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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마당] 해군기지 건설이 ‘진짜 국익’인가 | |
허호준 기자 | |
지난달 열린 국회의 제주도 국정감사에서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놓고 국방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제주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앞서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 해군이 ‘대양해군’이란 구호를 쓰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본토 연안 안보에 구멍이 뚫린 마당에 대양해군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는 군 내부의 자성론에 기초한 것으로 언론은 소개하고 있다. 국감에서도 오히려 독도영유권 보호를 위한 군사력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거셌다. 수년째 혼란과 갈등을 초래해 온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지 건설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본토의 안보지형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여전히 시급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져가고 있다. 주민갈등이 첨예하고, 제주사회의 반발이 큰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유보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과연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다시 짚어봐야 한다. 국내 안보지형은 물론, 동아시아 안보환경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제주는 1937년 일본이 제주도민들을 내몰아 중국 침략을 위한 군사 비행장을 건설한 뒤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와 난징 폭격기지로 사용했다.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일본군이 일본 본토를 수호하기 위해 연합군과의 전투지역으로 제주도를 상정해 제주도 전체를 요새화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에도 제주도 군사기지 설치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 첨단무기체계를 갖춘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신중히 되짚어봐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는 동안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몇차례에 걸쳐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제주는 한반도는 물론, 한국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결성하는 데 주도권을 행사할 외교무대로 비워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눈앞의 군사적 논리를 넘어서는 큰 틀의 국익을 고려해 한반도에서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최대 관광인파가 몰리는 제주도 한곳 정도는 평화지대로 상정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역할이야말로 제주도가 국익과 안보에 진짜로 기여하는 길이 아닌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