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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WCC를 다시 생각한다.


  


2012년으로 다가온 WCC총회 예산지원 문제가 제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상정한 내년 예산에 제주도가 국비지원을 요청했던 약1천억의 예산 중 86억 만이 예산안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예산반영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미지수다.


 




 


올해 4월 제주WCC총회지원특별법을 만들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의 근거가 마련되었으나, 기획재정부는 신규사업제한이라는 명목으로 예산 반영을 거부했다.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고, 이미 정부가 총회를 유치하면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므로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해명은 적절하지 않다. 필자도 2010 WCC총회가 제주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주목 받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정부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도민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에서 뜬금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이 문제를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국비지원을 요청한 약 1천억의 예산의 구성을 보면 친환경전시시설 확충(145억원), WCC 행사장 친환경개선사업(33억원), 생태환경인프라 구축(170억원), 회의장주변 친환경교통시설 구축(21억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공원 조성(16억원), 그리고 환경부 사업인 생태체험국제해설사 및 환경리더양성사업(97억원), 국제환경종합센터 건립(350억원) 등 이다. 이를 하드웨어적인 것과 소프트웨어적인 것으로 나누어 보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생태체험국제해설사 및 환경리더양성사업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하드웨어와 관련된 부분이다.


 


제주는 총회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잘 갖추어져 있다. 반면 환경보전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대단히 미약하다. 일례로 훼손된 오름의 보전을 위하여 오름 휴식년을 시행하고 있는데, 효과적인 휴식년 시행을 위해 관리요원 배치와 모니터링을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예산의 부족으로 인해 일급을 주는 관리요원을 배치하지 못해, 휴식년의 의미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았다. 반면, 세계자연유산센터에는 300억이 넘은 예산을 들여 화려하게 짓지만, 세계자연유산의 완충지역에 들어서며 이후에 환경적 부담을 예상하게 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WCC총회는 국가와 지자체, 연구기관, NGO 등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잘 갖추어진 시설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전을 의제로 하고 있는 만큼 지역의 환경보전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도민의 참여와 공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가가 총회 참여자들의 제주에 대한 인상과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을 결정지을 것이다. 제주도가 올린 예산안을 보면 국제환경종합센터 건립에 350억원 등 가시적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시행되는 4대강 사업에는 예산을 집중하면서도 제주에는 국가차원의 행사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논리이지만, 제주의 환경보전을 위해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우리 제주도에서 먼저 선구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가 있겠지만, 현재의 WCC총회의 예산구조로 국회를 설득하기에는 힘이 들어 보인다. 하드웨어적인 것에 집중된 예산안은 불요불급한 예산 부풀리기로 비칠 수 있고, 제주의 환경보전을 위해서도, 총회에 참가한 다른 나라의 기관과 단체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없다. 백 번 양보해서 하드웨어적인 것에 투자를 한다면, 제주의 아름다운 중산간에 흉물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송전탑을 지중화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또한 개발의 표적이 되어 사라지고 있는 곶자왈을 매입하여 보전하면서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WCC총회가 미래의 제주 환경에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화려하면서 요란한 한 번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10.10.29. 한라일보 NGO 칼럼,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홍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