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심은 40년 넘은 제성마을의 가로수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잘려나갔다. 할아버지를 대하듯 바라보던 나무가 잘려나간 모습을 본 할머니는 펑펑 우셨다고 한다. 부끄러운 제주도 행정의 현주소이다. 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도로를 넓히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한다고 일 년에 수천억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걷기 좋은 환경의 조성은 등한시한 채, 오히려 개인 자동차 이용을 부채질하는 도로확장에 골몰하는 무개념 행정이 제주를 벼랑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도로를 만들고 늘린다고 교통량이 줄지 않는다. 새로 만든 도로를 따라 개발이 이루어지고, 주거시설과 상업 시설들이 생긴 새로운 개발지에는 대중교통은 없고, 자동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도로는 금세 자동차로 메워진다. 그동안 계속 보아왔던 악순환이다. 도로 폭을 넓히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해져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자동차가 도로를 메워 도로를 넓힌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진다. ‘대프리카’로 악명높은 대구광역시는 도심의 기온을 낮추기 위해 도로 폭을 좁히고, 인도를 넓히고 큰 가로수를 심어 도심의 기온을 낮추고,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걷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도시의 상가도 활성화된다. 자동차의 속도를 늦춰야 관광의 과실이 제주도 곳곳에 파급된다.
우리 제주는 이미 도로를 새로 만들고, 넓힌 결과가 어떤지 생생하게 겪고 있다. 교통사고율이 치솟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저조하고, 교통정체는 나날이 늘어난다. 가로수는 경관 위주의 수종으로 보행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기 좋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제 도민들은 더 이상 무분별하게 도로를 늘리고 확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도시의 가로수를 관리를 이유로 무참하게 강전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제주도정만 도민들이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주민숙원사업 운운하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도로 만들기에 급급하다.
제주시장은 제성마을의 오래된 벚나무를 무참히 자른 것에 대해 사과하라. 그리고, 잘린 나무들을 원상 복원하라. 도로를 줄이고 나무를 심는 시민을 위한 새로운 도시비전을 세우라.
2022. 3. 18.
(사)제주참여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