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전국 곳곳에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생소한 이야기도,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좀 더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을 꾀하자며 '환경친화적인 개발논리'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준비한 곳은 여지없이 성공한 마을이 됐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헌신과 참여다. 제주의 소리는 2007년을
맞아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에 성공한 전국의 소문난 마을들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이들 마을들은 모두 '헌신적인 지역리더'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졌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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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눈길을 끈 것은 '그린스쿨'이란 팻말이었다. | ||
'온 사람도 즐겁게, 우리 마을주민도 즐겁게'
경기 이천 '부래미(富來美)마을' 주민들이 내건 컨셉이다. 이 곳에선 모두가 느리다. 먹거리 식당도 '슬로푸드 체험관'이란 이름을
달았다.
부래미 마을(www.buraemi.com)에
들어서자 반기는 '통나무 대문' 하나. 팻말에 '그린스쿨'이라고 새겨진 교육관에 들어서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플랜카드가
내걸려 있다. 흔한 노래 구절을 써 놓은게 아니다.
깡 시골 마을이 4년 동안 직접 부대끼고 치열하게 겪으면서 깨달은 '인재의 중요성'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소중한
'열매'였던 셈이다.
부래미 마을 가족은 총 30세대에 70여명이 전부다.
주변을 둘러봐도 논과 밭, 그리고 습지 주변에 어우러진 갈대 숲이 전부인 이 곳.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경기의 한 조그만 농촌마을에서 뿜어내는 그린투어리즘의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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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래미 마을에서는 황토이불 염색을 비롯해 간단한 소품이나 스카프 등의 염색 체험이 인기다. | ||
100번에 걸친 마을회의...아는만큼 보인다
"한 100번은 마을 회의를 했을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이더라구요."
마을 홍보와 기획 등 '전천후' 총괄을 맡았다는 마당쇠 고경필씨는 마을의 '입'이다.
"과연 2년전 결정이 최선의 결정이었는가?...끊임없이 되물었어요.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인드도 시시각각 달라질 정도로 눈에 띄게 변화가
오기 시작했어요."
결국 농사에 피해가 없을 정도로 손님을 대하는 운영의 묘도 생겨났다. 체험방문객이 찾아오면 해당 농가만 와서 모든
체험일정과 고객 서비스를 맡는 방식으로 나머지 농가는 그대로 농사일을 할 수가 있었다.
스스로 마당쇠'를 자처한 여성리더 고경필씨. | ||||||||||||
'작은고추가 맵다'는 진리(?)를 여실히 보여준 부래미의 성공에는 우선 15년 동안 이장을 맡고 있는 이기열(60) 명함에 '마당쇠'라고 써넣고 스스로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고씨는 예전에 교직에 있었던
이 리장은 "그 분이 없으면 마을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보와 기획을 맡은 마당쇠 고씨는 남편의 고향인 탓에 부래미와 인연을 맺었다. 중국에 2~3년간 머물며 중국어를 익혔다는 그는 영어도 수준급. 웬만한 까다로운 손님들은 그가 직접 맞이하곤 한다. 아직 서울에서 오고가며 일을 보고 있다는 그는 "이미 인터넷 온라인 시스템에 전산화가 다 돼서 직접 마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그에게 "성공비결이 뭐냐"는 '우문'을 던지자 바로 '현답'이 되돌아 왔다. "4년 후에도 과연 농촌체험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묻는 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호를 잘 읽어내야 한다"는 그는 "농산물 가격만 하더라도 시장과 도.수소매점 가격을 고려해 너무 지나치게 거듭 성공비결을 재촉하자 "홍보작전이 성공해서 오늘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고 할 정도의 남모를 '전략'을 슬쩍 "사실 농촌 어른분들이 해보지 않은 일을 쉽게 따라올 수 있었겠어요?". 마을 주민이 너무 따라와 주지 않자 그는 오히려 먼저 내지르는 전법을 이용, 외부의 주목을 받게하고 주민들을 끌어오는 전략을 하지만 고 씨는 "만약 기업사장이라면 채용공고를 내서라도 사람을 뽑고 이익을 내면되는데, 사실 몇명이서 농촌 복지사업을 한다는 |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호 읽어내야...그리고 마을 역량을 강화해라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뜻하는 부래미 브랜드의 구체화 작업도 진행됐다. 마을 특산품인 '임금님표 이천쌀'을 '부래미쌀'로 바꾸는 일을
모색 중이며 이미 '장호원 복숭아' 율면 포도'는 '부래미 복숭아' '부래미 포도'로 바꿨다. 논농사도 오리농법으로 차별화하는 시도를
했다.
그래서 마을가꾸기를 통해 알게된 국내의 즐비한 '내노라'하는 '전문' 인적 자원을 활용하기로 머리를
짰다. 한마디로 '자문위원'단을 구성, 외부의 머리를 빌고 활용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호를 잘 읽어내야 한다"는 그는 마을 자체의 역량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눈 뜬 '발견'이었다. "올해 5가구 정도가 늘어서 80명을 넘어섰어요. 체험마을이 생긴 이후 땅을 사서 친환경
농업을 하겠다는 분들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점점 입주가구가 늘어나는 추세가 됐지요."
많은 분들이 땅만 있으면 농사를 짓겠다고 곳곳에서 찾아오면서 마을의 고민은 점점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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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래미의 청정복숭아농장 | ||
"4년 동안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다 같이 잘사는 마을'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었지요".
결국 '아는 것이 힘'이라는 상식을 깨닫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당연히 '공부'로 모아졌다. 부래미가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부분이 '교육'이었던 이유다.
그리고 마을을 알리기 위한 브랜드 홍보와 함께 상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주민들이 문화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봤다.
2003년 11월 주민들이 합심해 완성한 100평 규모의 '그린스쿨' 통나무 체험교육관은 이러한 인식의 결과로 결국 부래미의
농촌관광을 이끄는 산실이 됐다. 그리고 미술관도 유치하고, 도예교실도 운영했다.
교육관을 짓는데 5억원 가량이 들었지만 2003년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돼 받은 2억원과 농림부의 마을 가꾸기사업, 하이트맥주의
지역환원사업 등으로 받은 8천만원 외에는 모두 주민들이 해결했다. 땅은 마을 터를 무상으로 사용했고, 인건비는 주민들의 땀방울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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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래미쌀'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마당쇠 고경필씨. 현재 마을에선 '임금님쌀'을 '부래미쌀'로 바꾸는 고민을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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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래미 미술관 | ||
그린스쿨이 개장되자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최대 수용인원이 200여명 남짓이지만 체험의 내실화를 위해 50~100명단위로 조절하고 있다. 그래도
지난해에 방문객 2만여명을 돌파했다.
그래서 짜임새 있는 시스템을 만든 일이 필요했고, 주변과의 협조체제를 꾸리기 시작했다. 물론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마을주민의 각각 역할 분담은 필수적이다.
'가격만족도' 서비스를 높여라
부래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격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 분야이다.
프로그램 기획.운영방향에 대한 차별화 고민도 치열하다. 단순한 농사체험, 문화체험, 먹거리 체험, 놀이체험으로는 한계가 있다.
2월 홈컴잉데이, 4월 배꽃축제, 8월 포도따기, 10월 미술대회 등 테마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하되 계절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팩키지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다.
포도따기를 한번 하고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고민이 있었지만, 정작 하고 보니 재방문율이 높았다. "농산물이 신선하다"는게 그
이유였다.
가령 '계란 새끼꼬기' 프로그램은 1인당 만원을 받는데 90%가 남는 장사다. 하루에 100만원을 버는 농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단순한
체험에만 끝나지 않았다.
"처음엔 3천원을 받아도 양심에 찔렸어요. 그져 실용적인 부분에만 머물게 되면 1000~2000원에 끝났을지 모르지만 더 고민한 것은 문화
작품까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새끼꼬기에 대한 공부를 했지요. 정보와 강의를 넣고 이벤트로 만드니 '박사아빠가 아이머리를 쓰다듬으려 잘
들어라'고 공부를 시키데요."
고구마도 마찬가지다. 슈퍼마켓 보다 비싼 이유는 고구마에 대한 각종 정보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주고 프로그램으로 담아낸 때문이다.
작년에는 코트라(KOTRA)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체험 및 민박수입은 해당농가에 돌아간다. 수익배분은 마을에서 10%를 주고 나머지는
개인이 갖고 간다.
"2박 2일에 30만원을 갖고 가는 등 수입이 짭짤하다. 마을 운영이 어려워지자 식당경영을 통해 수입을 마을에 귀속하는 공동운영제를
도입했다. 식당운영 수입 10%도 마을 운영기금으로 저축이 된다".
마을운영기금은 시설 관리비용, 인거비 재료비 ,홍보.마케팅비, 보험료 등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마을기금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투자 마인드도
확실하다.
"자금이 없으면 시장개척에 대응할 수 없어요. 앞으로 자생력을 위해서도 마을기금은 필요해요."
부래미를 찾는 이들은 지난해 1만8천명에서 올해 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체험활동이 2003년 당시 66%를 차지했지만 2년새 23%로 줄었다. 대신 15%에 그쳤던 친환경 농산물 판매가 배로 늘어났다.
"마을 체험을 통한 수입 가운데 농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요. 확실히 고무적인 현상이죠."
부래미의 목표는 '쾌적한 생활환경과 주민소득 3만불 달성'이다. 구두선에 그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흔히 행정문서나 교과서에 나옴직한 '우리 스스로 농촌 주거환경 개선과 소득증대에 나서겠다'는 이 다짐은 적어도 부래미 마을에서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3년 동안 부래미 마을이 깨달은 '세가지 코드' | ||||||||||||
'富來美.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찾아온다는 마을 이름 또한 심상찮다. <첫번째 코드-자연가꾸기>
통해 정부지원의 사이버 판매 방식이 점차 커지면서 소득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돈보다 마을가꾸기를 하고 싶다. 아마 4년 후에 시작했다면 우리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을 폭넓게 교류하면서 사실 농촌체험을 원하는 분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철학이 뚜렷한 상위 몇% 정도이다. 대부분이 언제라도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다. <두번째 코드-사람가꾸기> 아무리 전문가를 불러와도 우리가 모르면 결정을 할 수가 없다. 진짜라도 감동이 와야 결정을 할 수 있다. 주민 마인드를 처음 생각을 못했던 '사람가꾸기' 코드가 중요한 접점으로 찾아왔다. 교육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권역별 그룹은 물론 리더끼리 한달에 커뮤니티와 지역가꾸기에 참여하는 각종 동우회가 쉬도없이 만들어지는 등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귀농하는 분들이 더 좋아한다. <세번째 코드-문화가꾸기> 마을을 알리려면 브랜드를 알리고 상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를 알아야 한다. 사실 마을사람들이 즐기고 문화를 누리는게 먼저다. 과연 농사를 짓고, 2~3천만원을 벌지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삶인가?'라는 최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문화)공부하기 시작했다. 생활개선회에서 겨울내내 작품활동을 한다. 예술에 관심을 둔 이들은 전시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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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만난 촌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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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찾은 러시아 방문객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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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스쿨' 교육관 옆에 들어선 슬로푸드 체험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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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톳물에 천 담그기 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