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 칼럼> 한라산이 있는데 왜 인공건축물 랜드마크에 매달리나?
화창한 봄 날씨다.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한라산이 신령스럽게 빛난다. 알프스보다 더 장엄하고 아름답다. 이렇게 가까이 한라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
한라산의 신성함을 닮아 제주의 사람들도 범속하지 않다. 제주인의 마음 속에는 한라산이 들어차 있다. “한라산 정기를 품고~ 아아 우리 중학교” 등의 가사는 제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공통이다. 대개가 한라산의 정기를 이어받아 훌륭한 인재로 자랄 것이라고 노래한다. 제주 사람들이 성공한 밑바탕에는 한라산이 있다.
한라산을 우러르고 사는 것이 제주에서는 일반이다. 저 높은 곳에 한라산이 있고 그 아래 우리는 안락하게 살아 왔다. 그런데 이제 그런 세월은 끝나간다. 한라산보다 더 높아 보이는 건물을 지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름은 ‘드림타워’다.
이 건물에는 자본의 힘을 믿는 근대 개발주의자들의 꿈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외국 자본과 결탁한 부도덕한 한국 자본과 제주도의 통치자들이 추악한 꿈을 꾸고 있다. 임기 말년 도지사의 실적주의가 반영되어 있다. 그들의 꿈은 돈과 권력을 지키는 것이고, 그들의 꿈 때문에 우리의 현실은 늘 위태롭다.
얼마 전 건축·교통 통합심의가 있었는데, 63층에서 56층으로 낮추고 노형동 로터리 좌회전을 금지하는 선에서 통과되었다.
218미터의 위용은 그대로 두고 좌회전 금지로 45%의 교통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우회도로 건설에 360억이 드는데 건설회사가 10%인 36억을 부담하는 획기적인 사회공여를 공표하는 것으로 위원들의 책무는 끝났다. 정말 교통이 개선될까? 도로비용 90%를 제주도민이 부담하는 것이 온당할까? 218미터 높이의 건물은 얼마나 안전이 보장될까? 화재진압용 헬기는 고사하고 18층 높이의 고가사다리차도 없는데 화재에는 어떻게 대응하나? 화가 나고 불안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다.
서울 삼성아파트에 LG전자 헬기가 충돌한 이후 서울의 <제2롯데월드타워>(123층 555미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행장과 5-6km 떨어져 위험하다고 하다는 이유인데, 제주의 <드림타워>는 제주공항에서 불과 2-3km 떨어져 있으니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바람 많거나 안개 낀 날이 많은 제주로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건물의 안전 문제, 교통 문제, 경관 문제, 도심화 문제 등 문제꺼리만 있는데 왜 그런 공룡같은 건물을 지으려 할까. <드림타워> 때문에 제주도민의 꿈도 사라지고 위태롭기만 하다. 지옥같은 도시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다시 생각하고 오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건물을 짓지 않는 길이다. 주변 경관과 산을 위압하는 건물은 현대 건축에서도 피하는 법이다. 그게 상식이다. 한라산은 제주이고, 제주가 한라산이다. 한라산을 지키자. 한라산은 자연이기 앞서 우리에게 인문이다. 한라산 정기가 온 제주에 퍼져 슬기롭고 착한 인재가 이 땅에 살기는 우리는 바란다.
제주도정은 왜 별도의 랜드마크 인공 건출물에 매달릴까. 제주는 한라산이 랜드마크다. 별도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 없다. 멋진 풍경을 만드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다. 제주 사람들이 한라산을 잘 아끼면 제주는 늘 아름답다. 드림타워의 미몽에서 벗어나자. / 허남춘 제주대학교 교수