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가입하기

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9월의 찾아가는 휴먼라이브러리]달리도서관의 달리지기 어리, 짱가, 토토님


9월의 찾아가는 휴먼라이브러리]

달빛아래 책 읽기 좋은 도서관

달리도서관의 달리지기 어리, 짱가, 토토님

 

4.jpg 


달리도서관을 아시나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도서관이자, 게스트하우스이자, 문화공간이자 교육공간인 달리도서관을 모르신다면, 음~ 당신은 구석에 콕 박힌 제주 원거주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달리는 제주보다는 전국에서 그리고 여행자와 이주민들 사이에서 더 유명하기 때문이죠 ㅎㅎ

지난 9월18일 이도동에 있는 달리도서관으로 지기3인방을 만나러 갔다 왔습니다.

옆집 아줌마 같은 그녀들, 언니 같기도 하고 멘토 같기도 한 그녀들과 나눈 이야기를 회원님들과 나눕니다.

(질문과 답의 대부분이 공동으로 이루어진데다 이견이 거의 없어 대답을 개별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달리지기님들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순실(어리): 전직 신문 기자였고요, 이 공간은 저의 어릴적 부터의 꿈이었습니다. 친구들과 1,2층 어울려 다니며 놀고 골방과 같은 나만의 공간을 찾아 다녔지요. 꿈은 깊숙한 공간에 저장되어 있다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인가 봐요.

박진창아(짱아):고향은 제주이고 서울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5-6년 전에 내려왔어요. 처음 한라산학교라고 문화교육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했고 달리도서관을 준비하면서 이쪽에 집중을 하게 되었죠(짱가는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대한민국 여성축제, 빅우먼 패션쇼 등 굵직한 여성축제를 기획, 연출하였다)

윤홍경숙(토토):여성단체에서 활동하였고 걷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1.jpg

 

여성들끼리 뭉쳐 ‘달리’라는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달리도서관이 올해로 꼭 만5년이 되었네요. 2009년 10월에 오픈하였으니까요. 당시 우리는 40초반으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있었고 ‘한번 해보자’하고 의기투합하게 되었죠. 당시 이 건물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는데 우리가 이 공간의 가치를 알아보게 된 거죠. 마침 건물주가 선배여서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고, 300만원의 종자돈과 약간의 은행대출을 끼고 6개월간 회의하며 리모델링하며 천천히 공간 활용에 대해 기획하고 계획한 거죠. 책도 전국에서 기증받으면서 하나씩 채워나갔어요.

 

책은 어디서 어떤 경로로 오게 되는 것인지요? 그리고 겹치는 책들도 있을 텐데 선별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현재까지 책나눔에 참여한 사람은 200여명 되구요, 기증받은 책이 4,5천권 정도 됩니다.

20권이상 책을 기증해 주신 분들께는 그분들의 이름표를 단 책장을 만들어 드리고, 이곳에서 1박 할 수 있는 무료 게스트하우스 이용권을 드립니다. 겸사겸사 제주여행 오셔서 숙박하고 책장 둘러보고 아주 행복해 하셔요^^.

받은 책들 중에는 겹치는 책도 많고 또 보존 상태를 떠나서 비치하지 못할 책들도 많아요. 이사하면서 이삿짐을 줄일 요량(!)으로 마구잡이 보내는 경우도 있구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기준을 정했죠. 출간된 지 10년 이내의 책이어야 하고, 단체 기관지, 소식지, 계간지, 사전류, 취미활동(골프, 바둑, 영어교재 등) 도서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전집류는 보내시기 전 미리 전화 상담 받습니다


 3.jpg


‘책장에는 자기의 세계가 존재한다’라는 말이 너무 맘에 들었고, 자신의 책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과의 번개모임 ‘책장번개’도 너무 멋진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장번개’를 지금도 하고 계시는지?

처음 기획은 좋았으나 책장주인과 독자가 만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더군요. 그리고 심적으로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책장번개보다 지금은 ‘달친인터뷰’라고 책장나눔을 해주신 분들과의 인터뷰를 싣고 있어요. 보내오신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있어요. 책을 소중히 다룬 분들은 그 정성으로 책에서 향기가 나지요. 그리고 책을 보다 보면 나와 독서 취향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그러면 그 사람이 막 궁금해져요. 책나눔을 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기쁨이죠.

책을 지적인 병풍으로 생각하지 않았음 합니다. 돌려보는 것이 기부지요.

(어느 기증자의 책을 보여 주셨습니다. 투명비닐로 정성껏 포장되어 있었고, 마치 장갑을 끼고서 만진 듯이 흠집하나 없었습니다. 마치 새 책처럼요. 습관과도 관련이 있겠지요. 반면 밑줄치고 메모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기부하려면 깨끗이 보기는 해야겠어요 ㅎ)

 

클래식, 여행, 인문학, 드로잉 등 다양한 문화강좌를 개최하고 계신데 지금까지 열었던 강좌 중에서 지기님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강좌는 무엇이었나요?

박원순 현 서울시장님을 초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장 출마전이었고, 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의 지리산 종주도 하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전국일주를 컨셉으로 지역순회를 하는 과정에 먼저 우리 달리도서관으로 연락이 와서 이곳에서 강연회를 하였지요. 사람들이 꽉차서 사다리에 올라가서 청취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공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분이라 달리도서관을 매우 칭찬해주고 아껴주셨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판화가 이철수 초청 작가와의 대화 및 전시전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가 아주 야심차게 기획했던 행사였는데요, 직접 제천까지 찾아가서 기획을 설명드리고 섭외를 했지요. 제주돌문화공원을 빌려 체험과 전시를 하고 판화작품도 판매하여 재정적자도 메꾸자했죠. 결론을 말하자면, 행사는 좋았지만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그 행사 덕분에 종자돈을 만들어 올해 산티아고 여행도 다녀왔으니 우리에게는 성공이라고 해야겠죠~

 

산티아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여행은 어떠셨나요?

신티아고 순례는 8년전부터 계획한 일이었어요. 종교와는 관련이 없고요. 아 너무 좋았어요. 뭐라고 간단히 설명할 수가 없어요. 사진도 굉장히 많이 있는데 그 중 몇 컷으로 얘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하고 싶은 말이 너무 꽉차서 표현할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무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음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꼭 멀리 떠나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거리를 둔 걷기가 주는 영감이 확실히 있어요. 나의 짐(누구의 것도 아니고 어디에 두고 갈 수도 없는)을 짊어지고 한달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성찰을 하게 돼요.

시리즈로 글을 쓸까, 책을 내볼까, 산티아고 여행에 대해 어떻게 마무리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주말에 도서관을 오픈하지 않잖아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오고 싶어도 주말에 문을 닫으니 올수가 없어 안타까워요. 오픈 시간을 늘리실 의향은 없나요? (현재 달리는 평일 오전10시~저녁8시까지 오픈합니다)

우리 세 명이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생계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공간이 우리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생활비는 각자 외부의 활동으로 충당하고 있지요. 돈도 못 버는데(^^) 일주일 내내 이곳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모토는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예요. 우리가 행복해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웃으며 응대할 수 있지요.주말에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항의하시는 분 간혹 있지만, 그렇게 불평하는 것에 비해 그분들 몇 번 오지 않습니다. 정작 이곳을 지키는 우리가 더 소중하지요.

 

2009년에 오픈하여 만 5년, 그동안 변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처음에 가졌던 마음과 운영상의 변화가 있을까요?

처음엔 이주민이 많이 오셨지만 지금은 제주민의 참여가 높아지고 있어요. 5년에 되니 이제 안착된 것 같아요. 그리고 성숙한 거 같구요. 전국에서 우리 도서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들 오세요. 여기저기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요. 처음에는 전국에 달리도서관 분점을 설립하는 것을 꿈꾸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것보다는 비슷한 공간끼리의 네트워킹을 통해 책이 여행하는 꿈을 꿉니다. 전국 차원뿐 아니라 제주 안에서도 서로 연결되었으면 해요. 근데 제주가 가진 가능성은 무궁무진한데 잘 꿰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마지막으로 세분의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은 없나요?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달리를 매개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점도 많아 투닥거리기도 자주 합니다. 늘 좋지만은 않죠 당연히.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할머니들의 공동체가 있어 가끔 찾아뵙는데 우리의 향후 모습이 저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할머니들끼리 자주 싸우지만 그러면서 또 서로 의지하고.. 삶이란 그런 거라 생각해요. 우리도 저렇게 늙어가야겠구나 하죠. 좀더 인간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끝.

 

 달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