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해군, ‘강공드라이브’ 선회…제2의 ‘대추리’ 재현되나? | ||||||
[분석] ‘소통’ 접은 해군-한발 뺀 ‘제주도’ 결국은 ‘짬짜미’ 좁혀진 ‘전선’→강정마을·시민사회 ‘고립’→강제철거 ‘수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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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1. 2006년 5월 경기도 평택 대추리
# 상황2. 2010년 1월 서귀포시 강정마을 # 기공식은 단순히 축포 쏘아 올리는 행사일 뿐인데…, 해군의 ‘강공’ 선회 배경은? 해군이 드디어 ‘소통’을 접었다. 그 동안 해군기지 추진에 따른 절차이행 과정에서 시민사회 진영에 밀릴 대로 밀렸다고 판단해왔던 해군이 이때다 싶어 ‘터닝 포인트’ 시점을 잡은 걸까. 해군은 18일 새벽 경찰을 앞세워 제주해군기지 기공식 예정지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강정마을 주민과 고유기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 총 53명을 강제 연행했다. 해군은 한발 더 나아가 “국방부 소유 토지 무단점거 및 불법 방해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부득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불법 방행 행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엄중한 조처를 촉구 한다”며 ‘강공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임도 예고했다. 왜 해군이 이렇게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일까. 외형적으로는 오는 2월5일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정부행사(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공식)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군색하다. 또 다른 속셈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지난 2009년 내내 “연내 착공”을 얘기하던 해군의 입장에서 보면 해를 넘기면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해군기지 반대 측(강정마을회-시민사회 진영)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되겠다”는 오기도 발동했을 수 있다. 여기에다 해군기지 투쟁 ‘전선(戰線)’이 좁혀진 것도 해군이 자신감을 갖고 강공으로 선회한 배경이 됐을 수 있다. 해군기지 절차 이행 문제를 지렛대 삼아 정부를 상대로 ‘해군기지 지원 특별법’ 제정 및 알뜨르 ‘무상양여’, 정부 주체 지역발전계획 수립·집행 등을 내걸고 전선을 형성했던 변호사회와 의회가 사실상 전선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원의 판결이 다가오면서 지금까지 무리수를 두며 추진했던 행정 절차이행 문제를 원점에서 풀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우향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도 자신감 회복의 요인이 됐을 수 있다. # 법원 판결 기다리는 강정마을 주민들, “차라리 다 죽여라!” 절규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자”. 이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해군기지 사업예정지인 강정마을주민 450명은 지난해 4월20일 서울행정법원에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해군제주기지사업 실시계획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의견 수렴 없이 일방 추진된 환경영향평가와 이에 따른 승인처분이 무효임을 법정에서 가려보자는 것. 결심 공판까지 끝난 상태로 법원은 2월 중으로 최종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행정소송이 끝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기공식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해군기기 실시계획 승인 관련 행정소송이 2월말 결판날 상황인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게 절차상 맞다”는 게 강정마을 주민들의 입장이다. 약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게 ‘법’이다. ‘소통’을 외면한 제주도정과 해군기지 사업 추진이라는 ‘명령’을 수행해야 할 해군에 밀릴 대로 밀린 주민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법원의 판단이다.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는 죄의 무게를 달기 위한 천칭을, 또 한손에는 그 죄를 벌하기 위한 칼을 들고 있다고 한다. 또 그녀의 눈은 거짓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가리고 있다고 한다. 강정주민들은 “소송이 끝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요구를 애써 무시하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소송에서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라는 논리로 해군 측을 압박하고 있다. # ‘도민대통합의 열린 새 제주시대’ 실현?…약자 편 ‘방패막이’돼야 대통합 첫걸음! 제주도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빼는 모습이다. 해군기지 예정지인 강정마을 현장이 분초를 다투며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그동안 해군기지 사업 추진에 총대를 메온 제주도 당국의 반응은 의외였다. 올해 도정 슬로건으로 ‘도민 대통합의 열린 새 제주시대 실현’을 내걸었지만 도민 대통합을 위한 액션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의 강제연행 이후 사태가 거의 수습된 뒤 나온 보도자료를 인용해 보자. “우리는 사전에 (해군 측에) 강정마을회와 원만한 대화를 통해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중략) 제주도정은 갈등문제 해결의 주체가 아닌 제3의 관찰자로 발을 빼고 있다. 그러면서 도민들을 향해 “국가안보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동안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비교적 ‘점잖게’ 대응해왔던 민주당 제주도당의 논평은 의외다. “국방부와 해군, 김태환 제주도정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은 결국 주민저항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명한 뒤 “이제 와서 발뺌하며 물러서 있는 김태환 제주지사와 박영부 서귀포시장은 도민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사죄하고, 원만한 사태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서라”고 ‘일침’을 가한 것. 그러면서 강조한 것은 역시 ‘소통’이었다. 대화와 소통의 단절, 그리고 공권력을 앞세운 강제철거(행정대집행). 2006년 5월 경기도 평택에서 벌어졌던 것과 같은 ‘제2의 대추리 사건’이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재현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궁지로 몰리대로 몰린 강정주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댄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라도, 더 이상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약자 편에 서서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도민대통합의 열린 새 제주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제주도의 역할이 아닐 지, 도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제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