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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환경연대 연속기획 인터뷰 ⑧] '보상없는 당일 수업취소?' 허탕과 허탈, 생태활동가의 삶





● 9년 경력 환경교육/숲놀이 프리랜서 강사. 2017년 제주 이주. 어린이집 교사 경력

● 인터뷰일: 2026. 10. 12




●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자연이 좋고 제주 숲이 좋아서 2017년쯤 제주에 왔는데요, 그때가 이주민들이 많이 들어오던 시기였어요. 환경수용력에 대한 얘기도 있었고요. 그래서 어쩌면 저 한 사람이 제주에 오는 게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해가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고, 그럼 제주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 싶어서 숲해설가 자격증을 바로 땄어요. 제주 숲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교육 과정이 있는 시기에 맞춰서 왔는데 공부해보니 제주 숲은 원체 다르고 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제주 문화와 자연을 두루 같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생태안내자 과정을 들으면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고, 제가 원래 전공했던 유아교육과 연결지어서 숲놀이 분야로 활동을 하게 됐어요.

 

● 이전에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신 건가요?

네. 9년 정도 일했어요. 그중에 6년 정도 있었던 곳이 숲을 지향하는 유치원이었다 보니 워낙 이런 내용이 조금 익숙하긴 했어요. 관련해서 연수도 받고 활동도 해봤었죠.

 

●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는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기는 했지만 아직 성인 대상으로 숲 해설을 하는 건 어렵게 느껴져서 선뜻 들어가지 못했고요, 2018년부터 프로그램 보조 역할로 조금씩 하다가 2020년에 제대로 된 숲놀이를 해보자 마음먹고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 하는 일들은 어린이집 아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숲놀이, 방과후 늘봄 수업, 그리고 주말에는 자유롭게 아이들과 숲이나 오름에 가서 활동하고 있어요.

 

● 숲해설가 자격증 외에 다른 자격증도 갖고 계신가요?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는지요?

활동하던 중에 유아숲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2021년에 제주에 과정이 생겨서 바로 신청했고요, 비용은 두 가지를 합해서 20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 그렇다면 지금 하시는 활동에 이런 자격증이 꼭 필요했던 걸까요?

처음에는 자격 요건보다는 제주의 숲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자격증으로서도 둘 중 하나는 꼭 있어야 했던 것 같아요. 민간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공공기관에서는 자격증이 있는지를 제일 먼저 확인하거든요.


● 의뢰를 받을 때 민간 단체 등에서 활동한 내용도 경력으로 인정이 되나요?
인정이라는 게 그만큼의 금액을 더 책정해준다는 거라면 어느 정도는 해주는 것 같아요. 일을 받을 때 개인으로 직접 받기보다는 중간 기관을 거쳐서 받게 되는데, 이력서에 그 내용을 다 적긴 하거든요. 그러면 경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있어요.
 
● 대부분 그렇게 기관을 통해서 일을 받으시나요?
그런 게 많고요, 그 외에 어린이집에서는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때 만일 2명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는 선생님이 저를 추천해서 같이 하는 식으로 알음알음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 방과후 늘봄 같은 경우는 선생님이 직접 지원하시는 건가요?
늘봄은 상위 기관에서 주제별로 해당 내용을 수행할 수 있는 법인이나 단체를 채택하면 그곳에서 저희 같은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방식이에요. 저희는 해당 법인이나 단체와 계약을 하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하는 거죠. 올해는 제주도내 교육기관에서 늘봄 사업을 맡지 않게 되어서 못 하는 건가 했는데 타 지역 교육기관에서 사업을 받아와서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 학교와 직접 계약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두세 다리를 거치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대부분 그렇게 위탁 방식으로 하고 있고, 많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바로 선생님들을 모집해서 하기도 해요. 그 경우에는 수당이 40분 수업에 4만원~4만5천 원이니까 두 타임을 맡으면 8~9만 원 정도가 되는데요,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을 경우는 10만 원이 책정되니까 강사들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고 학교 입장에서도 자체 재원을 쓰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 활동하면서 존중받지 못한다거나 불편부당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민간 어린이집에서 숲놀이 활동을 하는 경우 가령 한라 생태숲에서 오전에 수업을 한다면 보통 1시간 일찍 가서 둘러보고 준비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비가 와서, 아니면 미세먼지가 심해서 못 할 거 같다고 당일에 연락이 오는 거예요. 빨리 얘기해주면 좋은데 갔다가 허탕치는 경우가 많아요. 수당은 못 받고요. 요즘은 선생님들끼리 블랙리스트처럼 그런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다고 해서 의뢰가 왔을 때 안 갈 수는 없거든요. 일을 해야 하니까요.
 
● 사전에 계약서를 쓰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조율하거나 명시하지는 않나요?
아무래도 갑을 관계에 있다보니 잘 되지는 않고 그냥 웃으면서 좋게 얘기하는 정도죠.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8월은 너무 더우니 활동을 못할 거 같다고 미리 말씀드렸는데 어린이집에서는 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7월에 활동이 있는 날 출발해서 가는 길에 연락을 받았어요. 7,8월은 너무 더워서 안 하겠다고요.
 
● 그럼 그렇게 못한 부분은 나중에라도 하는 건가요?
못하죠. 그냥 없어지는 거예요. 같은 어린이집에서 올해도 하고 있어서 미리 얘기했어요. 작년에 너무 더워서 못했으니 8월은 안 하는 걸로요. 근데 올해는 12월에도 한대요. 추울 텐데, 12월 초는 괜찮을 거라고 하길래 그때 봐서 정하기로 했어요. 그냥 이런 식으로 유연하게 조율하는 편인데, 미리 취소가 되면 내 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받아서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아쉽죠.
 
● 다음 질문입니다. 본인이 하는 일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노동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딱 나눠서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노동이긴 한데 처음에 아이들이나 숲이나 자연에 대해 제가 가진 마음에는 봉사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예전 같으면 돈을 조금 줘도 한다는 마음이었다면 요즘에는 자꾸 돈을 생각하게 되는 모습이 있어요. 내가 왜 자꾸 돈만 보고 있지, 이러지 않았는데 하면서도 어느 정도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런 게 요즘 저의 딜레마기도 해요.
 
● 처음 가졌던 마음을 놓지 않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으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활동을 시작한 건 30대였는데, 그때는 적게 벌어도 그 안에서 적게 쓰면서 생활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40대가 되니까 씀씀이가 커지고 넓어지면서(부모님 조력, 경조사 비용 등) 필요한 돈 자체가 많아진 거예요. 단지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기엔 어려워진 거죠. 근데 나중에 60~70대가 돼서 어느 정도 벌어놓은 돈이 있다면 또 봉사정신으로 할 수도 있겠죠.
 
● 그렇다면 이런 활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할지 아니면 자원봉사로 가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는 입장에서는 노동으로 생각하고, 하는 입장에서는 자원봉사의 마음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노동으로 인정받되 숲과 자연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좀 어려운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
 
● 활동할 때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에 맞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지요?
페이 측면에 있어서는 지금 선에서 어느 정도 만족하기는 해요. 일이 많이 없을 뿐이고요. 근데 경력이 10년인 선생님들이나 저나 돈을 똑같이 받는다는 게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 선생님은 페이를 받는 일을 한 달에 며칠 정도 하고 계세요?
바쁠 때는 27일 정도, 많게는 진짜 하루 쉬는 달도 있었고요. 그렇게 거의 하루도 안 빼고 두 타임씩 하면 그런 달은 수입이 300만 원 후반대까지 돼요. 반면에 2월에는 방과후 수업을 4번 정도 가서 30~40만 원 받는 게 전부거든요. 그나마 그 수업이 있어서 12월~2월을 버틸 수 있는 거죠. 평균을 내보면 200만 원 정도인 거 같아요. 방과후 수업을 하기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야간으로 일하거나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뭔가를 병행했었어요. 일을 이어가려면 다른 일을 추가로 할 수밖에 없어요.
 
● 기관에서 일을 받을 때 매년 어느 정도 경력이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조금이라도 금액이 오르기도 하나요?
그런 건 없고 거의 똑같이 받고 있어요. 위탁 기관 보조금이 줄어들면 그에 따라서 오히려 줄어든 적도 있고요.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우리가 몇 년 동안 10만 원을 받고 있으니 올리자는 얘기가 있긴 했어요. 많이도 아니고 1만 원 정도였는데, 그마저도 얘기를 못했고 다음해로 미뤘죠. 아주 경력이 많고 독보적으로 잘하는 분의 경우는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자기의 역량과 내용을 단단히 만들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 그렇다고 개인에게 모든 걸 맡길 순 없으니 시스템도 중요하겠죠. 이런 활동을 하려면 사전 기획이나 답사 같은 준비 과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인정받으시나요?
적어도 저희가 일찍 가서 뭔가를 준비하는 부분은 인정을 못 받고, 사실 줘야 하는 쪽에서는 그런 필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재료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숲에 가서 하는 일인데 왜 재료가 필요하냐고 묻기도 하고요. 

● 생태 활동가를 둘러싼 여건 중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제일 시급한 건 아무래도 금액적인 보상이고요, 추가로 고용이 늘었으면 하는 게 크죠. 최근에는 환경교육 안에서도 숲보다는 기후 관련 내용이 비중이 더 커지는 것 같고, 아무래도 숲을 찾아가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신청을 많이 안 하는 경향도 있어서 일이 점점 줄어드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교육 현장에서 숲 활동이 보다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은 전반적으로 단체나 법인이 보조금을 받아서 일용직 형태로 활동가나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구조인데 어떤 다른 방식이 가능할까요? 혹은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경력이 아주 많거나 이미 많이 알려진 분이 아닌 이상은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개인으로 자기를 알리고 발로 뛰며 일을 구하는 것 외에는요. 저는 교육을 받을 때 만난 선생님들이 워낙 자리를 단단히 잡아놓으셔서 이득을 본 부분이 큰데, 그런 방식 외에 직접 정보를 얻고 지원할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알음알음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채용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저와 유아숲 지도사 자격을 같이 취득한 분이 저에게 어떻게 일을 구했냐고 하셔서 아는 선생님 통해서 들어가게 됐다고 했더니 그런 정보가 어디에 올라오는지, 본인은 어떻게 일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지금으로서는 그런 게 공개적으로 되고 있지 않다 보니 막막하고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방과후조차도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에서 공고를 내기도 하니까요.
 
● 시작 단계에서 진입 장벽을 느낄 수 있겠네요. 그 밖에 좀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시스템의 통일성이 필요해요. 재료비나 수업자료에 대한 원고료 같은 부분이 기관마다 다르거든요. 작은 단체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공인된 기관에서도 그런 부분이 잘 안 갖춰져 있는 경우도 있고요.
 
●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재미있으니까 하고 있긴 한데 계속 할 수 있는 일일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앞서 말했듯 일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요. 지금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유아숲체험원 같은 곳에 들어가는 정도인데 거기는 생활임금 수준이고 10개월 계약이라서 쉬는 동안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말에 별도로 일을 하면 그나마 소득이 조금 늘긴 하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안정적이진 않지만 아이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다양하게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어요. 그리고 채용이 된다 해도 위탁 기간 2~3년 동안만 보장되기 때문에 만일 연장이 안 되면 다시 프리랜서로 일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쌓아온 관계들이 한 번 끊기고 나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 그렇다면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제주의 자연을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책에서 그런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숲에서 즐겁게 뛰어놀면 그 기억으로 숲을 지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도 자꾸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 채로 일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숲이 너무 좋아요. 재밌어요.”라고 할 때 그런 말 한마디가 저를 다시 일하게 하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쉽지 않아요.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고요. 주변에 보면 원래 하던 일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찾고자 시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기존 일에서 힘들었던 부분이 크다 보니 적게 벌더라도 숲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마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젊은 분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