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지난 2002년 사업이 추진된 (주)더원의 ‘에코랜드’는 이미 입지선정단계에서부터 곶자왈 훼손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행정당국은 에코랜드(구, 한라산리조트) 개발사업이 제주국제자유도시 출범이후 첫 대규모 민자유치 사업이라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대는 물론 환경부도 사업부지내 곶자왈 훼손우려를 이유로 사업계획의 축소의견을 제시했었다. 이에 사업자가 개발사업예정자지정권을 반납하면서 환경파괴 논란은 해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행정당국에서는 사업자의 개발사업 포기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당시 군유지였던 사업부지를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제출되기도 전에 헐값에 매각해 버렸다.
에코랜드 사업부지는 교래리 돔배오름에서 시작되어 함덕해수욕장까지 평균 2~3킬로미터의 폭으로 연장 12킬로미터에 걸쳐 분포하는 교래곶자왈의 일부이다. 이곳은 돔형태의 지형이 발달하면서,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면서도 상록활엽수가 점 상태로 분포해, 좁은 공간에 다양한 식생형태가 공존하는 특이한 식생구조를 보이는 지역이다. 또한 사업부지에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으름난초를 비롯하여 골고사리, 좀고사리, 주걱일엽, 숟갈일엽, 한라새우란, 여름새우란과 같은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종다양성이나 희귀식물 분포상황으로 볼 때 제주도내 곶자왈 가운데 매우 중요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렇게 교래곶자왈의 뛰어난 투수능력과 우수한 식생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는 환경보전방안으로 미생물제제를 이용한 잔디관리를 하겠다고 스스로 공언하였다. 환경부와 협의한 ‘사전환경성검토’, 제주도와 협의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공식적으로 이러한 약속을 하였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당시에는 이러한 내용을 확약하는 공증까지 하였으며, 그 내용에는 “미생물제제로 잔디관리가 어려울 경우 골프장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
그러나 골프장을 개장한지 갓 1년 만에 사업자는 미생물제제가 아닌 화학농약을 사용해 잔디관리를 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계획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에코랜드라는 업체에 환경윤리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업승인과정에서 사업부지의 조기 헐값매각, 녹지자연도 및 곶자왈 분포면적 평가절하, 환경영향평가서 부실작성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행정의 부당한 비호아래 사업승인이 되었다. 특히, 이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에게 그 가족을 위협하는 협박편지까지 발송되고, 버스 안에서 심의내용을 변경해 버리는 날림회의를 하는 등 사상초유의 불법과 부도덕한 행태가 자행되었던 절차이행과정이었다.
자숙하고 더욱 더 친환경적인 사업시행에 힘을 기울이기는커녕, 도민들 앞에 스스로 공언한 약속을 단 일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뱉어버리는 것은 또 다시 행정의 비호를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제주도는 현재 사업자가 신청한 협의내용 변경 외에 7번의 협의내용 변경신청을 해주었다. 대부분 사업편의를 위한 협의내용 변경들이었다. 논란이 되었던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의 대처서식지 축소를 포함해 투수성 바닥재 사용 포기, 원형보전지역 일부 사용 등이 그 내용이다. 이번에 제주도가 사업자의 협의내용 변경신청서를 접수한 것도 공증까지 한 사항이지만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이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제주도의 속내는 결국 사업자의 편의를 다시 한 번 더 봐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협의내용 확약서 대로라면 에코랜드는 골프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에코랜드에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폐기하는 수순에 동참하고 있다. 사업자의 협의내용 변경신청을 특별한 이유 없이 행정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제주도의 변명이지만, 사실은 사업자의 협의내용 변경신청 이전에 골프장 운영중단 요구가 먼저 행정행위로 시행되어야 했다.
또한 제주도는 자문결과 공증을 거친 확약서지만 이 내용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결국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이루어진 ‘공증’과 ‘확약서’ 등은 환경단체와 곶자왈 보전을 요구하는 도민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사업자와 제주도의 농간이었다는 것밖에 해석할 수 없다.
선보전 후개발을 천명한 우근민도정이 이러한 반환경적이고 반도덕적인 작태에 편승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지난 도정과 분명한 차별성을 둔 환경정책의 잣대를 갖고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내용처럼 에코랜드 협의내용 변경신청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때 마냥 기대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투명한 행정과 환경보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에코랜드에 골프장 운영중단을 명령해야 한다. 그 근거는 에코랜드와 제주도 간의 확약서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에코랜드의 협의내용 변경신청의 가부를 따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에코랜드는 도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골프장 운영은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다. 우근민도정 역시 도민과 한 선보전의 약속을 에코랜드 사태에서 명확히 보여주길 촉구하는 바이다.
2010년 11월 8일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참여환경연대 / 곶자왈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