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 원안대로 시행하라!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에 관한 1회용품 규제를 철회했다.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으로 종이컵은 사용 규제 품목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으며, 비닐봉투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작년 11월 24일부터 시행했어야 할 규제가 1년간의 계도기간도 모자라 급기야 포기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의무 시행을 백지화한데 이어, 이번 1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로 1회용품 감축에 대한 의무를 완전히 저버렸다.
이번 1회용품 규제 철회와 지난 1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유보에서 환경부는 계속해서 소상공인의 부담 경감만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 정책과 규제 시행에 발맞춰 준비해 온 소상공인은 외려 혼란에 빠지게 됐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만을 기다려 온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은 정부를 믿었다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며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서는 1회용컵 보증금제 동참 업체들이 무더기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제도 안착이 요원해졌다. 제주도와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일군 1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착과 더불어 전국시행의 발판을 마련한 성과를 환경부가 발로 걷어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과 소비자, 소상공인 모두가 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쳤지만 아쉽게도 충분한 준비에 이르지 못했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준비할 의지가 없었다는 무책임한 선언과 같다. 또한 1회용품 감축을 규제 대신 권고와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지원으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국민들에게 1회용품 사용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는 명백히 담당부처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 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불과 5년 전 전국이 쓰레기 대란으로 허덕일 때, 방치된 쓰레기 산으로 주민들이 고통에 몸부림칠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쓰레기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도 역시 필리핀에 생활쓰레기를 불법으로 반출한 것이 발각되어 국제적 논란이 일어나는 등 고질적인 쓰레기 처리난에 대한 대응으로 플라스틱 제로섬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고도화된 정책과 강화된 환경규제는 당연히 필요한 정책이다. 그런데 쓰레기 저감의 핵심 정책인 1회용품 규제를 후퇴시킨다는 것은 2018년 쓰레기 대란으로 시간을 되돌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말 그대로 국민을 상대로 쓰레기 테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멈추기 위한 국제협약을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과 소비를 감축한다는 우호국연합에 가입했음에도 국내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저감과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있어 지속적으로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고 국내적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번 규제 철회 결정을 철회하고 약속된 1회용품 규제를 제대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하라
하나. 환경부는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시행하라
2023년 11월 21일
제주시민사회단회단체연대회의/(사)기후소비자행동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