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
가입하기

활동소식




감시·대안·참여·연대를 지향합니다.

평화행동 2일째 / 김수열 시인과 함께...




























한라산이여, 바다여, 하늘이여


어머니, 죄송합니다
일전에 그 약속,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촐람생이 같이 맨 앞에도 서지 말고 몰명지게 맨 뒤에 서지도 말고
그저 어중간하게 서 있으라는 가르침 이제는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죽임의 난장판을 만드는 쇠붙이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저들의 천박한 거짓논리 앞에 그저 망연자실 서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어머니 같은 어머니의 바당 밭과 마음 밭을 깔아뭉개려는
간악한 흉계를 가만 지켜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전복과 구쟁기의 등껍질에 계급장을 달고
톳이며 듬북, 메역들을 일렬종대로 세워 제식훈련 시키려는
저 죽임의 문화에 ‘이건 아니다’라고 소리치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어머니.
평화로움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오래전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렵니다
어머니같은 어머니의 한과 설움과 한숨을 조금이나마 씻어 내리기 위해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더는 죽임의 문화를 물려줄 수 없어
어머니의 아들로서 아이들의 아비로서 미친 바람과 맞서렵니다


어머니보다 더 큰 어머니 한라산이여
어머니보다 더 넓은 바다여 하늘이여
힘없는 그리하여 눈물밖에 남지 않은 이 섬 것들의 여린 마음을 받아주소서


너를 죽이고 결국은 나와 나의 피붙이들을 죽일 온갖 쇠붙이들을
용광로에 넣어 보습을 만들고 비창을 만들어
바당 밭과 마음 밭을 일구려는 순박한 마음을 들어 주소서
한라산이여, 바다여, 하늘이여


2007.4.18  김 수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