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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소리] "죽어있던 마을이 되살아 났어요"


전국 곳곳에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는 생소한 이야기도,
사실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좀 더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을 꾀하자며 '환경친화적인 개발논리'에 대해 일찍 눈을 뜨고
준비한 곳은 여지없이 성공한 마을이 됐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헌신과 참여다. 제주의 소리는 2007년을 맞아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에 성공한 전국의 소문난 마을들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이들 마을들은 모두 '헌신적인 지역리더'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함께
어우러졌던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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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장승이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장승은
2004년도에 세웠다. 마을에선 1년에 한번 장승제를 지내고, 산신제도 지낸다.
 
"죽어있던 마을에 활력이 되살아
났어요."


대중가요로 널리 알려진 칠갑산(561m). 충청남도 청양군 칠갑산 서북마을인 가파마을은 흔히 충남의 마지막 오지마을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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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은 충남 청양군 대치면 상갑리.
지도상에서 한 복판에 위치한 곳이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여 거리인 이 마을에는 고작 64가구 140여명이 살고 있다.


예부터 세 가지 아름다움(佳)이 있다며 '가파(佳坡)마을'로 불리는 이곳 상갑리에 지난 2003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그해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된 이후 2004년 정보화마을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지역활성화와 도농교류의 모범 마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


주민 대부분이 60세를 넘었지만 분지 특성에 맞게 청양고추와 구기자, 오리농사로 생산한 쌀과 하천의 참게 산지로 유명하다.


"청양군은 재정자립도가 70%밖에 안되는 가장 열악한 군이죠. 타시군에서 인구유입이 안됩니다. 그래서 청정하다는 이미지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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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박물관 전시품. 청양군 자체 인구가 3만 5천명이지만 사실상
극장도 하나  없는 '문화 불모지'이다.
 


재작년 설 전날에야 핸드폰 개통...그 동안 개발과 거리가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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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광빈 가파 마을리장(50)
 
마을리장 임광빈씨(50)는 "마을 도로
포장이 2004년 4월에야 됐을 정도로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핸드폰도 정보화마을이 된 이후 2005년 설날 전날에야 터질 정도였으며,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돼 마을 홈페이지를 만들어도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을 정도였다.


고작해야 1년에 외지인이 몇 십명 정도가 오고가던 마을인데 올해 방문객이 5천명을 넘어섰다. 농촌사랑 전국대회에서는 지난해 12월말
대통령상을 받게 될 정도로 농가소득도 부쩍 높아졌다.


"농가소득은 사업을 전후해 200% 정도 올랐어요. 농가당 연 2800~2900만원으로 높아졌지요. 그래도 청양군내 산골마을에서는 부촌인
셈이죠".


나름대로 자부심도 대단하다.


"시골마을에서 학생 8명이 있는 마을도 드믈겁니다. 바닷가나 이름난 명승 마을이 아닌, 내륙지방의 마을로서 일부러 마을정보를 찾아 들러야
하는 마을이예요. 방문객 5000명은 바닷가나 이름난 관광지 마을의 1~2만명의 방문객과 맞먹는다고 봅니다".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진행됐지만 그래도 40~50대의 젊은층이 남아있는 편이라고 말한다.


임 이장은 "솔직히 체험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 궁극적 목표는 농산물을 판매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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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다본 마을 전경. 영락없는 오지
농촌마을이다.
 


"자매결연 통해 직거래 활성화해야"


실제 가파마을은 논 농사 66ha, 밭이 40ha 정도로 일부에서 오리농법을 하고 각종 특산물 재배 등 약 50% 정도를 직거래 한다.
청정 고추도 60%를 직거래하고 40% 정도를 시장상인에게 내다판다. 마을은 직거래를 80%대까지 끌어올리는게 목표다. 주로 자매결연을 통해
직거래를 꾀하고 있다.


현재 코리아나 화장품, 서초구 잠원동 주민자치위원회, 민족극단 우금치, 청양대학 관광과, 청양 정보여고 등 기업과 학교를 가리지 않고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칠갑산 맑은 공기 아래에서 재배하는 고추는 빛깔이 곱고 과육도 두꺼워 '청양고추'의 명성을 그래도 보여주고 있는 명품.
더욱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고추재배로 인해 도시민들에게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구기자는 전국 최초로 4개 농가가 1600평 하우스 면적이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종종 600g 한 근의 물량조차 달릴 정도가
됐다.


체험객을 위한 전래놀이로는 승경놀이(옛 양반 안방마님들이 놀 던 윷), 쌍윷(주사위 두개로 노는 놀이) 등이 있지만 누가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정도로 프로그램은 대동소이하다고 말한다.


"사실 진짜에 가깝게 하려고 하지만 일일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어요. 학생과 단체가 가장 많은데 사실상 민박과 숙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일손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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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계획을 세운 관광휴양시설 조감도
 


마을가꾸기...체험, 농산물, 정(情)을 팔아야하는 '종합예술'


가파마을은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총회결과에 따르고 있다. 농촌관광사업은 운영위원회 소속 21명이 전권을 갖고 밀고 나가고 있다.


"솔직히 쉽지 않아요. 예전보다 생활면에서 다소 나아진 부분이지만 체험과 농산물, 잠자리 그리고 정을 팔야야 하는 종합예술로 볼 수
있지요". 그 만큼 노력과 의욕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지금도 "몇 살이나 산다고 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하지만 정작 손님이 찾아오면 경운기를 태우러 시간에 맞춰 나올 정도로 열성을
보인다. 이 곳 저곳 방방곡곡에서 찾아오고 있지만 가파리의 작은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몇 %가 되겠어요? 모두 농민의 후예들입니다. 정부가 이곳 저곳 세금을 덜어다가 농촌에
예산투자를 하는것 아닙니까. 왜 농업을 살려야 하는지, 공익적 의미가 있는지 도시민들에게 '무언의 합의'를 받아내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가지 않으면 농촌만 갖고 농촌문제를 풀수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민과 농촌이 같이 가야 합니다. 농촌에서 마을가꾸기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 보다 농촌과 도시민이 함께 공감대가
형성돼야해요. 그 것이 농촌이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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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마을을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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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 50대를 넘겼고 60대가
많다.

양김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