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어느 사람이
'21세기를 뒤흔들 격조높은 최고의 정신 좌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어온다면
저는 서슴없이, 단연
'제주 4.3정신의 고양'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뭇 사람들이여
제주 한라 성산을 함부로 쳐다보지 마시오
목욕재계 옷깃을 여미고 정신을 가다듬어
머리를 숙였다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시오
거기,
제주4.3영웅들의 얼굴을 보일 것입니다
제주는 지금 세계의 명소, 세계의 한복판으로 떠올라
뭇 친구들이여
제주의 풀 한 포기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짓밟지
마십시오
영웅들의 발자욱이 찍혀져 있느니
긴 동굴을 어영부영 스치지 마십시오
영웅들의 피목청이 들리느니
북.미의 냉전응어리가 와지끈 깨지는 소리
평화와 통일의 해가 솟으려나 솟아라
백록담에서는 팔선녀가 내려와 풀피리소리에
맞추어
참회와 용서와 화해의 춤을 너울너울 춥니다
마을 앞 돌각담 천하대장군 망두석도 하루방도
우줄우줄 춤을 춥니다
전설의
싸움터에서는 새싹이 돋고
새는 노래하고 나비는 예쁜 춤을 춥니다
한라산 구상나무 백두산 박달나무는
너 나 손을 잡고 잘살아보세
어깨춤을 춥니다
남북 칠천만의 환호성!
한라와 백두의 덩실춤!
(2007. 4. 3. 서울 상서로운 풀골에서)
이기형
이 시인은 1917년
함경남도 함주 출생으로 함흥고보를 졸업하고 도쿄 일본대학 예술부 창작과에서 2년간 수학했다. 1947년 정신적 지도자로 모셔온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이후 33년간 일체의 공적인 사회 생활을 중단하고 칩거 생활을 하다가, 1980년 시인 신경림, 문학평론가 백낙청, 시인 이시영 등을 만나
분단 조국하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던 생각을 바꿔 시작 활동을 결심했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재야 민주화 통일운동에
참여했으며, 1989년 시집 <지리산> 필화사건으로 발행인은 구속되고, 자신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시인은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죽지 않겠다"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노래와 글, 시와 소설 등
무슨 일을 하든지 통일 후에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대비하라"고
말한다. (출처:제주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