, 좀 길게보고 준비해 나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람들한테 추천하는! 좋은곳! 있으신가요?
이제 저는 후배가 이 동네 쪽에 집이 비었으니까 살아라 해서 오게 됐는데, 이 쪽 동부 중산간이 참 좋아요. 오름들이 있고, 새벽에 일출도 참 좋고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추천해요. 그냥 이쪽에 게스트하우스 잡고, 다른거 안하고 편히 쉬고 놀다가, 일출 일몰만 봐도 정말 좋다고. 비오면 비오는대로 좋고, 맑을 때는 맑은대로 좋고. 이런곳이 없구나 생각이 들어요.
또 성산 일출봉이 참 좋고, 오름과 오름사이 길들이 좋아요. 그런 길들로 들어가보면 양쪽에는 오름이 있고, 앞 뒤로는 성산 일출봉이랑 한라산이 있는거지요. 사방이 그렇게 있고, 그 안에 자세히 보면 소하고 말들이 풀을 뜯고 있고..
- 나만의 사진 잘 찍는 법 있으신가요!
요즘에는 필름 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로 찍잖아요. 다른 사람들 가르쳐 줄 때 보면, 사람들이 이 각도 저 저각도. 아주 많이 찍어요. 그런데 그걸 다시 안봐요. 보긴 보는데, 잘 찍은 하나만 빼고 다 지워요. 근데 하나하나 보면서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때 이제 눈이 트여요. 그래서 찍고 보고 이야기하고 가 중요한 것 같아요. 찍고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물어보고.. 이게 좋은게 내가 보지 못한 면을 좋다 라고 듣고, 그러면 그 부분을 다음에는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삐뚤어지고 초점이 흐린 것도 의미가 될 수 있는것이지요.
▲ 부석희 벵듸마을신문 편집국장님
- 예상과는 다르네요! 기술적인 면들을 이야기 해 주실것 같았어요.
아니에요. 저도 처음에 배울때 초점, 셔터스피드, 조리개 뭐 이런걸 배운게 아니라, 선생님이랑 명동 나가서 35mm 단렌즈로 찍어라! 이야기 듣고, 찍고 오면 선생님이랑 같이 보고, 다른 사람들이랑 보고, 같이 이야기 하고 하면. 이 사진은 재밌다. 이건 이렇게하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를 한게 좋았어요. 그래서 여러명이 같이 찍는게 좋아요. 내가 가지지 않았던 시각을 알 수도 있고. 그런데 사실 어떤 분들이 이건 아니야. 이렇게 찍으면 안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요.
- 그럼 선생님도 찍은 사진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이야기 나누시겠네요?
아 나는 별로 그렇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농사는 조금 하시나요!?
아 농부들 앞에서.... 하하하 백수오합니다. 백수오가 좋아요. 조금 키워도 수완이 좋아요. 그리고 야생성이 강해서, 손이 좀 덜가요.
- 정리하며!
아버지 사진 따라하기로 이렇게 찍다보니까. 어떤 의미가 있냐면. 그냥 돌아가시고 묻힐 사진들을 꺼냈다는게 커다란 의미가 있어요.
근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따라하는 것도 좋은데, 너가 독특한 나름대로 너만의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또는 아버지는 사진을 잘 찍는데 너는 못찍는다.
근데 저는 이런게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따로 뭘 주제로 찍는게 아니라. 이렇게 아버지 사진을 들추어 내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는게 의미가 있다.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꺼내고 나서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생각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제주다움이 뭘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람들이 여기서 옛날에 이렇게 이렇게 지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게 제주다움인데. 지금은 다 무시하고, 개발한다고 하면서, 다 없애버리잖아요. 그때 그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사는게 좋을까 생각하는게. 제주답게 사는 것인데...... 말이지요.
곽지에 해수풀장 만드려고 했던 것과 함덕에 도로만들고 개발하면서 용천수를 막았어요. 근데 삼양 같은 경우는 도로를 낸다고 묻으려던 용천수를, 사람들이 지키고 활용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단 말이지요. 이렇게 이 지형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즐기고 활용하는게 진짜 제주다움 같아요.
그러니,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많이 노력해주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성게국수와 해물파전과 군소. 폭풍흡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