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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을 닮은 모습으로 평화를 전파하는 김남흥 원장님을 뵙고서



돌하르방을 닮은 모습으로 평화를 전파하는 김남흥 원장님을 뵙고서...


                                           대학생 자원활동가 김소담(제주대 경제학과 2학년). 박예진(제주교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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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7일 금요일


이번 참여환경연대 휴먼 라이브러리에서는 수십 년간 돌하르방 공원을 만들고 관리하신 김남흥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높은 건물과 차들에 치여 갑갑하던 차에 북촌리에 위치한 돌하르방 공원에서의 나들이는 선생님께서 추구하시는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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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리에 도착하자 공원 입구에서 김남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내어주신 커피를 하나씩 손에 들고 돌하르방 공원에 들어섰다. 바닥에 흙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지고 또 다져지며 자연으로 들어서는 길을 만들었고 그 길을 따라 가다보니 선생님께서 조각하신 조형물들 하나하나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넓은 곶자왈 숲길과 조화롭게 배치된 나무 조형물들과 돌하르방들은 그들 각각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다. 때로는 그들의 익살스러움에 웃음을 짓다가도 돌하르방을 타고 담쟁이가 올라가고 비바람에 깎여 뭉툭해진 코를 보면서 공원에 커다란 애정을 갖고 오랜 시간 공원을 만들어 오신 선생님의 열정에 감탄하게 되었다. 대리석이 아닌 현무암으로 조각했을 때 그 무수한 구멍을 만나며 만들어지는 선이 정말 현무암의 매력이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맑은 새소리와 상쾌한 바람, 나무 사이로 떨어지던 은은한 햇볕과 함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돌하르방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서 선생님의 작업실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낮에는 공원을 관리하시고 밤에는 미술작업을 하신다는 선생님께서는 오는 12월에 있을 작품전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였다. 제주도의 원형적인 모습과 무지개가 어우러진 선생님의 작품들은 이것이 바로 제주 사람들이 말하던 ‘이어도’가 아니겠냐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한없이 아름다웠고 신비스러웠다.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을 위해서는 기본기가 잘 다져져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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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앗아간 갤러리 자리에 새로 들어설 건물을 둘러보고서 아트샵에서 선생님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가슴 아픈 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여쭤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선생님께서 작업하셨던 그림 작품들, 돌하르방 공원을 처음 만들 때부터 꾸준히 써 오셨던 작업일지들과 작업 사진 등이 모두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선생님께서는 화재현장을 보고 곧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다. 작업하던 과제만 날아가도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돌이켜보며 선생님의 그 초연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돌하르방을 닮은 듯한 선생님의 우직한 그 모습이 그동안 돌하르방 공원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고 앞으로 선생님께서 꿈꾸시는 제주 문화예술학교를 위한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하르방 공원의 최종적인 목표를 제주도의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일종의 소명의식을 느끼기까지 했는데 과연 나는 어떤 일에 확신을 갖고 평생을 노력할 수 있을까, 나의 고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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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하르방 공원을 통해 관람객들이 평화를 얻고 돌아갔으면 한다는 선생님의 바람처럼 삶으로 돌아온 지금도 문득 그 때의 순간들이 떠올라 행복해진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제주의 것을 보존하고 알리려 노력하셨던 선생님의 마음을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내내 느낄 수 있어서 더 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