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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으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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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으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지난 3월 15일, 도의회의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결의가 있고 난 후 강정마을의 분위기를 전해오셨습니다. 같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홈페이지에 게재합니다. 아래는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결의 당시의 동영상입니다. 




강정마을에서 온 편지


우리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이 3월 1일 강정마을에 들어온 지 벌써 23일이 되었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벌써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며칠 전인 3월 15일 민주당과 민노당이 중심이 된 9대 도의회에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변 절대 보존 지역 변경동의안에 대한 취소 의결안’을 재석의원 24명중 찬성 22명, 반대는 없는 기권2명으로 가결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2009년 12월 한나라당이 중심이 된 8대 도의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을 다시 바로 잡는 큰 사건입니다.


제주도에서 ‘절대보존지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70%가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것이 해제되어 버리면, 대기업 자본의 무차별한 공격 앞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천혜의 자연자원은 처참하게 파괴되고 우리는 후손들에게 아무 것도 물려줄 수 없을 것입니다.


도의회에서 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TV동영상으로 이를 지켜보던 강정마을 주민들은 야유와 탄성을 반복했습니다. 크게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의안이 통과되자 도의회 로비는 금방 축제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곧 이어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님은 “오늘은 제주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 진 날이다.” “지금까지 암흑 속에서 4년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왔던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이 희망을 보게 되었다.” “제주도의회의 결단으로 인해 희망찬 미래에 대한 서광을 보았다.” “지금 끝난 것이 아닌 이제부터가 시작이지만 우리가 제주도민들과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살 맛 나는 제주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라고 포효하듯 소리쳤습니다.


모두들 감격을 못 이겨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연신 터져 나왔습니다. 4년 만에 처음으로 강정마을 사람들이 승리를 맛 본 것입니다. 도의회의장, 범대위 이정훈 목사님, 여성농민회, 생명평화결사 등은 플랜카드를 붙들고 도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함께 했습니다.


장소를 옮겨 우리가 묵고 있는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마을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평소에 얼굴을 보지 못 했던 마을어른들이 많이 참석하셔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조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와 양념통닭이 술안주로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건배를 외치는 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는 마을회장님께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습니다.


“회장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그야 당연히 해군기지가 못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들도 명심하겠습니다. 어쨌든 저희들은 강정마을 분들이 원하고 가자는 만큼만 가겠습니다.”


해군기지건설이 강행되는 강정마을의 강정천, 중덕해안, 강정바다는 1등급 경관과 함께, 유네스코 지정 연산호와 멸종 희귀종인 ‘붉은발 말똥게’ 등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취소 결정’이 있은 사흘 뒤인 18일 급거 제주를 찾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제주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해군기지 건설공사의 일시중단’을 바라는 도의회의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주민들의 4년에 걸친 처절한 ‘해군기지건설반대투쟁’에 대해 오직 ‘무관심, 무시. 공사강행’으로 답하는 중앙정부입니다.


지난 해 12월 강정마을회가 항소해 오는 4월, 2심 판결을 앞둔 ‘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무효 확인’ 소송에 만약 재판부가 3월 15일의 전격적인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해제 취소의결’에 영향을 받아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인 강정마을 주민의 손을 들어준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제주 해군기지건설사업은 ‘원인무효’가 돼 4년간 표류한 제주해군기지사업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갑니다. 강정마을분들도 저희들도 2심 재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에 큰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말없이 순종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시민사회가 점차 성숙해져 가면서 국가정책이라 할지라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끔찍한 지진과 해일, 거기에 덧붙여 55년간 지속된 자민당 정권 하에서 저질러진 원자력 발전소의 무분별한 건설이 일으켜 놓은 인공재앙을 목도하면서, 정책입안자들에게 무작정 나라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일본의 원전책임자가 TV 화면에 나와 울면서 국민 앞에 사과하지만, 그는 이미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른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가파른 절벽꼭대기 위에 세워 놓은 상태입니다. 그 자신도 책임지지 못할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권력을 갖고 마음대로 국가를 주무르는 위치에 있지만 그 역시 오류를 저지르는 나약한 한 개인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전역을 방사능 재해와 공포로 몰아가고 있고, 또 일본내부의 문제가 세계적 재앙으로 확대되는 것은 중요한 정책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해군기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권력을 쥔 사람들이 해군기지건설을 주도하고 강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몇 사람이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4.3의 끔찍한 참살을 겪은 제주도민들이 유사시에 다시 군인들의 총구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은 오늘도 멧부리에서 백배 절을 하고 마을순례를 떠났습니다. 삼성건설에서는 어저께 해안가 실사측량을 하려다 마을주민들에게 포착되어 물러났습니다만, 주민들의 항의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광주 사진동호회 디지로그 멤버인 양종숙씨가 순례단을 위해 담아준 김치 10kg을 등에 지고 제주도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비록 그녀는 생명평화결사 등불은 아직 아니지만 생명평화를 향한 순례의 숭고한 뜻에는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고 합니다. 위원장인 저는 책임감 때문에도 매주 화요일에 제주도에 들어와 토요일에 광주로 돌아가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만, 늘 상주하는 순례단장을 비롯한 순례단의 노고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청명한 하늘, 언제나 따뜻한 강정마을 인심은 우리의 순례여정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마을에 마실을 나갔다가, 난전을 보고 바다에서 막 잡아온 조기 세 마리를 단돈 만원에 사서, 큰 무우 두 개를 썰어놓고 대형 들통에 매운탕을 끓여 마을사람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여기 강정마을에 온 뒤로는 저도 툭하면 부엌칼을 잡게 됩니다. 함께 요리하는 게 즐겁습니다. 등불들께서도 조촐한 마을파티 형식이 되어버리는 아마추어 요리경연대회에 참석하시지 않겠습니까?


이제 4월부터 강정마을에 사회저명인사들과 예술가들이 강정마을에 대거 방문해 제주도해군기지건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생명평화결사 등불님들도 적극 동참하여 생명평화를 소망하는 강정마을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의 노력에 어떤 형태로든 힘을 보태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짧게나마 제주도순례에 동참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야 제주 100일 순례가 발걸음 가벼운 신나는 순례가 될 줄로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생명평화순례에 더없는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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