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민선5기 제주도정 출범 100일에 즈음한
참여환경연대의 의견과 제언
새 도지사가 선출되고 민선 5기 도정을 맞이한지 어느덧 1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막 100일을 맞은 도정운영을 현시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일일 수 있다. 제주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현안을 처리하고 시급한 정책들을 추진함에 있어 100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시간과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과연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서 있는지 이를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민선5기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민선시기를 통해 보여줬던 관주도, 개발주의, 관료독점의 문제가 주민참여의 풀뿌리자치로 거듭날 수 있느냐 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이와 관련된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 제주도는 과거 도정을 이끌었던 경험을 가진 도지사가 또다시 민선5기 도정을 이끌고 있다. 때문에 과연 우근민 도정이 민선5기의 도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실험에 나설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다.
우근민 도정의 출범은 지난 시기 도정의 난맥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이기에 , 많은 도민들은 지난 도정 운영 과정에서 줄곧 등장했던 제주사회 현안들이 제대로 매듭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번 민선5기를 통해 시민사회가 제기해 왔던 의제 등이 비로소 제대로 반영되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이를 반영하듯, 우도정은 출범부터 적어도 정책면에서는 미약하나마 다른 면모를 보였다. 해군기지나 카지노와 같은 갈등현안을 도민 공감대를 근거로 이를 보류하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외부자본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일관해 온 제주발전전략과 관련해서도, ‘내생적 발전’이라는 오래된 요구를 비로소 반영하려는 정책전환의 의지를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기초자치권 부활을 통한 특별자치의 민주성을 제고하려는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주사회의 지속가능하고도 참된 성장을 바라는 도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선5기 제주도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일부 주요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우근민 도지사는 후보시절부터 영리병원과 내국인출입카지노와 같은 갈등현안에 대해 반대 또는 신중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이는 2010년 7월 1일 취임사를 통해 ‘영리병원과 카지노 논의 중단’을 요청한 사실로써 더욱 명백해진 사실이다. 제주가 전국적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되고, 도민건강권을 훼손당하는 사태를 우려했던 많은 제주도민들은, 우 지사의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취임 후 영리병원과 관련한 우 지사의 발언내용과 행보는 수차례 변화해왔다. 최근 ‘5년에서 10년의 한시적 기간 동안 제주에 한해서만 영리병원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사실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내국인영리법인병원의 도입은 받아들이겠다면서 이를 조례로 조정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둘째, 원칙으로 선언했던 ‘先보전後개발’에 따른 뚜렷하고 가시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근민 도정은 ‘先보전 後개발’의 원칙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후속계획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우지사의 공약 중 환경공약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인수위 차원에서 검토된 몇 가지 정책들이 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진전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시기 민감한 환경 현안이었던 곶자왈의 보전,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문제, 경관관리계획의 난맥상, 한천복원 문제 등에 대한 진단은 도정 초반에 개선윤곽을 잡아야 한다.
제주는 최근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세계최초 유네스코 3관왕 등극이라는 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일대에 조성된 대형주차장과, 적정수용인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트래킹대회의 개최, 무분별한 곶자왈 훼손, 경관을 해치는 초고층 건축물 허용 등은, 지난 시기 제주도정이 가진 열악한 인식수준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세계으로 인정받은 제주 환경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하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전 도정과 다른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도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새도정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수출 1조원’ 관련 정책은, 외자유치와 개발에만 의존했던 지난 도정에 비추어 제주의 향토자원을 활용해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나타내는 성장정책이다. 우리는 이러한 성장기반의 조성과 함께 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삶의 질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지사가 공약했거나 인수위 차원에서 검토되었던 0~5세 무상보육, 일자리 확대정책, 사회복지 조례의 제정, 공공의료기반 강화 등 사회정책분야의 조기추진을 제안한다. 이들 정책은 단지 사회복지나 민생차원이 아니라, 역내 경제의 활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전략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7일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대 효 허진영 최 현
< 제도의 개선과 조기추진이 필요한 정책들 >
앞서 밝힌 의견과 더불어 우리는 우근민 도정 출범 100일에 즈음해, 제도개선이 필요하거나 조기추진이 필요한 정책들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1. 주민참여제도의 정비
우지사 취임 이후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자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별자치체제의 출범 자체는 계층구조개편을 통한 시군폐지를 사실상 댓가로 한 것이었다. 결국 특별자치도임에도 민주성은 초기부터 훼손되어 버린것이다. 따라서 특별자치 체제의 민주성을 제고하고 과도한 도정으로의 권한집중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이의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 ‘특별한 자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와 더불어 대의민주주의제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제도 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별자치도에 걸맞게 법률적으로 정해진 주민참여제도의 획기전 개선을 통해 제주특별자치가 전국적인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실제 행정의 민주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효율성도 충족시키는 중요한 대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관련 제도의 개선이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주민투표 ․ 주민발의 ․ 주민소환제의 이른바 3대 제도의 민주적 개방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개선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의 제정과 더불어 이의 합리적 시행책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정보공개조례의 개정을 통한 의무공개범의 확대 등 정보공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2. 환경관련제도의 개선
유명무실해진 생태계보전등급에 따른 행위제한규정은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현행 일괄적으로 명시된 등급에 따른 행위제한 기준을 변경, 보전 중심으로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을 전제로 심의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이에 따른 권한이나 구속력이 없는 사후약방문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별법 개정을 통한 전략영향평가제 도입, 영향평가위원회의 공무원 당연직참여를 배제하고 민간기구화 하는 등 획기적 전환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 역시 ‘보전’ 중심으로 관련 조직 재편 및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자연유산본부는 현재 문화관광국 산하로 되어 있어, 보존보다는 이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실정인 바, 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제개편도 필요하다.
3. 사회복지조례 제정 및 영유아 무상보육 전면실시
사회복지조례는 사회복지와 관련한 기본법적 성격을 갖는 조례이다. 이의 제정 과정을 통해 사회복지관련 제반 분야의 조례의 정비와 더불어, 각각의 사회복지 관련제도의 개선도 모색해야 한다. 사회복지조례의 경우 인수위 보고서 상으로는 2010년 9월부터 계획하고 있으나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역시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부터 계획이 되어있으나 추진이 없는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들은 단순한 분배의 문제, 예산 지출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형 보편적복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일자리창출과 사회적기업 확대
우지사는 100개의 사회적기업 설립을 통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1,000개 창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수위 보고서에는 이를 위한 전담부서 설치가 언급되어 있다. 취임직후인 2010년 7월부터 진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진행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사회적기업을 100개 설립하겠다는 공약이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을 담보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공약이 사회적기업을 대폭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인다. 다만 사회적기업 육성지원기간이 3년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를 서둘러 추진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통상마케팅본부의 신설 등을 통해 수출1조원 달성에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와 동등한 수준에서 전담기구의 설치등 적극적인 시책마련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바라보고 추진해 줄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