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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제주전통음식연구가 양용진]음식의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함에 있다. 제주전통요리는 음식의 원형!


[3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제주전통음식연구가 양용진 후기]


음식의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함에 있다. 제주전통요리는 음식의 원형!


 


휴먼전체 사진.jpg  


3월 21일 토요일, 이름도 없고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카페 ‘판’을 찾아간 시간은 오전 10시. 이곳은 양용진 선생님의 형인 가수 양호진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한쪽 벽면에는 오래된 LP판이 가득차 있었고 다른 쪽엔 각양각색의 다양한 차와 그릇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제주전통음식 연구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너무나 럭셔리한 분위기였는데, 역시나 테이블위에는 선생님이 직접 구우신 쿠키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홍차가 놓여져 있었다. 차가 식지 않도록 차주전자에는 예쁜 수가 놓여진 덮개가 씌워져 있고..


 


 직접구운 수제 쿠키.jpg  홍차를 식지 않게.jpg


 


 


자연스럽게 카페에 왜 간판이 없는지라는 질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곳은 영국식 티타임을 지향하는 장소다. 요즘은 카페도 페스트푸드화 되고 있다. 이곳은 티타임문화와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는 홍차카페로 시대를 역행하고자 하는 곳이다. 마이크 없이 라이브를 하는 곳이기도 하고 1달에 1,2회 음악회도 열린다. 간판이 없는 이유? 아무나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다. 그러나, 이곳의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제주 전통음식에 관한 연구를 하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지요?


외할머니가 제주여성운동 1세대이다. 한국부인회 주부교실 초대회장을 맡으셨었다. 어머니(김지순요리학원장)는 이대 가정학과를 나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요리학원을 여신 인텔리이시고. 생전 처음보는 음식을 많이 먹었고 어렸을때 부터 앞접시를 놓고 덜어먹는 식탁예절을 받았다. 70년대초부터 어머니가 제주향토음식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모으기 시작하셨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여기까지 온 건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온 것이다


 


선생님은 미술을 전공하고자 했으나 고 3때 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방향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고, 변진섭, 소방차, 김현식이 소속된 회사에서 공연기획자로 일하다 제주로 내려오시게 된다. 양용진 선생님.jpg 어머니가 모으신 방대한 자료를 그냥 썩힐 수 없어 제주전통음식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에는 10년동안 대외활동 없이 오로지 공부와 연구에만 매달리셨다고 한다.


제주 음식이 맛이 없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먹을거 없다, 재료도 단순하고 투박하며 음식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진다’는 평이 있다.


그러나 음식의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함에 있다. 요즘 전통적이지 않은 양념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재료로 기교를 부리려고 한다. 재료의 싱싱함과 특성을 살린 단순한 요리야


말로 음식의 원형이다. 그런면에서 갑오징어, 대갈치, 한치 등 최근 제주 수산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어안타깝기 그지없다.


 


몇 년전 부터 신문사에 연재하는 글부터 비롯하여 제주음식에 대한 글은 대부분 선생님의 글이다. 허영만 만화가의「식객」에 제주 순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혀 제주의 전통 순대가 아니더란다. 이때부터 전통음식에 대한 글쓰기를 하기게 되었다고.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는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무엇일까?


제주의 음식은 제철음식이다. 계절에 따라 그때그때 재료에 맞추어 하는 음식이라 대표음식을 몇가지만 꼽기는 어렵다. 계절에 상관없이 꼽으라면 몸국, 고기국수 정도 꼽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개인적으로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먹었던 싱싱한 맛이 안나기도 하고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비린내가 싫다. 나이들수록 단순한 맛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군대 있을때 먹고 싶은 음식 종류를 약 180가지 써 낸 적이 있다. 한번 해보라. 보통 20가지 써 내기도 쉽지 않다. 그 때 써낸 1번이 단밥에 된장국, 김치였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나물된장국이다. 사계절 내내 키울수 있어 텃밭에서 바로 뽑아낸 싱싱한 야채로 만든 된장국.


 


학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실텐데,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늘 ‘엄마, 아빠 말 듣지 마라’고 한다. 부모님들이 아이들 잘 되라고 하는 건 좋은데 꿈까지 대신 꾸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절대 부모님 말 듣지 말라 한다. 다만, 선택이 아닌 낙오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공부는 열심히 하라 한다. 이곳에서 낙오하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전체사진.jpg


 


양용진선생님과의 대화는 음식얘기에 국한되지 않고, 재료, 사회,문화 역사, 정치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여러 가지로 변주되면서 진행되었다. 그 많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다 전달해드리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울 뿐이다.


듣는데 빠져 오히려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다. 한번이라도 참여해 보시면 알 것이다 ㅋ


나의 분야만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이며 내가 도울 일이 무엇이 있을까 늘 생각하고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참여환경연대의 회원이라는 것!!!


 


이번 휴먼라이브러리는 최고의 참석율(15명)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2차와 3차까지 가는 최장의 휴먼라이브러리이기도 하였다.


소통과 감동, 그리고 성찰이 있는 휴먼라이브러리!


점점 진화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