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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기여, 제국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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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카이도·요코스카·오키나와=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


일본 열도의 최북단 홋카이도는 육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전력은 물론 대규모 훈련장까지 위치하고 있어 일본 자위대의 실체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냉전시대를 거치며 몸집을 불려온 자위대의 과거와 현재가 섬 곳곳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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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공항에 들어설 때부터 자위대 기지를 만난다. 항공자위대 치토세 기지다. 공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기지에는 활주로와 전투기, 격납고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공항을 이착륙할 때 창 쪽에서 꼼꼼히 살피면 공군기지 곁에 위치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육상자위대 주둔지와 훈련장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위대의 훈련 내용은 극비


치토세 기지는 도쿄 근처 이바라키현의 하쿠리 기지와 함께 항공자위대의 대표 기지로 냉전시대 대소봉쇄 거점으로 성장해온 일본 자위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곳을 찾았을 때 활주로 주변에는 수십 대의 전투기들이 비행훈련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10대 전후의 F15J는 5대씩
서로 마주한 채 비행 대기 중이었다. 활주로 동쪽 격납고 주변에서는 일장기가 선명히 그려진 F15J 전투기가 수시로 뜨고 내렸다. 이곳을 안내한
일본 관계자는 “이 기지에만 36대의 F15J가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제 4대를 도입해 시험비행하는 이 기종을 항공자위대는
1981년부터 도입해 현재 공식적으로는 203대를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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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21699c>△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 중인 잠수함. 전체 16척 가운데 4척이 정비를 위해 대기
중이다. 하루에 4척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드문 경우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심 전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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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의 근거지인 홋카이도에는 막강한 육상자위대 전력도 존재한다. 삿포로 시내의 북부방면대총감부를 비롯해 제7사단, 제2사단, 제11사단
등이 주둔 중이다. 이 3개 사단은 모두 육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이다. 특히 7사단은 육상자위대의 최정예 사단이자 유일한 기갑사단으로
71·72·73연대로 구성돼 있고 일본이 자랑하는 90식 전차로 무장했다. 2004년 1월과 5월 이라크 파병도 7사단 일부에서 했다. 삿포로
남쪽 도시인 치토세시와 에니와시 일대 곳곳에 주둔하는 7사단은 장비와 시설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의 기갑 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겉에서는 잘 안
보여도 비행기로 보면 기지의 면적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놀라게 된다. 병력은 소수라도 장비와 시설로 압도하는, 자위대의 실체를 보여준다.

자위대 기지와 ‘연습장’들은 오타루∼삿포로∼치토세∼도마코마이로 이어지는 이른바 ‘도중’(道中) 도시들의 양쪽에 벨트처럼 연결돼 있다.
전차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에서는 도로 노면이 두꺼운 콘크리트였다. 특수 설계된 다리도 눈에 띄었다. 1천㏊가 기본일 정도로 큰 면적을 차지하는
‘연습장’(사격장이나 훈련장을 바꿔 부름)도 홋카이도 자위대 기지들의 특징이다. 광활한 홋카이도 땅에 펼쳐져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연습장은
평상시에는 그저 드넓은 평원의 울창한 숲으로 보일 뿐이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훈련을 하는지는 자위대원 이외에는 전혀 알 수 없다.
‘군사보안’ 하면 전세계에서 둘째가면 서러울 한국도 의외로 사격장이나 훈련장은 쉽게 파악되고 훈련 내용도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군사시설보호법이나 군사보안이 없는 자위대의 훈련 내용은 정작 공개되지 않는다. 거기에 자위대의 실제 전력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있는 방위청기술연구본부 홋카이도 시험장도 눈여겨볼 곳이다. 육상자위대 제7사단 사령부 주둔지인 히가시치토세 기지 한쪽에
있는 이곳은 자위대의 질적 수준을 높여주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도쿄에 중앙연구소를 두고 일본 전역에 실험장과 분소를 두고 있는
이 연구소는 자위대의 무기와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예산이다. 2006년에 집행 중인 예산만 전체 1826억엔이며, 이
중 연구개발비가 1714억엔이다. 1조4570억원(환율 850원으로 계산)이 연구비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진행 중인 연구 과제는 고성능
잠수함에 대응하는 신형 대잠용 어뢰, 어뢰 방어 시스템, 차세대 잠수함용 동력원 시스템, 2900t급 신형 잠수함 개발사업, 화력 전투 지휘
시스템, 대공 전투 지휘 통제 시스템, P-3C 대체용 차기 초계기(P-X) 개발사업, 88 대함 유도탄 시스템, 탄도미사일 방호용 유도탄 기술
연구 등이다. 입이 딱 벌어지는 과제들이다. 냉전을 거치면서 자위대는 이렇게 완성돼왔다. 아시아 최강의 군대로 성장한 것이다.


마음껏 보라, 이지스함의 자신감


10월29일 일본 자위대는 큰 행사를 했다. 해상자위대 관함식이 열린 것이다. 도쿄 근처 요코스카 앞바다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는 아베 신조
총리도 참석했다. 일본은 제국군대 시절부터 해군 전력이 막강했다. 영향력과 전력에서 육군을 앞지를 정도였다. 그런 해군력의 실체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해상자위대로 넘어왔다. 그래도 육상자위대는 새 옷을 입었는데, 해상자위대는 사람도 제복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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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21699c>△ 일본은 전통적으로 해군력이 강했다. 자위대 시대에도 여전히 해군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 중인 여러 종류의 호위함들. 함정 후미에 옛 일본 해군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선명하게 걸려
있다.




해상자위대의 중추인 요코스카 기지는 미-일 동맹의 상징이자 미군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려는 자위대의 실체가 응축된 곳이다. 기지를 아예
미군과 공동으로 쓰고 있다. 국철(JR)인 요코스카역에서 내리면 기지가 바로 보인다. 방문한 날이 관함식 주간 바로 전날이라 운이 좋았다. 평소
보기 힘든 잠수함 6대가 한꺼번에 정박해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잠수함은 모두 16척이다. 기지에 정박한 잠수함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해상자위대의 면모였다. 잠수함 전력은 해군을 넘어 총체적인 군사력 가운데 가장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핵무기
다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 잠수함을 요코스카 기지에서는 누구나 바로 코앞에서 자유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본의 군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웅변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잠수함에 관한 한 독자적인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이런 식의 공개가 가능할까.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기지는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안에 있는데 이곳에는
해군작전사령부 관계자들도 별도 출입증이 없으면 잠수함을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통제한다. 올 초에 전역한 한국군의 한 고위 장성은
“본래 강한 군대는 보안이 작은 편”이라며 “대표적으로 보안이 작은 군대가 미군과 일본 자위대”라고 설명했다.

요코스카에는 이지스함을 비롯해 각종 호위함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다. 실제로 작전을 앞두고 정비 중인 함정과 잠수함 전력을 죄다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 충격적인 것은 이지스함에서부터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함정의 후미에 제국주의 시대 일본 해군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그대로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독일은 개인 병사라도 나치의 깃발을 달고 다니면 중징계할 정도다. 아시아와 태평양을 피로 물들였던 깃발이
여전히 해상자위대의 모든 함정에서 펄럭이고 있는 것이다.

요코스카와 함께 도쿄를 방어하는 해상자위대 전력은 아쓰기 항공기지다. 가나가와현 야마토시에 있는 아쓰기 기지는 미군 7함대 소속의
해군기지와 함께 쓰고 있다. 아쓰기 기지는 해상자위대의 항공기지로 초계기를 비롯해 다양한 항공 전력이 보유돼 있다. 이곳에는 제3항공대,
제6항공대, 제14·51·61항공대 등이 주둔한다. 해상자위대 항공부대의 총사령부 격인 항공집단사령부 등 핵심적인 해상항공 부대들이 모여 있다.
아쓰기 기지의 활주로 북쪽 40번 지방도 유휴지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뜨고 내리는 해상자위대 항공기를 볼 수 있다. 아쓰기 기지는 요코타
기지와 함께 일본의 항공기지 중 소음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곳이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항공자위대


도쿄 근처에는 수도방위를 위한 주요 기지들도 곳곳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지가 항공자위대의 이루마 기지다. 도쿄 서북쪽의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 있다. 민영철도 노선인 세이부이케부쿠로선이 기지 가운데를 지나간다. 대공관제 시스템과 대공 미사일을 보유한 기지라서 그런지 활주로에는
전투기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루마 기지 역시 기지의 면적과 시설에 비해 병력은 적은 편이었다. 양이 아닌 질적인 전력 면에서 일본자위대를
세계 2, 3위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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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미군기지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자위대 기지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오키나와 자위대 기지는 오키나와인들 이외의 본토 일본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동안 일본 자위대의 변화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곳이 오키나와다. 중국과 하나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나하 국제공항은 민간 항공사와 자위대가 함께 쓰고 있다.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 항공기지가 이곳에 주둔하고 있다.
이곳이 나하 기지라는 사실은 활주로 한쪽에 모여 있는 각종 전투기와 초계기로 확인됐다. 활주로 한쪽의 대형 격납고의 상단에 한자로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 등이 쓰인 것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 중 단연 주목을 끄는 비행기는 해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인 대잠초계기 P-3C였다. 한국 해군은 95년에 도입해 8대를 보유한 이 초계기를
해상자위대는 105대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도 엄청나다. 탑재 장비에 따라 750억원에서 1천억원을 오간다. 작전 반경을 기준으로 볼 때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잠초계기 P-3C를 보유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한국에서도 가데나, 후텐마 등 미군기지는 제법 알려졌으나 나하 기지는 거의 관심 밖의 기지였다. 하지만 해상자위대 제5항공대의 상당한
전력이 이곳에 모여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지의 역사다. 기지의 창설은 60년대에 이뤄졌지만, P-3C 등 전략적인 가치가 내포된 장비와
무기들이 배치된 것은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부상하기 시작한 90년대 초부터다. 80년대 중반부터 강화되기 시작해 90년대에 들어와서 현재의
전력을 보유한 것이다. 이곳에 배치된 전투기들은 가고시마 남쪽의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한 남서제도를 비행하고 있다.

최근 나하 기지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일본 방위청은 지난 7월 항공자위대의 최강 전투기로 알려진 F15J가 본토의 여러 자위대 기지에서
나하 기지로 이전 배치된다고 발표했다. 나하 기지의 F4EJ 전투기를 2008년까지 24대의 F15J 전투기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항공자위대 전력이 직접 중국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보유한 F15J는 203대이지만 82년부터 일선에 배치했기 때문에
노후화한 부분을 빼면 실제 운용되는 수는 150대 안팎으로 알려진다. 항공자위대의 최강 전투기 전력의 1/5~1/6 정도가 이곳 기지로 옮겨오는
셈이다. 중국의 처지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대목이다.


미래 10년의 변화를 보여줄 곳, 오키나와


항공자위대 기지들은 오키나와 본섬 주변에도 여러 곳에 자리잡고 있다. 구니가미군의 제5고사군 소속의 19고사대, 구메지마의 제54경계대,
이토만시의 제56경계군 등이다. 이들 크고 작은 항공자위대 기지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이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쪽으로 300km 이상 떨어진
미야코지마의 항공자위대 우에노 기지로 제53경계대의 주둔지다. 이곳은 일본인들도 대부분 모르는 기지다. 미야코지마는 오키나와에서도 낙도에 속하기
때문이다. 평야에 가까운 미야코지마의 한가운데에 있는 하라노다케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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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21699c>△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를 질주하는 육상자위대의 96식 장륜장갑차. 북부방면대 제11사단 소속으로
대도시 안에서 장갑차가 질주하는 모습은 삿포로가 거의 유일하다.




30년 전까지는 미군기지였던 이 기지는 얼핏 민간 통신시설처럼 보인다. 대형 안테나와 지름이 5m가 넘는 원형 레이더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기지의 의미는 간단치 않다. 기지의 임무는 전술적인 차원일지라도 존재 자체가 전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중국해, 남서제도
일대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적 움직임을 잡아내어 일본 본토의 방위청으로 전달하는 것이 이 기지의 임무다. 어쩌면 최전선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부대다. 지난 10월23일 방위청과 항공자위대는 우에노 기지에 관한 중요한 방침을 발표했다. 대중국 정보 탐지와 수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형 지상 전파 측정 시설을 우에노 기지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설은 중국 쪽의 레이더파나 통신전파를 바탕으로 한 전자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축적한다. 중국 항공 전력의 능력이나 행동반경, 형태를 파악하며 레이더 등의 사용을 봉쇄하는 전자 대응책인 것이다. 냉전 시절 옛
소련의 전투기나 항공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70년대 후반 홋카이도에 전자정보 특수부대를 설치했다. 이와 똑같은 시스템을 오키나와 최남단에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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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21699c>△ 비행을 마치고 치토세 기지로 들어오고 있는 항공자위대의 F15J. 일장기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한국이 지난해에 도입한 이 기종을 일본은 1982년부터 일선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203대를 보유하고 있다.




오키나와에 자위대가 처음 들어온 것은 지난 72년. 오키나와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지역방어 차원에서 들어왔다. 초기에는 전쟁의
비극과 공포를 체험한 주민들의 상당한 반대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 주둔을 넘어 날로 확대·강화되는 추세다. 오키나와에 일장기를
앞세우고 들어온 자위대의 첫 부대가 육상자위대였다. 지금은 육상자위대 혼성여단이 주둔하고 있다. 나하 공항과 나하 중심가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유명한 대중교통 수단인 나하 시영 모노레일을 타고 도심에서 공항으로 가다 보면 차장 밖으로 육상자위대가 훈련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장갑차와 미사일 차량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육상자위대는 서부방면대 산하의 제1혼성여단이다. 처음엔 소규모로 들어왔던 육상자위대가 이제는 정규사단 바로 아래급인
여단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항공자위대의 전력과 막강한 해상항공 전력까지 더해져 전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오키나와인들도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자위대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육상자위대도 더욱 증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제1혼성단을 2천 명 규모의 여단으로 증강할
계획도 공개됐다. 오키나와에서 500km 정도 떨어진 최남단 지역인 이시가키지마나 미야코지마에 중대나 대대 규모의 육상자위대를 배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일촉즉발의 동중국해


지금까지 오키나와 자위대는 미군기지에 가려서 오키나와를 뺀 일본 본토나 다른 나라에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오키나와를 비롯해 남쪽으로 대만까지 이어진 남서제도 일대로 자위대 기지와 부대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계속 확대·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최강대국 반열에 있는 두 나라가 수시로 군사적 시위를 하는 현장, 그것이 바로
오키나와에서 동중국으로 연결된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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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21699c>△ 비행을 마치고 치토세 기지로 들어오고 있는 항공자위대의 F15J. 일장기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한국이 지난해에 도입한 이 기종을 일본은 1982년부터 일선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203대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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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일대 자위대 기지의 변화는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응을 할 것인가. 이제 위만 보고 골몰할 때가 아니다. 옆을 볼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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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놀란 중국의 군사력


color=darkblue>경제 성장 속도 이상…2005년엔 공중급유 훈련도 성공


2004년 12월 일본 정부와 언론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해 11월10일 중국의 핵잠수함이 오키나와 아래의 미야코지마 해협을
통과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본 영해를 무단으로 들락거린 것이다. 특히 통과 지점이 미야코지마와 이사가키로 일본
사람들에게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두 섬 사이였다. 자위대나 군사 문제에 관심이 없는 일본인들에게도 엄청난 일로 받아들여진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잠수함이 핵잠수함이었던 탓이다. 일본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 핵무기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이런 충격 속에 일본 정부와 방위청은 대응에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가 올해 들어 속속 드러나는 오키나와 자위대 전력의
강화이다.

오키나와 남서쪽 바다는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다.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은 최근 들어 계속 긴장이 높아가고 있는데
해법이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북아 긴장의 진원지 구실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의 반일 감정은 상당하다. 한국의
반일 감정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난징 대학살과 731부대 학살 등 실제 수십만 명이 학살됐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 하면 제국군대를
떠올리는 중국인들이 많다. ‘세상의 중심으로 수천 년 이어왔던 중국 사람들이 섬나라에 무참히 도륙을 당했던 역사’를 중국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군사력 강화로 표현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중국의 패권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는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의 속도 이상이다. 중국은 2016년까지 3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항공모함 탑재기인 수호이33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대양 해군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동중국해를
바라보는 산둥반도의 지난군구에 Su-27이 1개 연대, 난징군구에는 Su-30이 2개 연대 배치돼 있다. 주목할 점은 2005년
러시아로부터 8대의 신형 공중급유기를 도입한 뒤 지난 10월 광저우 공군부대에서 공중급유 훈련을 성공시킨 것이다. 공중급유 능력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만 가졌던 기술이다. 중국도 다섯 번째 대열에 들어선 셈이다. 공중급유 기술은 전투기의 작전
반경을 넓힐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공격적 공군력’의 상징이다. 일본도 10년 논쟁 끝에 2000년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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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의 국방예산


color=darkblue>2005년 예산 약 447억달러… “손색 없는 사실상의 군대”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일본엔 군대가 없다. 대신 ‘자위대’가 있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전력만 갖추고
있다. 전쟁을 포기하고 있는 헌법 조항과 전수방위(공격을 받았을 때,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위력만 사용한다는 뜻) 원칙에
따라 선제공격은 물론 ‘교전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격용 무기 도입을 피하고, ‘공격능력’을 주일 미군에 의존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북한의 위협’을 들먹이며 자위대의 위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는 탓이다. 지난 7월 초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 직후, 누카가 후쿠시로 방위청 장관을 비롯한 보수 정객들이 앞다퉈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론’을 들먹인 것은 이런 일본 내 움직임을 가감 없이 드러내준다.

사실 일본의 군사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지난 9월 말 펴낸 <2006 동북아
전략균형>을 보면, 공식 발표된 국방 예산을 기준으로 할 때 일본은 동북아에서 단연 최강이다. 자위대 상비 병력이 24만여 명에
이르는 일본의 2005년 현재 국방 예산은 약 447억달러에 이른다. 막대한 ‘비공식’ 국방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공식 국방 예산 약 295억달러)은 제쳐두고라도, 이는
한국(207억달러)·러시아(188억달러)·대만(83억달러)·북한(19억달러) 등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은 수준이다. 연구소 쪽은 “세계
각국의 정부 공식 발표치를 기준으로 할 때, 일본의 국방 예산 규모는 세계 2위”라고 지적했다.

자위대의 병력과 보유 무기 체계도 ‘수준급’을 자랑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말 펴낸 ‘2005~2006 동북아
군사력’이란 자료집을 보면, 일본 육상자위대는 현재 5개 방면대 10개 사단(기갑 1개 사단 포함) 등 모두 14만8200여 병력을
거느리고 있다. 육·해·공 3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육상자위대는 현재 △전차 980대 △장갑차 600대
△야포 740문 △공격용 헬기AH 90대를 포함한 헬리콥터 450대 등을 주요 전력으로 보유하고 있다.

미군에 이어 ‘세계 2위’란 평가를 받고 있는 해상자위대는 크게 원해 방위를 담당하는 자위함대사와 근해 방위를 담당하는 5개
지방대, 그리고 10개의 지원부대로 나눠진다. 자위함대사는 예하에 4개 호위대군과 7개 항공군, 2개 잠수대군으로 구성된다. 5개
지방대도 함대급 전력을 갖추고 있다. 해상자위대 병력은 4만4천여 명이며, 주요 전력으로는 △호위함 45척 △이지스함 4척 △소해함정
31척 △P-3C 대잠 초계기 80대 △잠수함 18척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다중위협’에 동시 대처하기 위해 이지스 구축함(7250t급) 등 최신함 위주로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협 봉쇄와 해상
교통 방위를 중시해 P-3C 등 대잠전과 대기뢰전에 필요한 무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해상자위대는
2007년부터 7700t급 이지스함 1척 취역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는 1만3500t급 헬기 탑재 호위함을 취역시켜 모두 4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한 P-3C 후속기를 개발하고, 신형 유도탄 고속정 6척 등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막강 전력을 과시하는 항공자위대는 4만5600여 명의 병력에 3개 방면대, 1개 혼성대, 7개 전투비행단으로 구성돼 있다. 7개
전투비행단에는 △F-1 전투기 3개 대대(27대) △F-15 전투기 4개 대대(203대) △F-4EJ 팬텀기 3개 요격대대(50대)
△RF-4EJ 정찰기 1개 비행대대 △E-2C 조기경보 통제기 1개 비행대대(13대)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F-2
지원전투기 32대와 공중조기 경보기(AWACS)도 4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작전반경 확대와 장거리 투사 능력을 높이기 위해
KC-767 공중 급유기도 4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항공자위대를 ‘세계 3위권’이라고 평가한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자위대는 (헌법 규정 등) 국내적 제약만 있을 뿐, 국제적 기준으론 전혀 손색이 없는
사실상의 군대”라며 “공격용 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태여서 제약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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