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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만인보_우도,기로에 서다_한라일보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3)우도, 기로에 서다
제주본섬 축소판 우도 '풍요속의 빈곤' 심화
최근 10년새 주민 3000명서 1200명으로 급감
해안가 현대식 건물 자연경관과 부조화 문제


입력날짜 : 2011. 06.01. 00:00:00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어서 소섬이라고도 불리는 우도, 이름에서 느끼는 것처럼 우도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섬으로 기억된다.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도에 가면 소의 누런 털처럼 일렁이는 보리밭과 애잔하고 촉촉한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흐르는 고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우도는 달라져갔다.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의 넘실거림이 파도를 대신하고 해안마다 들어서는 펜션과 상가가 푸른 보리밭의 일렁임을 밀어냈다.

우도, 소섬의 변화된 모습은 제주본섬의 축소판이다. 제주본섬이 관광개발을 한 후 달라진 모습을 확연히 보려 한다면 우도를 둘러보면 확연하게 빛과 그림자를 볼 수 있다. 2005년 1200명으로 1995년 3000여명 우도의 인구는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한 해에 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기하급수로 늘어 90만명에 육박한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우도를 찾는 사람들은 평균 2500명, 우도사람들보다 매일 두 배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도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다. 우도는 출렁이는 관광객으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를 판이다.

▲서빈백사 쪽의 우도경관. 우도는 관광개발이 되면서 펜션과 상가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문제는 우도의 평온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우도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정말 그랬어야 맞다. 관광으로 인해 제주가 풍요해진다는 장밋빛 꿈이 맞다면 말이다. 얼마전 우도주민들이 우도와 종달리 사이 다리를 놓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도 우도항과 우도 곳곳에는 이를 염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마치 제주의 신화에 제주 사람들이 창조주 여신인 설문대 할망에게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달라고 간청했듯이 그 때 제주 사람들은 왜 다리를 원했을까? 단순히 생활의 편의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맞다. 제주 태초의 일이 우도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 현수막에는 우도면민들의 '일일생활권'과 '관광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리가 놓아져야 한다고 하고 있다.

우도는 제주의 부속섬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도항선이 드나드는 곳이다. 단 바다의 일기가 고르지 못할 때는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광경쟁력이라고 한다면 다리를 놓을 경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지금도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도가 더 많은 차량이 찾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우도로 몰려드는 차량과 관광객의 모습. 우도는 매년 관광객 증가세를 보이며 최근 조사결과 연간 89만명이 찾는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반면 우도 주민은 계속 감소해 2005년 1200명으로 1995년 3000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우도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전에 먼저 우도를 애정이 담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도사람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우도를 일부로 같이 살고 있는 제주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도에 1년에 90만 명이 찾아오는데 우도는 풍요롭고 넉넉한 곳이 아닌가?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도를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가용과 렌터카를 도항선에 싣고 우도를 찾는다. 해안도로가 10여 km에 불과한 우도를 차로 도는 데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해안도로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사는 깊숙한 곳곳까지 차로 누비고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러면 결국 우도에 남는 것은 차량의 매연과 쓰레기뿐인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에 605대로 차량 대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차량 한대에 네 명만 타더라도 이미 하루 평균 관광객의 숫자를 넘는 숫자다.

이는 상당 부분 도항선사 측의 욕심이 작용한 결과다. 우도항과 성산포항 사이에 운항되던 도항선이 몇 년 전에 하우목동항과 성산포항 사이에 뱃길이 열리면서 차량으로 우도에 가는 것이 더 용이해졌다. 그러면서 지금의 풍요 속의 빈곤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도를 찾는 차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1일 기준 605대로 제한하고 있으나 길 곳곳에서 싣고 온 차량과 관광버스, 전기카드, ATV,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여행객이 뒤섞이면서 섬 속의 섬이 아닌 유원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마냥, 관광객의 숫자만 많아진다고 해서 관광수입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반비례하고 있다. 차량과 버스, 전기카트와 ATV, 스쿠터, 자전거와 걷는 사람들이 뒤죽박죽되어 걷는 사람은 걷는 사람대로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는 사람대로 서로에 치여 우도의 평화를 느낄 여유가 없다.

우도의 문제를 단순히 도항선사의 문제만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우도 주민들의 노력도 필요한데, 예를 들어 차를 가져가지 않고 우도에 간다면 비용 면으로나 편리성의 면에서 더욱 나아야 차량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줄어 들 것이다. 하지만 전기카트의 예를 들면 5명이 정원이 카트를 타려면 5만원을 내야 한다. 차량을 가지고 가는 것이나 카트를 이용하는 것이나, 비용의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편리한 차량을 이용하면서, 싣고 간 음식물을 먹고, 우도에는 경제적 수익을 남기지 않는 다소 얄미운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도 주민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도 내의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가격 면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고려해야 한다.

우도의 또 하나의 문제는 경관문제이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우도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우도의 나즈막하고 평온한 경관과는 대조적으로 큰 규모와 화려한 색감으로 너도 나도 눈에 띠려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제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김태일 교수는 우도의 펜션과 상가와 주민들의 주택을 비교하면서, 질감과 색채 크기의 면에서 우도의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우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들은 우도의 독특한 색채를 흐리고 있으며, 우도를 찾는 사람들이 우도에 대해 실망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도를 찾는 사람들은 우도의 무엇에 매료되는가? 우도의 편리한 교통도 우도의 화려한 건물들도 아니고, 섬이 가지는 고요함과 고유함을 기대하고 우도만의 색채를 찾고 있다. 하지만, 우도에 대한 기대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누구보다도 제주를 사랑했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에 보면 다음과 같이 우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기여객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민박집이 생겼고….(중략) 언덕 위에 교회가 들어서자 처음 마라도에서 받았던 좋은 느낌은 반감되었다. (중략) 이건 분명히 발전도 개발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무지에서 비롯된 파괴였고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실수였다.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마라도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그 무엇을 보존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두가 외면할지 모른다."

마라도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도 또한 다르지 않다. 또한 제주도 전체가 마찬가지다. 우도 사람들이 제주본섬과 다리를 놓아 달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외면하는 우도의 미래를 직감적으로 느끼면서 차라리 이상한 원주민으로 남아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우도의 문제는 우도 사람의 원인이 아니다. 그동안 제주의 고유함을 지키면서 이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고민하지 않고, 단지 관광객의 숫자만을 염두에 두고, 고유함을 오히려 파괴하는 투자유치에 골몰한 결과이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재 우도의 곪고 있는 부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도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그 동안 구조적으로 누적되어 온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도를 제주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는 시금석으로 삼고 우도를 살리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