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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창 없는 호텔’을 지을 셈인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을 예약하는 데에는 몇 가지 특이한 옵션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문이 있는 방과 없는 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창문이 없는 5성급 호텔이라니 뜨악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물론 창 밖의 화려한 경치에 취해 있을 틈조차 주지 않고 카지노를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장치로서, 도박과 자살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도박 중독이 범죄율 증가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지만 필연적으로 자살로 이어진다는 일련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카지노를 일종의 레저스포츠로 보려는 입장에서는 카지노 산업을 도박으로 규정하는 데 반론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도박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들은 카지노를 도박 산업의 범주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폐해를 이야기함에 있어 가정의 붕괴와 자살 등의 비극은 흔히 등장한다.


 이것은 카지노 괴담일까. 미국쇠고기 수입협상 반대 시위를 광우병 ‘괴담’에 기인한 것으로 치부하고 좌파세력의 선동이라 호도하는 것처럼, 카지노 유치 반대론자들이 흔히 꺼내드는 범죄율 증가와 가정파탄 등의 사례들을 과연 괴담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지역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카지노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희망을 깔아 뭉개는 괴담일까.


 도민동의를 전제로 수용하겠다던 2004년 지방선거에서의 신중한 입장과 달리, 현재 도백이 관광객 카지노 유치와 관련해 보이고 있는 행보는, 미국쇠고기 수입협상 반대시위에 불을 붙인 광우병 ‘괴담’에 대해 정부가 반응하고 있는 수준만큼도 되지 않는다. 찬반을 아우르는 공론의 장조차도 마련할 의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카지노 찬양 일색인 언론도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다. 도내 3대 일간지의 2008년 카지노 관련 보도들을 살펴 보면 ‘전세계 카지노 열풍’이 아무런 반대급부나 반대여론 없이 유통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카지노를 두고 ‘레저 산업’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거짓임은, 이용객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호텔에 창 없는 객실을 두어야 했던 라스베이거스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레저를 즐기다 자살한 사례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관광객 카지노는 도박산업의 폐해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으므로 제주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논리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보자.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다. 과연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그래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인지, 보다 더 현실적으로 유치 가능성이 ‘있기나 한지’ 등에 대해 말이다.


(1) 현실적 측면에서 유치 가능성이 있는가


 지난 4월 전북도청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카지노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카지노는 사양산업이므로 미래 성장전략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요지였다. 현정부가 카지노 불허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고 그 배경에 대해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있으리라는 예측(혹은 분석)이 난무했었다. 그러나 ‘실용ism’의 전도사에게 실용과 성장은 종교우위의 신념일 터, 카지노를 불허하는 이유가 단지 종교적 신념과 상치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쌍방향 의사소통에 그닥 소질이 없어 보이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스타일을 고려해보자. 이미 불허입장이 굳건한 정부에게 카지노 달라고 떼를 쓰고 졸라봤자 제주가 얻어오는 것은 ‘떼쟁이’ 이미지 뿐이다.


(2) 경제효과는 입증되었는가


관광객 카지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경제상승 효과는 있을 것이나 장기적으로 연계관광 효과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원랜드의 사례를 들기에 앞서 미국의 예를 들어본다. 애틀랜틱시티는 동부의 라스베이거스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1970년에 도박장을 열었다. 시에서는 카지노가 대단위 고용을 창출하고 맨해튼에 버금가는 돈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을 거라고 과장하며 선전했고 그것은 지나친 기대를 낳았다. 그러나 60억 달러를 넘는 민간투자에도 카지노 주변 지역에서 기대하던 경제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하고 카지노 호텔을 건설하려고 기존 건물들을 철거하면서 주변 지역은 흉물스럽게 변했다. 거의 35퍼센트나 되는 기존의 지역경제가 사라졌다. 실업률이 치솟았으며 범죄율은 3배나 높아졌다. 반면에 인구의 25퍼센트는 새로운 전원지역을 찾아 도시를 떠났다. 애틀랜틱시티는 카지노의 화려함과 영광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범죄와 가난을 받아들여야 했다. ([The inside story of six MIT students who took Vegas for millions ]에서 인용)


 고용의 창출, 관광과의 연계성, 범죄예방과 도박중독예방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고려해 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카지노 영업수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리라는 것은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사실이다. 대형마트가 제주지역 재래시장경제를 잠식하고 나아가 지역경제전반을 흔들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3) 범죄율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강원랜드가 들어선 강원도 정선 지역의 범죄율이 카지노 설립 전보다 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원랜드 설립 이후 카지노가 지역사회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처음으로 연구한 것은 강원대 사회학과 이태원 교수로, 이 교수는 강원랜드 개장 이후 정선 지역에 도박과 관련된 풍속·지능 범죄가 크게 증가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교수는 “조사결과 카지노에서 입은 금전적 손실과 경제적 난관을 비합법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도박 중독은 도박 관련 업소를 얼마나 쉽게 갈 수 있느냐 하는 접근성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만큼 당국이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국가나 지방행정 입장에서 이러한 범죄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비단 범죄예방 뿐만 아니라 도박중독예방, 사행산업피해가정 관련 대책 등에도 비용이 들어가며 이러한 비용이 장기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 등도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4) 제주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으로서 합당한가


관광객카지노가 제주에 들어오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도저히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자연유산을 가진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로서의 성장과 발전 전략을 구상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제주도정의 한계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천혜의 환경적 조건에 상치되는 각종 개발 관련 구상들, 평화의 섬을 무(武)력화 하려는 시도, 세계적 안전도시에 범죄와 불가분의 관계인 도박산업을 적극 유치하려는 발상,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제주도정이 추진하고 있는 시책들의 현 주소다. 제주도민으로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