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마을이 있는 만큼만 자치를 회복하고 실천한다!’
본디 마을은 자치적인 공동체였습니다. 서로 잘 알고, 돕고, 같이 기뻐하며 아파하는 한 식구들이었습니다. 한솥밥 먹는 사람들처럼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경제공동체로서 두레, 품앗이, 계 -제주에서는 수눌음 - 등으로 긴밀히 연결된 공동노동의 터전이었습니다. 예전의 마을은 중앙의 통치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역의 관습과 풍속이 살아 있고 상당한 자치가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마을을 잃어버렸습니다. 지도나 행정단위에도 마을은 없습니다.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조차 마을에서 자란 경험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회색빛 신도시들 속 아파트에서나 허울좋은 마을이름이 붙여질 따름입니다. 그만큼 우리에겐 자치의 영역도 아주 협소합니다. 자치의 정신과 이를 구현할 기술, 즉 자치의 능력은 더더구나 부족합니다. 우리 사회의 자치능력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절망에 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을을 잃어버린 만큼, 대중들의 자치에 관한 유전인자가 위축되고, 변형되고, 제거되어 버린 건 아닐까요? 그 많은 주민자치센터나 학교운영위원회 중에서 몇 개나 만족스럽게 운영할 여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단체장은 고사하고 그 많은 의원 중 몇이나 우리의 진정한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까? 겉치레에 불과한 지방자치가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바르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건강한 공동체, 곧 마을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지방은 마을이 있는 만큼만 자치를 회복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마을에 대한 갈망은 인간 본성에 뿌리내린 공동체에 대한 욕구입니다. 그만큼 원초적입니다. 자치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로서, 행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많은 것들이 마을 안에 살아 있습니다. 바로 그 공동체성이 우리 활동의 배경이자 대안입니다.…(중략)…우리는 이제 마을의 새로운 모습에 주목하려 합니다. 옛 농경사회로 복귀할 수 없는 한, 옛 형태의 마을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별 의미도 없습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본성의 이끌림과 옛 마을 공동체의 가르침에 따라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형태의 마을을 지금 우리는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마을의 재창조입니다.”
‘허공을 날아 큰 세상을 가득 채우고 싶은 민들레의 마음’처럼 우리 땅에 마을이 가득하고 자치가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희망을 꿈꾸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