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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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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휴먼라이브러리] 참 맑은 사람, 김미선 물드리네 대표를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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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면 낙천리 5124번지.


자동차로 오롯이 1시간여를 달려가, 마을에 들어서서도 작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여러 군데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다, 멀리 나부끼는 염색천을 보고 간신히 찾아간 곳!


입구를 지나 뒷마당으로 돌아가니 천연 잔디가 푸르게 깔린 마당과 아홉굿(연못)의 하나인 새물과 그 앞의 정자, 나무의자가 보인다.


더없이 평화롭고 아늑해 보이는 풍경.


그 속에 김미선 대표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애증, 열정, 꿈 등이 빨래줄에 걸린 천조각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여성들끼리의 생활공동체. 이 땅은 대물림하지 않는 우리들만의 공간


제주여민회 활동을 하다 언니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7명이, ‘나중에 꼭 같이 모여 살자’라고 약속하며 각기 조금씩 추렴하여 현재의 이공간을 마련하게 됐어요. 이 체험 공간(40여명이 한꺼번에 강의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2007년 제주민예총 창작창고짓기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만들게 되었고요.


지금은 저(김미선)고 장선자 언니, 그리고 조금 아래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생활을 하고 있어요. 동거와 다른 점은 같이 일하고, 먹고, 수익금도 함께 나누고 경제적인 부분까지 공동으로 한다는 거죠.


지금까지 물드리네를 10년간 유지하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선자언니와 싸운 거예요 ㅎ ㅎ


왜 안그렇겠어요. 가족도 아닌 사람들이 가족처럼 붙어 지내는데..


 


갈옷을 만들어 입던 나에게 염색이 걸리다


한마디로 염색이 걸린거죠.


농사도 지어보고 녹차도 재배해 보고 이런거 저런거 하다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으면서도 생활기반도 되는 것을 찾다 염색이 저한테 걸린 거죠. 농사지을 때 감물 들여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재미있었거든요.


제주는 염색에 대한 정보가 적어 책도 보고 육지에 나가 배워오기고 했지만,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배우는 것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더라구요. 벽에 막혀 긍끙대고 있을 때 스승인 신라대 조경래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막힌 부분이 하나씩 해소가 되면서 체계적으로 배울수 있게 되었죠


 


염색일을 하지만 마음 깊숙이 따라다니는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색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색을 다루는 일을 해도 되나라는 거였죠. 그게 풀린게 3년전 아트스페이스C에서 가진 <천연염색공방 물드리네 스카프展-빛을 두르다>였어요. 전시회를 하면서 내가 어디만큼 와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고 동시에 내안에 있는 고정관념도 깰 수 있었죠.


 


쪽 만은 직접 심어 푸지게 써요


염색재료 중에서 쪽은 심어서 쓰고 있어요. 직접 재배해서 사용하는 것의 장점은 푸지게 쓸수 있다는 거에요^^ 맘껏 쓸 수 있는거 그게 행복이죠. 한번은 선자 언니가 홍화도 이렇게 푸지게 써 봤으면 좋겠다 해서 심은 적이 있어요. 근데 홍화는 꽃이 필 때마다 기다리고 있다가 꽃잎을 일일이 하나씩 하나씩 따 주어야 해요. 더구나 꽃피는 시기가 장마때에요. 환장할 일이죠. 그래서 홍화는 그만 뒀어요. 다른 것들도 재배는 잘 맞지 않더라구요. 메리골드는 도로변에 관상용으로 심었다가 다른 걸로 바꾸는 시점이 있어요. 그 때를 알았다가 미리 연락을 취해놓고 가서 베어오죠.


여기서 쓰는 염료는 쪽, 홍화, 메리골드 말고도 쑥, 감, 익모, 유채, 한약재 등 다양해요


 


자연의 색에서 사람은 있어도 없는 사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 없어요. 자연의 색은 다 좋지. 천연염색을 하면 사람도 자연을 닮아가요. 입은 옷 색깔도 그렇고 자연과 한데 어우러지니까 어느 날은 사람이 앞에서 지나가도 안보일 때가 있어요 ㅎ. 왔다 갔다 하는 데도 사람으로 안 보이는 거야 ㅎ ㅎ


자연의 색은 같은 게 하나도 없어요. 하나인 듯 하지만 다 다르고 오묘해서 어느 하나를 좋아할 수가 없지요.


 


염색집에서 염색보다 중요한 것


염색집인데 염색 보다 더 중요한게 있어요.


기본보다 포장이 더 중요하더군요. 염색을 잘 하는 것 보다 상업적 기술, 즉 금전적 환원기술이 필요하더군요. 그런데 우린 그게 안돼. 영업집인데 부산스러운 거 싫고..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갈 때 마다 끊임없이 조언을 해줘요. 협동조합을 해라, 사회적 기업을 해라, 영업 마인드를 키워라....하두 그러기에 협동조합에 대해 책도 읽고 공부도 했지요.


헌데 그것이 우리랑 딱 맞지 않아요. 지금의 시류일지는 몰라도...


우리는 간판도 안 보였어. 색이 주위에 어우러져 도드라지지 않는데다, 점점 색까지 바래니 보이지두 않았죠. 최근에야 노란색으로 눈에 띄는 걸루 했지.


우리는 가격 붙일 때 슬퍼요. 우리에게는 아기와 같아. 영업 마인드 이런거 안돼요, 우린.


 


참 맑은 사람...


김미선 대표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우리 모두 이구동성으로 공감한 말이다


여성들의 눈에 맑게 보이는 여성.


협동조합을 조언하고 사회적 기업을 권유하고 영업마인드를 키우라고 충고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염색을 보고 세계를 보는 사람.


우리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은연중 우리끼리 하나의 시선이 되어 타인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면서도 아주 작은 것은 싫고,


느리게 걷자고 하면서도 불편한 것은 못 참겠고.


 


오늘은 그를 통해 내안의 때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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