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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제주도 경선 선거인단 공모에 즈음한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입장


2002년은 여러 모로 우리나라에 중요한 한 해이다.
그 중 지방선거와 더불어 올해 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향후 정치발전과 한국사회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천명한 당 쇄신 방안은 그 자체로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의미있는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당내 대통령 후보 선출을 국민참여 방식의 경선제로 실시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은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중 하나인 기존의 사당적 정당구조를 명실상부한 공당구조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며, 야당인 한나라당도 이러한 새로운 정치적 쇄신흐름에 하루속히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민주당의 이러한 결정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당차원의 고육지책에 불과할 뿐이며, 국민경선제 등이 왜곡된 정당정치의 현실을 개선하는 개혁의 핵심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에 찬 여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론 뒤에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선거관행에 대한 불신이 그 만큼 작용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번 경선이 50억에서 100억대에 이른 돈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와, 경선이 대선 후보별 사조직에 의한 세대결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세간의 불신은 벌써부터 유권자의 정치적 외면으로 나타나는 듯 하다.

모처럼 마련된 국민참여정치의 장이 후보간 과당경쟁에 따른 금권시비와 공정성시비로 얼룩진다면, 이는 이 제도의 순기능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경선제 무용론의 빌미만 제공해 정치개혁의 최소한의 가능성 마저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한편,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출의 첫 경선지가 제주로 결정되면서 제주는 '한국의 뉴햄프셔'라 불리어지고 있으며 경선후보들이 속속 제주를 찾고 있다. 이미 민주당 7명의 후보가 1회 이상 제주를 방문했다. 이러한 양상은 정당후보 선출의 지역별 경선체제가 지역차원의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대선후보가 지역과 직접적인 대면을 한다는 또 다른 의미도 제공하고 있다.그러나 제주를 찾는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보며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간 제주의 굵직한 현안, 예를 들어 4·3특별법이나 제주개발 및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또한 감귤과 제주관광의 문제점 및 가깝게는 항공료 인상으로 도민들이 고통을 받을 때 관심은 물론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인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정치에 대한 일반적 불신에도 기인하지만, 평소에 제주의 현안이나 지방자치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이렇다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거를 겨냥한 제스쳐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오히려 지역순회 방식의 경선이 우리 정치의 '잘못된 지역주의 풍토'만을 더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들게 된다.

이른바 민주당 일곱 예비후보에게 묻는다. 몇 년 전 제주도민이 하나가 되어 4·3특별법 제정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을 때 당시 귀하는 어디에 있었는가? 가깝게는 작년 제주도민들이 국내 양 항공사들의 항공료 담합인상 반대 투쟁을 벌이고있을 때 귀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감귤값 폭락으로 감귤을 땅에 파묻으며 제주 농민들이 가슴을 쥐어짤 때 관심이나 가져 본적이 있는가? 솔직히 답해 주기 바란다.
또한 귀하들은 입을 모아 제주를 정치 1번지라 칭송(?)하고 있으나, 그간 제주를 골프를 치거나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던 휴양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오지 않지 않았는가? 전국 유권자 수의 1% 밖에 안되는 도세를 가진 제주도라고 비하하고 있지는 않았었는지 묻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다음과 같이 입장과 제안을 밝힌다.

첫째, 국민경선제의 취지를 올바로 실현하기 위한 공당으로서의 구체적인 경선운영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민참여방식 경선이 기존의 혼탁선거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각 후보자 진영 사조직간의 조직적 입당운동을 통한 경선참여, 매표행위 등으로 얼룩질 경우, 국민참여의 명분은 오히려 또 다른 난맥상의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인단의 공정한 구성, 경선비용 한도의 제한등을 엄격하고 세세하게 규정하는 경선운영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이에 따른 절차운영을 외부참여에 의한 감시
위탁 등 당의 문호를 개방해 검증받고자 하는 국민경선제 도입을 채택한 공당으로서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둘째, 제주가 국민경선이 치러지는 첫 지역이라는 점에서, 경선 전과정의 페어플레이를 공개적으로 서약하는 "대국민 약속"에 모든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어렵게 도입된 국민경선제가 그 취지를 올바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어떻게 끼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더구나 모처럼의 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해 보내는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관대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엇보다도 경선에 임하는 후보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위의 첫 번째 요구를 구체적으로 반영한 경선절차의 합의 - 경선과정 절차위반에 대한 후보자격 몰수 - 경선 전과정의 페어플레이를 위한 "대국민 공개서약"을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실시해야 한다.

셋째, 선거인단을 포함한 유권자들의 실질적 참여를 위한 공개토론회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이번 지역순회 방식으로 치러지는 국민경선제는 일반 유권자 참여에 의한 예비선거라는 장점 외에 직접적인 지역대면을 통해 대통령 후보의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과 지역별 현안과 비전의 관심도를 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제주를 찾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역에 대한 태도는 "정치적 연줄대기"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인단 추첨 이전에 모든 도민들앞에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공개토론회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상의 입장과 제안을 시작으로, 이번 경선이 우리 정치발전의 이정표가 되도록 국내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을 통한 감시운동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2002. 2. 8

(사)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조성윤·이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