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 허가 실효된 관정 구제 지하수 조례 개정안, 지난해 도의회 통과 -
- 양성화 대상 관정 240곳 중 107곳이 공공관정 -
- 제주도, 공공관정에는 폐공요청 공문도 보내지 않은 것 드러나 -
3월 22일은 1993년 유엔총회에서 선포된 ‘세계물의날’이다. 전 지구적인 물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선포된 날로 그동안의 전 세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와 난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물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제주는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과 달리 용수의 98%를 지하수로 사용하고 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제주의 지하수가 고갈된다면 우리는 제주에 살 수 있을까. 이런 엄혹한 지하수의 위기에서도 제주도정의 지하수 관리는 여유롭고 관대하다.
작년 10월, 제주도의회 양병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하수관리조례 일부개정안’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기이한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의 제안 사유는 “지하수개발・이용시설에 대해 유효기간 내 연장허가를 이행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된 상태로 불법으로 이용하고 있어, 유효기간 연장허가를 이행하지 못한 지하수개발・이용시설에 대해 양성화 등 일시적 구제방안 마련이 필요함”이라고 적혀있다. 연장허가를 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데, 연장허가를 신청하지도 않은 채, 불법으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곳에 대하여 연장허가를 신청하면 허가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조례를 지키지 않은 지하수 사용처에 대해 아무런 재제조치 없이 다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조례를 무력화하고 지하수 엄정 관리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상식 이하의 개정안이었다. 조례에 따라 연장허가를 신청하거나 사용을 종료한 지하수 사용자는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조례를 어기고 연장허가를 신청하지도 않고 불법으로 지하수를 사용한 자는 혜택을 받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에 대해 제주도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당한 개정의 배경은 이 개정안의 심의를 담당한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추측을 할 수 있다. 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지하수 관정 중에, 제주도정이 사용하는 공공 관정이 107곳 있다는 점이다. 연장허가를 받지 않아 허가가 실효된 지하수 관정은 사설 관정이 133곳, 공공 관정이 107곳인데, 사설 관정은 폐공하라고 공문을 보내고, 공공 관정에 대해서는 폐공하라고 공문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행정이 스스로의 과오를 덮기 위해서 원칙을 무너뜨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견제해야 할 환경도시위원회는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연장허가를 하지 않았으면 허가를 종료하고, 필요시 새롭게 이용을 신청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정상적인 절차가 있음에도 특혜와 형평성 시비를 낳는 개정안이 상정되고 통과되었다. 환경도시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하는 의견을 내었으나 문제의식 없이 통과되었다.
왜 상수도요금보다 지하수요금이 낮으냐에 대해 제주도정은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상수도는 지하수를 가지고 생산해서 사용처까지 보내는데, 생산과 이동에 비용이 든다. 따라서 원재료인 지하수에 생산비와 유통비가 더해지는데 당연히 비싼 게 맞다.” 이 결과, 상수도를 연결할 수 있는 곳도 지하수 관정허가를 받아 지하수를 마음껏 끌어올려 사용하게 되었다. 제주도정이 강조하는 상수도도 지하수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다. 지하수 고갈은 우리 도민에게 참혹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고, 지금 지하수는 심각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