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올해 2월에 제주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나(김미정간사)로서는 제주도의 문화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다. 처음 휴먼라이브러리를 기획하면서 고순안 심방을 섭외하였을때 심방이란 무엇인지, 제주도의 무속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제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육지에 있을 때도 한번 보지 못한 소위 무당을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졌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막상 여타의 다른 휴먼라이브러리처럼, 찾아가는 휴먼북과의 만남을 앞두고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절벽과 같은 막막함과 아득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도대체 무슨 질문을 어떻게 해야할지, 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하다못해 질문할 때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심방과의 만남을 주선해 준 제주대 강소전 강사님이 자료도 보내주고, 미리 공부도 시켜주고(!), 휴먼라이브러리 현장에 동행까지 해주신 덕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고순안 심방은 현재 하도리에 살고 있으며 마을의 본향당인 ‘삼싱당’과 영등굿을 하는 ‘각시당’을 맡은 메인심방이면서 중요무형문화제 제 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의 전수조교를 맡고있다. 기량이 뛰어나 여성심방으로서는 도내에서 그 이름이 높으며, 몇날 몇일 진행되는 큰굿을 해내는 몇 명 남지 않은 제주의 큰 심방이다.
12살에 신병이 내려 열서너살부터 큰심방을 따라 다니며 굿을 배웠고, 20살 경 결혼과 출산으로 10여년을 쉰 후 31살부터 계속하여 무속인으로 살아왔다. 심방은 눈치가 빨라 듣는것,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을 깨쳐야 하는데, 15살 경에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무섭기도 해서 담벼락에 숨어 울기도 많이 했었다고... 하지만 울어야 심방이 된다고, 울면서 하다 보니 서른이 넘어서는 어느 순간 목소리도 저절로 트이더라고 했다.
근 몇 년간은 일본을 오가며 4,3사건으로 인해 오사카로 건너간 제일동포들을 위해 굿을 하시기도 하셨다. 단골이 몇 명정도 되냐는 짖궂은 질문도 했는데, 하도리 5개마을 담당이라 이 다섯 마을의 주민은 모두 단골이라고. 정월에서 삼월에 ‘문전철갈이’를 할 때는 130여가구, 하루에 8집씩을 돌면서 굿을 하신단다.
멩두(무구이면서, 모시는 조상)를 하나 하나 설명해 주시고, 연물(무악기)도 일일이 시연을 해 주셨다.
고순안 심방의 말씀중에 짙게 배여나오는 것은 무속의 역사가 사라지고 기록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무속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기량있는 큰 심방들이 나이가 들어 지병으로 돌아가시거나, 몸져 누우니 말 그대로 ‘구비전승’되는 문화가 사라지기 일보직전인 것이다. 강소전 강사처럼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고순안 심방도 다리가 불편하셔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시기가 힘들다. 그래도 굿을 하실땐 펄펄 난다고 한다. 오히려 요즘은 굿을 청하는 사람이 점점 간단히 하길 원해서 기간도 짧아지고 형식도 간단해지고 있는데, 그게 성에 차지 않는다고..
부디 건강하시길...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해온 제주의 문화, 그리고 사람이
생기 있는 모습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 숨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