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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휴먼라이브러리] 기억속 제주를 찾는, 이다슬 사진작가




4월의 휴먼라이브러리 - 기억속 제주를 찾는, 이다슬 사진작가



자연의 속도와 인간의 속도의 공존



- 제주 사진작가 이다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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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이다슬 작가님  ⓒ이다슬 작가 페이스북























- 일          시 : 2017년 4일 6일(목) 오후 2시

- 장          소 : 아라리오 뮤지엄 바이크샵 & 탑동 이니스프리

- 기         획  : 박유라 정책팀장

- 함께한     이 : 홍영철 공동대표

- 인터뷰 정리 : 김예환 간사

- 사          진 : 윤경미 시민사업팀장







1. 작가님 예전의 인터뷰를 보면, 자연과 인간의 속도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일치에 관심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게 어떤 것이고, 왜 관심이 있으신가요?


 문제점들이 나와요. 좋은 나쁘든 간에, 그 사이에서 문제들이 나와요. 아까 전시에서 봤던 사진 중에 부도난 건물에 벽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잖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요.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요. 어차피 우리도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집을 지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자연의 속도는 일정한 것 같아요. 요즘엔 온도가 좀 올라가서, 왕성하게 자연이 번식을 하지만. 아무리 자연이 빨라도 사람의 속도는 이길 수가 없어요. 제가 보기에는요. 그러면서 일어나는 문제점이 아주 곳곳에 많이 있어요.


 이런 문제점이 참 어려운 게, 혼자 찾기가 어려워요. 누군가한테 제보해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왜냐면 제가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이 있잖아요. 넝쿨 식물이 이렇게 많이 있어도, 사람들은 잘 인식이 안 돼요. 제가 말한 속도의 차이 부분에 대해서도. 물고기가 있어도, 사람들은 어 물고기가 있다고 좋아만 하지, 이게 ‘왜 여기에 생겼지?’ 라는 생각은 못 해요. 대부분이 그래요. 저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은 저런 것들을 봐야만 하구요. 저런 것들을 시각화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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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 호.오.이 Digital Pigment Print, 130x162.5cm. 2016


[출처] 제주 정글|작성자 arariomuseum


2. 그럼 그 작품들 사이에서, 결국에는 인간이 나오지는 않아요? 인간을 빼 놓을 수 없는 장면들?


 가끔 나와요. 아까 봤던 재선충 소나무 태우는데, 물 뿌리는 장면에서는 빼놓을 수 없지요. 또 잠시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진 중에... 이 사진을 잘 보시면, 사람이 있고요. 바닥에는 잘린 나무들이 있어요. 사람이 개입한 숲이지요. 그 숲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비디오도 있고, 사진도 있어요. 판소리를 하시는 분인데, 숲을 위해 노래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노래는 ‘이어도사나’에요.


 ‘이어도사나’가 어떤 내용인지는 아시나요? 섬이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는 해녀들이 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배부르게 살 수 있는 낭만의 섬인데요. 가상의 섬이지요. 그 해녀들이 부르는 노래 중의 하나가 ‘이어도사나’에요. 저는 이 노래를 어떻게 해석을 했냐면, 이 숲들이 베이지 않고도, 이 숲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숲. 이런 숲을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하는 숲 가꾸기도 장,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가꾸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숲을 베어내서 햇빛이 잘 들어와서, 아래의 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숲의 다양성이 없어진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지요. 나무를 베어서 빛이 들어가는 만큼, 음지에서 사는 식물들은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런 장, 단점에 대해서 균형 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3. 그럼 예전부터 자연과 또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네. 그랬어요. 가장 큰 관심은 강원도 사북지역. 정선지역. 탄광이 있었던 지역이에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거의 살면서 작업을 했었는데요. 석탄을 캐려고, 땅굴을 파면 나오는 잡석을 쌓아둔 사진이에요. 하나의 산이지요.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사람이 만든 산이지요. 여기에 엄청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흙이 없는 산이잖아요. 여기서 근데 나무가 자라요. 그래서 숲을 이루고, 단풍도 져요. 동물들도 살게 되고요.


 이 맞은 편에는 양봉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상황에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그 양봉꾼이 전직 광부예요. 카지노가 들어오면서,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어서 양봉을 하는 거예요. 이게 뭐가 중요하냐면, 탄광 지역에서는 녹물, 폐수가 나와요. 이런 물이 1년 내내 나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옆에서 양봉을 해요. 오염된 벌이 나오겠지요. 이것들을 작업한 것들이 있고요. 그리고 인공산에서 자라나는 나무들.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여기에는 또 뭐가 있냐면. 탄광 문화가 없어지고, 카지노가 들어왔잖아요. 카지노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문화들이 엄청 빠르게 변하면서, 문제점을 양성하고요. 그런데 기존의 탄광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해요. 사택도 그대로 있고, 녹물도 그대로 나오고 있고요. 앵벌이들이 여전히 나오는 중이고. 이런 상황에서 여러 문제점이 만들어져요. 그것들을 이제 작가의 입장에서 작업을 하는 거예요.


 여기에서 작업은, 제가 아는 작가님을 도우려고, 아주 우연히 갔었어요. 제주 사람들은 탄광 문화가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깜짝 놀란 거예요. 석탄 문화라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에, 되게 압도되는 장면들이 많았던 거에요. 그래서 이게 뭐지? 하면서 4~5년 동안 작업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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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석이 쌓여져 만들어진 산 ⓒ이다슬 작가 페이스북



4. 제주도에는 언제 내려오셨고, 제주도에 왜 내려오신건지


 2012년도에 내려왔어요. 내려온 이유는 사실은 작가들끼리 지나친 경쟁을 하는 게 보기 불편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어떤 시스템이냐 면은요. 5명이 작가잖아요. 내가 당신을 이겨야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어요. 또 내가 다른 당신을 이겨야, 공모 지원금이나, 작가상이나 이런 것을 받아요. 이런 구조에요.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했던 새로운 방식의 작업은 중간에 소스가 다 빠져나가요. 심사위원들한테. 그럼 심사위원들 제자들한테 이것들을 전달해줘요. 그러면, 내가 애써 만들어 논 것들이 유출이 되는 거예요. 그런 경험이 저한테는 2번 정도 있어서, 저는 너무 진절머리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너무 싫어서, 여기에 내려오게 됐지요.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하다가, 2012년에 내려오고, 작업을 시작한 건 2013년이에요. 그런데 제주 사람이라서 제주 문화가 더욱 안 보이는 거에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작업할 때, 너무 뻔해 보이는 거예요. 그런 순간을 2년 정도 겪다가, 몸도 아팠었고요. 헤매다가 수산유원지 가보면서, 여기에 이야기가 조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지요. 막 헤매고 있을 그때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연락이 왔어요.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겠느냐고요. 그동안 작품들을 보여드렸더니, 전시회를 하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계속 소통을 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그 와중에 이제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작년에 한 번 뵙게 된 거에요. 전문적인 지역의 정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문을 구했었지요.



5. 소나무재선충은 왜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셨나요? 처음에 어떻게 접근을?


 그걸 다루는 방식이 너무 괘씸하다고 느껴졌어요. 제가 작업을 시작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음. 제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었어요. 5818 소나무라고 예뻐하는 나무가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지켜봤는데, 어느 본 다음 날 없어졌어요. 베어버린 거예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생각하게 되고, 대체 왜 벤 것일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거지요. 근데 이 재선충에 대해서 사람들이 감춰요. 도에 물어보면, 촬영한다면 반대해요. 어디로 가지고 가고 파쇄하고 태우는지 말을 안 해줘요. 예전에 한번은 그 오라 중산간 쪽에 한천 저수지 그쪽에 어마어마하게 큰 구덩이가 있어요. 거기 비가 엄청 많이 오면, 방류 엄청 많이 하고 하는 곳이에요. 거기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파쇄된 나무들이 있는 거예요. 이걸 막 촬영하는데, 왜 찍냐 물어보고, 허가받고 찍으라고 하고, 도청 땅이기 때문에 안된다. 이러는 거예요. 이렇게 막다가, 얼마 안 가서 그 나무들을 옮겨버려요. 근데 서귀포 쪽 가다 보니까 또 보이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옮기고 다녀요. 그것들이. 그래서 한번은 소나무 재선충 트럭을 따라갔어요. 그냥 현수막 걸려있는 차를 따라가는 거에요.


 재선충은 그러니까 사람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보고 있는 지점은, 그 이후에 대한 문제에요.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람이 숲을 다시 만드는지. 그런 것도 있어요. 항공으로 재선충 약을 뿌리잖아요. 그걸 뿌리면, 그 일대의 작은 곤충들이 죽어요. 특히 반딧불이는 다 죽어요. 그래서 청수리가 위태위태해요. 청수리 곶자왈도 소나무가 많아요. 근데 주민들이 재선충 약을 뿌리지 말라고 해요. 왜냐면, 마을 사업이 반딧불 때문에 마을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 죽어버리니까. 약을 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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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뮤지엄 - <제주정글>전, 이다슬



6. 일기장보고 작품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예전부터 일기장이 잘 보관이 되어 있었나봐요?


 네. 잘 보관이 되어있었어요.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기장이 있더라고요. 스스로 쓴 건 아니지만, 30권 정도 있었고요. 그 일기장을 살펴보면,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쓰여 있어요.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일기장에 이렇게 있어요. 저는 보물찾기에서 찾아본 적이 없어요. 근데 그때 선생님들이 소나무 위에 숨겨놓는 거예요. 그걸 알았을 때, 그 이후로 보물찾기하면, 소나무 위에만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밑에서 찾은 애는 밑에만 보고 다니고. 그런 존재가 저한테는 소나무였어요. 그런 추억의 존재. 근데 아까 말했던, 그 소나무가 없어지는 게, 예전의 기억들이 흔들리는 것이지요.


 그 양식장 폐수 방류하는 곳에 모여 있는 물고기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은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랑 낚시하러 많이 갔었거든요. 근데 낚시를 하는 것도, 저 폐수 덕분에 내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구나, 하고 지금 느끼는 거지요. 일기장에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기록되어 있어서, 작업이 될 순 없지만, 작업을 이루는 중요한 소스가 돼요.



7. 작가님 카메라를 보면, 우리가 아는 카메라랑 좀 다르게 생겼는데, 어떤 카메란가요?


 대형 카메라라고 불리는 건데요. 필름 하나가, 커요. 뭐 엽서 정도 크기의 필름을 쓰는 카메란데요. 이 카메라를 쓰는 이유는, 사진을 확대해도 화질이 깨지지 않아요. 그게 또 제가 사진을 크게 뽑으려고 하거든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작게 뽑으면, 하나의 이미지를 보지만, 크게 뽑으면, 가까이 가서 바라보고, 촬영지에서 못 본 부분들이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크게 뽑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필름이 비싸요. 10장에 5만 원 정도 해요. 그래서 후원도 받고 있어요. 여러 군데에 메일도 보내고. 왜냐면 필름 값이 너무 감당이 안 되니까감당이 안되니까. 이것만이라도 좀 해결을 해보자. 그다음에 디지털 장비들 있잖아요. 장비를 한번 사면, 10년은 쓰니까. 그 후원도 알아보고 있고.



8. (점자사진) 이 사진은 뭐에요?


 제가 쓴 시가 하나 있어요. 제 작업을 총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시가 있어요. 이게 아일랜드에서 1년 살았었는데, 그때 지었던 영어로 된 시에요. 거기에 보면,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인데, 한 구절씩 제가 만든 집이나 구조물에 점자로 새기는 거지요. 그래서 지금 해 놓은 것이, 2012년부터 점자를 병뚜껑을 색칠해서 붙인 다음에, 만들어 논거에요.


 기존에 마을에 있는 물탱크 등에 붙인 거에요. 낡아서 보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페인트로 작업하고 점자를 붙인 거지요. 근데 이 물탱크에 작업한 거는 없어져서 안 좋은 기억이에요. 타운하우스가 들어오는데 노란색이 타운하우스랑 색이 안 어울린다고, 흰색으로 새로 색을 칠했어요. 시의 구절은 제가 쓴 게 맞는데, 기억을 못 하겠어요. 점자 읽는 것도 지금은 까먹어서.


 점자는 장애인도 읽을 수 없고, 아니면 볼 수만 있는. 그런 점자를 만들어요. 제주지역이랑 가상의 공간에, 여러 곳에 붙여놓고, 다 합치면 시가 되는 거예요. 근데 지금 저 점자들이 파괴되어 있어요. 일부러 제가 파괴한 거예요. 점자 일부분을 지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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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인 물탱크 그리고 점자 ⓒ이다슬 작가 페이스북



9. 맥주 뚜껑이 있는 사진도 있는데 이건 어떤 내용이에요?


  아 이런 사진도 찾으셨네요? 가게를 운영했을 때, 기분 나쁜 손님이 오면, 소금을 뿌렸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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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뚜껑과 소금 ⓒ이다슬 작가 페이스북



10. 지금 제주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 같나요?


 산으로 가고 있지요.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외적인 자리에서 막 비판을 하진 않아요. 원 도지사나, 행정을 비판하지 않는데. 사실 엄청 마음에 들지 않아요. 너무 정말로요. 근데 작업에서는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그건 신문 기자들의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하는 역할은, 노골적인 내용을 조금만 각색을 해서, 사람들에게 좀 더 와 닿게 하고 싶어요. 직접 와 닿는 게 하는 것보다, 그 안에 있는 이야기 전개나 이야기들을 습득하면서, 이게 이 정도로 심각했었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봐요.



11. 어릴 때 살던 제주도랑, 다시 돌아온 제주도가 어떻게 다른가요?


 마음을 둘 곳이 없어졌어요. 제가 어릴 때 제주도는 감옥이었어요. 섬이잖아요. 고등학교 때까지 어떤 것이 있었냐면, 공부 제발 잘해서, 여기를 벗어나자고 했어요. 정말 싫은 거에요. 아무리 가도 산만 보이고, 바다만 보이는 이 상황이 정말 싫었어요.


 빨리 벗어나자고 해서 벗어나기는 했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까, 아직도 감옥인 거에요. 감옥이라는 건, 처참한 사람들에 의해서, 소수에 의해서, 제주의 자연과 환경이 움직인다는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지요. 담론을 형성해도, 그 사람들은 꿈쩍도 안 하고. 뉴스 보셨어요? 만장굴에 타운하우스 만들겠다고 불법으로 산림 훼손한 뉴스. 어이가 없잖아요. 그런 상황들이 곳곳에 산재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화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돼요.



12. 예전에는 마음 둘 곳이 있었나요?


  예전에는 서울이었지요. 서울만 바라보며, 공부를 하고 했으니까요. 제주도를 정말 싫어했어요.



13. 제주 내려오기 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작업은 무엇인가요?


 강원도 작업을 가장 오래 했고요. 그 전에는 서울에 안기부가 있었던 동네 있잖아요. 석관동, 이문동. 지금도 그래요. 담벼락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고도제한이 걸려있어요. 그런 동네에요. 그 안에서 사는 어린 친구들은 어떨까. 아이들을 찍는 작업을 했었어요. 어떤 것을 가지고 노는 지, 어떻게 노는 지. 찍는 작업을 대학생 때 했고요. 그다음에 무얼 했냐면, 나무를 찍었어요. 향나무. 관공서나 학교나 보면, 예쁘게 가꾼 나무. 그것만 찍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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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 작가님과 사무처 식구들 :)



14. ‘호오이’는 뭐에요?


 혹시 현길언 작가님이라고 아세요? 소설에서 해녀들이 내는 소리를 호오이라고 표현을 하셨어요. 그래서 텍스트로 쓸 때, 항상 그렇게 써요. ‘호오이는 현길언 작가의 소설에서 차용한 것이다’ 라고요. 호오이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말하는 거예요. 보통 숨비소리는, 해녀한테 인터뷰를 해보면, 크게 참았던 숨을 깊게 내쉬는 숨소리에요.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는.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질문을 드려보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어려운 거, 자식 키우는 거, 물질 힘든 거. 이런 것들. 그 깊은 한숨을 호오이라고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제가 호오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마주한 풍경들, 대상들, 사람들. 이 모든 것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깊은 한숨뿐이 없다. 이것을 호오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로 제 작품들에 호오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15. 그럼 호오이의 의미가 절망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오히려 희망을 일수도 있어요. 호오이라는 숨비소리를 내면, 다시 바다로 들어갈 수 있잖아요.



16. 사진을 찍으시고 후보정도 하시나요?


  네. 합니다. 필름 상태로 스캔을 하면, 그대로 이미지가 컴퓨터로 떠요. 색을 반전을 시키고, 내가 사진을 찍을때 봤던 그대로의 색으로 만들기 위해서, 포토샵으로 작업을 해야해요. 우리가 말하는 포토샵이라는 것은, 사진의 변형이나 합성이 아니라. 사진이 갖고 있는 필름의 원색을 찾아내주는 것이지요. 기억을 더듬어서 색을 입힙니다.



17. 그럼 기억에 의존한 사진은, 실제가 아니네요?


  사진은 원래 실제라고 할 수가 없어요. 근데 가장 근접하게 묘사를 하려고 하지요. 이게 어려운게, 빨강과 초록과 파랑, 사이안, 마젠타, 옐로우, 블랙. 이렇게 7가지 색으로만 사진에 입혀야 하거든요. 근데 하나의 색을 키우면, 어떤 색 하나가 옅어져요. 1% 정도에도 엄청 많은 변화가 있는거에요. 이걸 맞추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요.



18. 앞으로 작가로써의 목표는?


  작업을 포기안하고, 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작업을 유지하기가 사실 어려워요. 돈이 안되기도 하고, 돈을 계속 쏟아 부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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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곰히 생각하는 작가님!



19. 작년에 단체에 처음 방문을 하셨을때 저희 단체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재선충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고 갔었구요. 당시에 조사를 했던 두 곳 중에, 하나였어요. 다른 곳은 호의적이지 않더라구요. 숲 가꾸기를 당연히 하는 그룹이라서, 제가 하는 작업을 탐탁치 않게 생각 하더라구요. 전화를 해도 그냥 바쁘다고 끊어버리고. 그래서 참여환경연대에 가게 됐었고, 올해도 날이 좀 더 따듯해지면 자주 방문할 것 같아요. 저 혼자 작업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참여환경연대 자문을 받아서 해보면, 더욱 풍부해질 것 같아요.



20.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단순해요. 더 넓게 바라보는 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작업을 하는거구요. 단체에서는 그것을 더 알리는 거지요. 사람들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데가 없어요. 언론에서 다 이야기하지 못하구요. 단체들이나 NGO들의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려지잖아요. 저는 그런면에서 다양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