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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제주민방설립 추진과 관련한 논평


제주민방 설립, 공론화를 통한 도민합의 절차가 선행돼야

최근 제주지역에 민방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주민방설립추진위(이하 : 추진위)가 구성되고 이미 방송위원회에 설립 건의서를 제출해놓은 상태란다.

우리는 "알 권리의 충족"과 "정보의 균등한 공유"라는 추진위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추진에 따른 절차와 내용면에서 심각한 우려와 경계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방송의 공익성과 관련, 그 자체로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필요로 함에도 이의 과정이 배제되고 있는 점이다. 방송이 갖는 공공성과 사회 파급력은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지역에서의 새로운 방송사 설립은 그 자체로 중요한 공론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제주지역의 민방이 어떠한 지향과 공공성을 기조로 나갈 것인지, 민방으로서 공공성과 상업성의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지, 명실상부한 지역 공익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위한 설립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폭넓은 공론화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더구나 장기제주발전에 대한 새로운 모색기에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추진위의 건의서에서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앞둔 지역주민의 개발마인드 확산"이라는 단편적인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바, 이는 이미 "백지상태에서 재출발"하는 정부차원의 국제자유도시 논의 지점과도 배치될 뿐만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추진 문제를 개발논리로 대체하려는 개발지상주의의 반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익성을 담보로 하는 방송이 그 출발부터 편협한 논리의 대변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추진위는 민방설립을 위한 제도적 절차에 급급하기 보다는 이의 타당성여부와 제대로 된 실현을 위한 도민적 공론화에 우선 착수해야 한다.

둘째, 앞서의 문제제기와 연결되지만, 민방설립의 추진이 몇몇 중심세력에 의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얼핏 추진위에는 제주사회의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몇몇 세력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제주도 출신 국회의원과 도내 시군의회가 건의서를 채택한 사실은 무엇을 근거로, 어떠한 이유에서 비롯됐는지 그 경위등에 대해 당사자가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성격이 상업적 이유를 목적으로 하는 "민방"이라 할지라도, 동시에 공공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방송산업의 특성상 제주지역의 민방설립은 범도민적 참여와 합의를 전제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도민주방식에 의한 도민참여 등 범도민적 합의에 의해 방송사를 설립한 강원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우리는 제주지역의 새로운 방송사설립 추진이 사전공론화와 범도민적 참여하에 진행돼야 함을 재차 강조하며, 지금 추진되는 민방설립은 이의 방향과 동떨어진 차원에서 은밀히 추진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바, 추진위는 추진 전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더불어 지금이라도 폭넓은 공론화와 의견수렴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01.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