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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사이 거미줄처럼 지나가는 송전탑 보며


























오름 사이 거미줄처럼 지나가는 송전탑 보며



[몽생이 김홍구, 오름속으로] 제주의 오름이 품어야 하는 것





데스크승인 2011.05.06  10:27:36 김홍구 | -  





제주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오름을 한아름 품고 있다.  한라산을 어머니로 수많은 오름을 자식으로 낳은 제주, 그 자식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자식들이 하나 둘씩 아프고 있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생명이다.  제주사람의 모태인 한라산,  아름다운 오름, 수많은 곶자왈,  맑은 지하수,  걷고 싶은 숲길, 청정한 바다와 해안선, 그리고  이 모든 곳에서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이 바로 제주의 주인이다. 











   
▲ 백록담과 윗세오름삼형제 ⓒ김홍구











   
▲ 월정바닷가 ⓒ김홍구











   
▲ 화순곶자왈 ⓒ김홍구


얼마전에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는 한라산 만인보(萬人步)라는  기행이 있었다.  제주의 과거를 거슬러 미래를 밝히기 위한 만인(萬人)의 행보(行步)로써 제주개발의 현장을 통해 경쟁과 지배, 소유와 힘의 논리에 대한 성찰의 행보,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실천을  제주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찾으며  제주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참여공간을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 











   
▲ 돌미오름을 지나는 참가자들 ⓒ김홍구

 
제주의 동쪽 넓은 들판에 아름다운 오름군락이 있다.  누구나 가보고 싶고 감탄할 만한 곳이다.  그 중심에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이 있고 다랑쉬, 영주산, 거미오름이 있다.   이번 기행의 여정에 거미오름을 비롯한 그 주변과 돌미오름을 중심으로  송전탑과 풍력발전기가 제주의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제주는 자연이 있어 수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제주의 관광도 자연이 있어 가능하다.  제주에 있는 역사, 문화, 신화등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되고 관광이 된다.  그런데 하늘이 내려준 제주의 자연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 송전탑과 풍력발전기로 인하여 빛을 잃고 있다.  직접 제주의 송전탑과 풍력발전기가 어떻게 지나가고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만들어 보았다. 











   
▲ 송전탑 및 풍력 현황 ⓒ김홍구

현재 제주도에는 송전탑이 500여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송전탑이 한라산을 동서남북으로 갈래갈래 거미줄마냥 뻗어 있다.   서쪽으로  북돌아진오름, 폭낭오름, 왕이메, 고수치, 돔박이에서 보는 송전탑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갈래갈래  찢어 놓았다.  동쪽으로는 용눈이, 거미오름, 돌미, 체오름근방에서 보면  오름  사이로  송전탑이  교묘(?)하게 지나가고 있다.   여기에 풍력발전기가 더해져 제주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경관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 송전탑에서 바라본 북돌아진오름 ⓒ김홍구











   
▲ 돌미오름근처 송전탑과 풍력발전기 ⓒ김홍구











   
▲ 거미오름에서 바라본 송전탑과 풍력발전기 ⓒ김홍구


전기의 필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고마움과 유용성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한전에서는 제주의 전기사용량  수익구조가 나빠  매년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이 적자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2002년 세계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지금  제주도가 도전하고 있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이 대한민국의  어떠한 곳과도 다르며 차별성이 있고 독특하며 아름다우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의 가치는 송전탑의 필요성보다 훨씬 능가하고도 남는다.  세계적인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 중에 도드라진 것이 송전탑이다.  이것은 경제논리에도 합당한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적자보다 제주의 자연이 파괴됨으로써 잃는 경제가치가 훨씬 더 크기에 이 논리는 맞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어떤 영화감독은  송전탑과 풍력때문에  이제 제주에서 더이상 영화를 촬영하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그런데도  한국전력은 남원과 표선쪽에  송전탑 41기를  더 세우기 위해 공사계획을 갖고 있다.











   
▲ 돌미오름에서 바라본 손지오름,다랑쉬,용눈이 방향의 풍력발전기 ⓒ김홍구

이제는  송전탑이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제주사람들을 위해서다.  송전탑의 안전성과 그 위해성을 차치하고라도  제주의 미래적가치를 위해 반드시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의 미래는 자연이 생명이다.  누군가  한라산이 죽어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제주도내 모골프장은  주변의 송전탑이 경관과 경기진행에 방해가 되어  자기자본을 투자하여  일부구간을 지중화한다고 한다.  현재 제주도정은 선보존후개발을 약속했다.  송전탑만이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제주의 자연이 제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 철탑에 갇힌 오름 ⓒ김홍구











   
▲ 돌미오름 근처의 풍력발전기 ⓒ김홍구


제주는 바람을 품고 사는 섬이다.  사진작가 김영갑님도  제주의 바람을 표현하려 무척 애썻듯이 바람은 제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  바람을 이용하는 것 중에  풍력발전이 있다.  현재 제주의 풍력발전량은 전체의 약 3~4% 정도,  전국적으로는 약 0.3%로 아주 낮은 편이다.  그린에너지라 말하는 풍력발전은 바람의 힘에 의하여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  하지만 이 풍력발전은 날개가 회전하면서 내는 소리가 만만치가 않다.  또한 얼마전 행원에 있는 풍력발전기의 화재를 보았듯이 사고가 나면 수습할 길이 없다. 또한 날개가 떨어지는 사고라도 나면  반경 500m 정도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의  풍력발전기는 이러한 위험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었을까.  해안선에서 점점 제주도내  중산간으로 들어오는 풍력발전은 송전탑과 마찬가지로 제주의 경관을 해치고 있다.   제주의 동쪽에 있는오름에 가보라.   둘러보며 모두  풍력발전이다.  저멀리 월정, 행원의 풍력발전으로 부터 돌미오름 근처의 풍력,  모구리오름 근처의 풍력, 따라비와 큰사슴이 근처의 풍력, 앞으로 예고되어 있는 풍력단지 등등  마치 비온 뒤에 솟아 나는 고사리마냥  어느날 갑자기 풍력발전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 돌미오름 근처의 풍력발전기 ⓒ김홍구











   
▲ 큰사슴이오름에서 따라비 방향 (풍력 설치전) ⓒ김홍구











   
▲ 큰사슴이오름에서 따라비 방향 (풍력 설치후) ⓒ김홍구


송전탑은 지중화가 대안이고  풍력발전은 해상풍력발전이 대안이라 생각한다.   바람이 항상 잘 부는  바다에 풍력단지를 집중화하면  경관도 확보되고  전력생산도 많아질 것이며  또한 그 자체가 경관자원으로서 훌륭할 것이다.  야간에는 불을 밝혀 야간관광도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육상보다도  설치와 유지보수가  어렵겠지만  자연경관이 생명인 제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 큰사슴이오름에서 따라비 방향 (풍력 설치후) ⓒ김홍구











   
▲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한라산 방향 ⓒ김홍구


제주의 오름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개발논리에 휩쓸려 스러지고  수많은 탐방객에 의하여 망가지고 없어진다면 이제는 오름이 없는 제주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곶자왈이 없는 제주,  지하수가 없는 제주,  숲보다  관광단지가 더 많은 제주,  살아있는 생명보다 죽어버린 생명이 더 많은 제주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제주의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외부환경과 마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완성된 형태를 가지며 완성된 자연은 외부와 마찰하지 않는다.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과 마찰한다.
 











   
▲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우도 ⓒ김홍구











   
▲ 물장오리 습지 ⓒ김홍구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구달(Jane Goodall) 그가 쓴 <희망의 자연>이라는 책에서 지구의 미래를 이렇게 말한다. "자연의 회복력과 불굴의 인간정신이 있으니 아직 희망은 있다"라고.  자연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보노라면 "인간은 얼마나 지구를 파괴할 수 있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인간은 얼마든지 자연을 살릴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자연은 서로의 다름을 간직하고 같아지기를 강요하지 않지만 인간은 서로의 다름을 간직하되 남이 자신과 같아지기를 얼마간 강요한다. 인간이 자연보고 인간처럼 같기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자연스럽지 않은 개발이다.  자연의 순수성이 보장된다면 자연을 위한 정책과 대안이 제시될 수 있다.











   
▲ 겨울한라산 ⓒ김홍구











   
▲ 볼레오름과 삼형제오름과 이스렁오름 ⓒ김홍구











   
▲ 민대가리동산 ⓒ김홍구


제주의 오름이 품어야 할 것은 진정한 제주다운 멋과 진실된 제주다운 맛이다.  그곳에 품어져야 할 또다른 것은 제대로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는 제주사람들,  자연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진 제주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꼭 오름에 오르는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름에 관한 정책을 펴는 사람부터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이까지 제주의 자연이 소중함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오름은 그안에 수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자라게 하여 인간을 바르게 살게 할 것이다.   자연이 없는 곳에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귀한 자연을 바라보는 의식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제주의 오름 품에 있는 무수한 생명은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귀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 백록담과 윗세오름삼형제 ⓒ김홍구











   
▲ 성산일출봉 ⓒ김홍구











   
▲ 산방산과 한라산 방향 ⓒ김홍구











   
▲ 이달오름 방향 ⓒ김홍구











   
▲ 사라오름 산정호수 ⓒ김홍구











   
▲ 볼레오름부터 붉은오름까지-서부지역 ⓒ김홍구











   
▲ 여문영아리와 습지 ⓒ김홍구











   
▲ 물찻오름 산정호수 ⓒ김홍구


* 이 글은 인터넷신문 <제주의소리>에도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