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광우병 쇠고기 촛불모임이 전국을 달구는 요즘, 이명박 정부는 이에 맞서 예의 그 ‘골라내기’ 전법을 시도하고 있다. 전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을 수업 중에 끌고 가 배후가 누군지 추궁하였다고 한다. 경찰은 집회 주동자를 ‘골라 내’ 엄단하겠다고 연일 으름장이다. 서울시는 궁색하게도 ‘변상금’ 논리로 연일 이어지는 촛불시위의 오점을 어떻게든 ‘골라 내려’고 했다. 그러더니, 광우병 쇠고기 협상의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언론도 ‘골라 내려’ 하고 있다. 모 방송사의 광우병 쇠고기 프로그램이 청와대의 외압으로 애초 계획된 날짜에 방영이 이뤄지지 못했고, 급기야 지난 16일 정부의 이른바 ‘홍보대책회의’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경향신문 같은 언론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단체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한 아이들의 책을 모아놓고, 지역 곳곳을 돌며 전시하는 일을 하는 데, 이를 위해 한 100권 정도의 어린이 ‘평화책’이 평소 사무실에 진열돼 있다. 그 중 ‘노란별’이란 책이 있다.
동화 ‘노란 별’은 덴마크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어느 덴마크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펜하겐이 나치에 의해 점령된 후 왕궁에 걸린 나치의 깃발을 내리게 했는가 하면, 그는 평소에도 호위병 하나 없이 코펜하겐의 거리를 둘러볼 정도로 백성들을 아끼는 마음이 컸다.
1941년, 당시 나치는 유대인을 구분하기 위해 유대인들로 하여금 ‘다윗의 별’이라 불리는 노란별을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했다. 유태인들을 ‘골라 내’ 관리하기 위한 선별과 배제의 조치였다. 유태인임에도 노란 별을 달지 않으면 그 즉시 총살형에 처해졌다. 유대인들에게 노란별을 달도록 한 나치의 조치가 내려지자 왕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군대를 일으켜 맞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고, 가만 있어도 사람들이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홀로 말을 타고 거리에 나섰다. 그의 가슴에는 노란별이 달려 있었고, 곧이어 덴마크인 모두의 가슴에 노란별이 달리게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시의 주택가 곳곳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연일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나선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이 작은 실천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정부는 이 마저도 불법 논리로 단속을 시도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작은 실천조차 ‘골라 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실천은 지금 전국으로 번질 조짐이다. 가히 ‘노란별 현상’이라 할만 하다. ‘미친 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골라 내려’는 정부의 선별과 배제의 논리에 맞서 국민들 스스로가 가슴에 노란별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온갖 불법논리, 선동, 사주 따위의 논리를 동원하며 ‘골라 내고’ 노란 별을 붙이려 할 것이지만, 이제 이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이미 강물처럼 형성된 민의를 거스른다는 것은 스스로 화를 더욱 키우는 꼴이 될테니. 차라리 광우병 쇠고기 반대에 대한 단속과 검열과 추궁을 멈추고 과연 누가 반대자인지 숙고해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지혜로운 처신이 아닌가 싶다.
나치 치하에서 덴마크 왕은 스스로 먼저 가슴에 노란별을 다는 것으로써, 온 백성의 마음을 모으고 위기를 극복해냈다. 나치 독일군은 당시 어떤 저항도 없이 코펜하겐에 무혈입성하여 덴마크를 장악했다.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도 사실상의 무혈입성을 얻어냈다. 독일군의 코펜하겐 무혈입성은 덴마크 왕이 전쟁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고, 미국 광우병 쇠고기 무혈입성 선언은 왕(대통령)이 ‘굴복’한 결과이다. 덴마크 왕이 무력으로 저항하고자 했다면 덴마크의 많은 백성들이 죽었을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는 무혈입성 선언을 얻었지만, ‘조용한 저항’에 직면했다. 덴마크 왕이 보여줬던 지혜의 처신을 한국에서는 백성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도시의 광장에서 밤마다 저항과 축제의 촛불이 밝혀지고, 집집마다 현수막이 걸리는 ‘노란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에 대한 태도도 10년 전, 아닌 20년 전의 그것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국민들의 노란별 현상이 덴마크 왕과 같은 누군가의 선동이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믿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검열과 단속, 억압으로 민의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치치하의 덴마크에서 독일군들은 유태인들을 ‘골라 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궁여지책 끝에 그들은 덴마크 국왕을 협박하면 국민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왕궁으로 국왕을 찾아갔다. 독일군 장교가 “독일군이 두렵지 않소? 당장 노란별을 떼시오!”
국왕인 크리스티안 10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덴마크에서 최초의 유대인이요”
‘섬김의 국정’을 펴겠다던 이명박 정권은 너무 일찍이 그 섬김의 대상이 국민이 아님을 드러내고 말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