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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원금을 너무 많이 까먹고 있다"


참여환경연대 한반도 평화기행 순례단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으로서의 구례와 마주한지 이틀 만에 다시 구례를 찾았다. 이번에는 지리산과 섬진강
일대의 ‘생명’과 마주하기 위함이었다.


# 이제는 파괴된 환경의 복원을 이야기할 때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순례단은 “현존하는 야생동물은 이미 멸종되거나 위기에 처한 그것보다 더 적다”는 충격적인 보고에 접하였다. 이는
생태계의 순환원리가 심각하게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리산에서도 이미 상당수의 야생동물이 사라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리산을 둘러싸며 개발
확장일로에 있는 도로건설로 지리산은 고립된 ‘섬’이 되었다. 이른바 ‘로드 킬(road kill)’이라 불리는 야생동물의 ‘길에서의 죽음’은
많은 경우가 멸종위기종이다.


이는 제주에서도 심심찮게 드러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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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은 종복원을
위해 관리되고 있는 지리산 반달곰 '장군이'.
 
호랑이나 늑대, 삵, 등의 상위 포식동물의
멸종은 하위 포식자들의 생명마저 위협한다. 한라산의 노루가 포화를 이루는 것이 자칫 한라산의 식생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야생동물 하나의 죽음은 생태계 순환원리의 균열을 예고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올해부터 2015년 까지 10개년 계획으로 멸종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포유류 20여종과 국립공원 7군데를 선정해 식물원 조성을 통한 멸종 위기종 복원과 증식을 시도할 계획이다.


제주출신으로 <국립공원 연구원 종복원센터>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상훈 박사는 그러나 이를 수행할 전문가의 부재를 어려움으로
토로했다. 물론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것도 예상되는 난관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멸종 복원사업은 우리나라
환경문제가 이제 환경훼손 예방수준을 넘어 훼손된 환경의 복원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필자가 속한 환경부 민관정책협의회의 핵심
의제중의 하나도 ‘훼손된 생태계 복원’이다. 제주도의 환경담론이 주목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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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곰들이 재빠른 솜씨로 나무를 타고 있다.
 
# 제주도는 ‘특별한’ 환경의
보고


종복원사업에 있어서 전문가의 부재는 기초연구의 부족을 의미한다. 지리산 반달곰의 복원자체는 의미를 갖지만, 이것이 반달곰에 대한 기초학문에
대한 부재로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 지는 또한 모른다. 미국의 옐로우스톤 공원에서 몇 십년 동안 이어진 ‘여우’복원과정에서 무려
20만건의 의견이 접수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들 제주를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라 한다. 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하나의 섬으로서 광활한 내륙의 그것과 비견될 수는 없다. 너구리 같은
종은 제주에 단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빌레못 굴에서 곰의 화석이 발견되었지만, 이는 섬 이전의 일로 추정된다. 대신에 제주는 ‘길목
현상’이 뚜렷한 곳이다. 중국과 일본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에 있어서 ‘환경’은 이를 테면 아한대와 아열대의 공존으로 식생의 특수함을 형성한다.
제주에 서식하는 ‘땃쥐’도 일본종이라 한다. ‘두점박이 사슴벌레’나 ‘야자수’도 본래의 그것과 다른 종의 진화를 제주에서 진행한 예다. 내륙과
같은 종이 들어오더라도 제주에서 이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한다.  이런면에서 한상훈 박사는 제주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의미는 종 진화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요 종의 보고’로서 재해석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 "환경 연구자들이 제주환경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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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한상훈 팀장은 제주도가 갖는 생물종 다양성은 국내보다
국제적으로 더 중요함에도, 정작 제주도 스스로 이를 풍부히 하는 시스템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지리산으로 대표되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제주에서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상훈 박사는 이를 위해서라도
제주의 관련연구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관련 전문가가 많지 않아 이들이 여기 저기 불려다니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이를테면 특히 동물 분야나 동굴과 같은 세계적 자산 관리의 측면에서 제주의 연구자들은 오히려 권위자의 위치에서 환경훼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분야 전문가가 영향평가 등 개발사업 과정에 참여하는 현실은 이런 면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한상훈 박사는 전문가가 없고 더구나 대학의 생물학과가 축소되는 추세에서 시민환경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이 갖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이것의 ‘브랜드’에 집착하기 보다는 사회교육을
통한 환경전문가의 양성 등에 심혈을 쏟아야 한다. 마치 ‘한라산’을 관리하는 연구소처럼 왜곡돼 버린 ‘한라산 연구소’의 경우 제주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연구하고 또한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존재로서 ‘생물자원센터’의 개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 "제주는 이자만 먹고 살아도 된다"


한상훈 박사는 제주의 환경파괴 현실을 우려한다. 제주를 찾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이다. 때문에 이는 경제적
자산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잘 보전하고 자원화 함으로써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있는 환경’의 부가가치로도 충분히 제주를 먹고 살리는
일을 해낼 수 있다. 대규모 개발주의로 “원금을 까먹기 보다” 한 마디로 “이자만 먹고 살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풍부한 체계를 갖추는 일이 선결되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자원을 총량적으로 관리하고 또한 종별 보전체계도
만들어져야 한다. 도로정책과 같은 이의 보전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관련정책의 제고도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환경단체와의 유기적인 혁력체계는
중요한 요소이다









"평화는 ‘미소짓는 것’
아니에요?"

한반도 평화기행 순례단 막내 송수영씨가 말하는 평화

참여환경연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기행이 어느 덧 중반에 이르렀다. 지치고 피곤하지만
매일 저녁 늦게 이뤄지는 평가회에서 참가자들은 날마다 ‘새롭고 깊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13명의 평가는 그래서 두 시간을 족히
넘긴다. 이미 ‘다가섬의 관계’가 만발하고 갈수록 깊게 배이는 공존의 원리에 공감한다. 한 참가자는 순례단이 ‘비누 방울’ 같다고
했다. 한 방울씩 모이지만 큰 거품을 형성하는 비누 방울처럼 공감의 폭이 크고 깊어졌음을 참가자들은 벌써 순례 이후의 만남을
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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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는 '미소짓는 일'이라고 말하는 평화기행
참가자 송수영(별칭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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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이번 순례단의
막내뻘인 새내기 대학생 송수영(별칭 ‘샬롬’)은 마침내 5일째 되는 날 평가회에서 순례에 나서기 이전 자신의 고민이 소록도와 광주를
거치면서, 그리고 지리산의 산세를 돌아보며 ‘별거 아니었음’을 고백했다. 그래서 자신의 품이 넓어짐을 느끼고 있단다. 기행 이후
돌아간 일상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무게’가 아니다. 오히려 관용하고 포용할 적극적인 관계맺음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에게 평화란
간단하다. ‘마주치는 상황에 대한 미소’이다.


Q. 순례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처음 순례에 나설때와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아주 만족해요. 사실 오기 전 연일 안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발 하는 날 새벽미사에서 기도를
올리며 10박 11일 동안 그냥 아무것도 생각 않고 평온을 달라고 했죠. 그러면서도 그 안좋은 일들이 갔다 오면 해결될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강진과 지리산에서 다가온 자연, 소록도와 광주에서 다가온 평화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여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을 하면서 나는 더 이상 일상에서 고민하던 내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젠 자신이 생겨요. 마음안에 일상의 고민들은
오히려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셈이죠.


Q. 순례 과정에서 유독 기억에 남거나 특별했다고 생각하는 경험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 소록도의 경험입니다. 우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요. 소록도는 저에게 그냥 봉사와 도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소록도에서 호스피스 허옥희 선생님과의 대화나 한센인 할머니의 씩씩한 안내를 받으면서 오히려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활력은 아픈 속마음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그런다 해도 그것은 오히려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Q. 대학 초년생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세계관은 어떻다고 생각해요?


- 저는 집안에서 장녀인데다 천주교를 섬기고 있어서 틀이 짜여진 것처럼 많이들 봐요.
‘범생이’스타일이라는 거죠. 하지만 나름대로는 ‘열려 있다’고도 자신합니다(웃음). 예를 들어 월드컵이 한창인데 바로 직전 인도네시아
지진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한 두차례의 보도로 끝내버리고 월드컵은 특집뉴스까지 만들며 다루는 현상을 보면서,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큰 지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습니까? 거기다가 지진사태 이후 계속될 생존자나 유해발굴 등의 문제들이
오히려 특집이 될텐데 ... 이런 문제의식들에 대해서는 열려있다고 생각하죠. 이번 순례는 이런 것을 더욱 분명하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관계는 소통으로부터 온다는 또 다른 ‘열림’도 얻는 것 같아요.


Q. ‘평화’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 평화는 음.. 함께 하는 것,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하던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간단한 것
같아요. 문제는 참으로 실천이 어렵다는 거죠. 인간인데 아무리 친해도 다투거나 하면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주의깊게 노력하는 것이 진짜 평화의 실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은 순례를 통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참가자 신청할 때 제출한 에세이에서도 ‘평화는 미소짓는 것’이라고 정의해 봤습니다. 대면한 상황에서 언제나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요? 웃음도 가식도 있고,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미소는 진정성이 없으면 배어나오지 않습니다. 어제 신지희
선생님이 평화는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시던데, 미소짓는 것은 그래서 같은 말인 것 같아요. 둘 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대하고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