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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환희와 상처' 두 얼굴






제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정확히는 당처물동굴 등 용암동굴계와 일부지역이지만, 아마 제주섬 전체가 자연유산지역으로 알려질 공산이 크다.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필자는 이번을 매개로 제주도의 환경정책과 환경행정을 총괄하는 부처나 기구를 아예 ‘자연유산보전국’ 과 같은 식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어떤가 생각한다. 자연유산지정이 특정돼 이뤄지긴 했지만, 제주섬 자체가 자연유산지역으로 통칭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자연유산’은 최선의 보전가치를 상징하는 세계인이 공통용어이면서, 대대로 물려줄 인류 공동의 자산에 대한 관리책임을 스스로 무겁게 지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한마디로 제주섬 전체를 명실상부한 자연유산으로 가꾸는 것을 목표로 환경행정, 아니 도정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품위에 걸맞게 내부도 좀 바뀌길 바란다.




필자는 이번 세계자연유산지정이 시사하는 바는, 적어도 ‘보존만 잘해도 돈이 된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말은 얼핏 자연유산지정이 갖는 의미와 ‘브랜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미래에 대한 한치의 혜안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제주도 개발당국이 그간 행해온 마구잡이식 개발드라이브를 생각해보면, 향후 제주의 발전패러다임의 새 슬로우건으로 써도 된다는 생각이다.




자연유산등재 추진에 한창 열을 올리던 바로 작년, 제일 논란이 됐던 사안 중의 하나가 바로 자연유산후보지 바로 인근의 묘산봉 리조트개발문제였지 않은가. 그리고 제주도 당국은 자연유산 실사과정에서 이 사실이 문제 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했나.




이제 지나간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자연유산 등재소식에 함께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슬그머니 고개드는 우려 또한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급(級)이 다르고 시스템이 다르다고 하지만, 똑같이 유네스코에 의해 지정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의 자화상을 떠올려 보면 그렇다.




제주는 자연유산등재 이전 이미 유네스코로부터 지난 2002년 12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정확히는 한라산과 섶섬,범섬,문섬, 그리고 이를 잇는 효돈천과 영천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 이를 도전역으로 확대하자는 논의는 무성했지만, 어떻게 취지에 맞는 관리를 할까에 관한 도 당국의 실노력은 없었다. 오히려 지정 이후  지정신청 과정에 참여했던 NGO등은 배제한 채 관리위원회라는걸 구성했다가 비난에 처했었는가 하면, 이에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조차 단 한 차례의 회의 이후 소식조차 없다. 한 마디로 지정만 됐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생물권보전지역 이념 자체가 ‘보전과 경제적 편익의 조화’에 있는 만큼, 이 브랜드만 잘 살렸어도 ‘돈 버는 일’이 좀 됐었을지 모른다. 그때부터 이를 정책적으로 잘 활용했다면, 제주의 농업도 한미FTA에 직면해 이렇게 희망없이 표류하지만은 않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스페인의 라팔마(Lapalma)를 비롯한 외국 사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던 터다. 브랜드는 따 놓고, 실제 아무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더 큰 브랜드에만 눈독들여 온게 그 동안 제주도정의 행보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군기지 후보지로 예정된 강정마을 바로 앞바다가 어디인가 ?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설정된 범섬-문섬이 코앞에 있는 곳이 아닌가? 여기에 8만평의 대규모 매립과 찬혜의 산호초군락을 필연코 파괴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해칠 수밖에 없는 대규모 해군기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타당한가? 자연유산으로 되면 세계유수의 크루즈 여객선의 필수코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자연유산을 찾는 세계인들이 제주의 이 두얼굴을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




자연유산은 급이 다르고 돈되니까 잘 보존하고 관리하고, 생물권보전지역은 돈 안되니까 군기지 후보지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내줘도 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자연유산 등재에 따른 환호의 얼굴뒤로, 군기지 문제로 시름하는 생물권보전지역 강정주민들의 상처받은 얼굴들도 잊지 말길 바란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